[단독] 윤종원 기업은행장, 노조에 '비이자이익 KPI 개선' 약속

조선비즈
  • 이종현 기자
    입력 2020.02.12 14:19 | 수정 2020.02.12 15:38

    ‘노사공동선언문’ 외 ‘노사 실천과제’ 9개항 합의
    다른 은행은 NIM 하락 속 비이자 확대 위해 전력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비(非)이자수익을 줄이겠다고 노동조합에 약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이자수익은 예대마진(대출이자와 예적금이자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아니라 펀드 등을 팔면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이 대부분이다. 다른 금융그룹과 시중은행은 '비이자' 부문을 확대하는데 경영 전략의 방점을 찍고 있는데 기업은행만 반대 방향으로 전략을 세운 것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행장은 지난달 27일 기업은행 노조와 9개 항으로 이뤄진 '노사 실천과제'에 서명했다. 당초 윤 행장과 노조가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6개 항의 ‘노사공동선언문’ 외에 별도로 합의한 실천과제다.

    지난 1월 29일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서울 중구 본점으로 출근하고 있다. 뒤편으로 ‘은행장님 환영합니다!’ 현수막이 보인다. 노사 합의 전에는 윤 행장 취임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있었다. /연합뉴스
    윤 행장은 기업은행장에 선임된 이후에도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에 막혀 한 달 가까이 본점에 출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1월 27일 노조와 '노사공동선언문'에 합의한 뒤에야 첫 출근을 했다. 노사공동선언문에는 ▲직무급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시 노조가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는다 ▲노조추천이사제를 적극 추진한다 등 노조의 요구 사항이 대부분 반영됐다. 윤 행장이 출근을 위해 '백기투항'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윤 행장이 노조와 합의한 건 노사공동선언문 6개 항이 끝이 아니었다. 같은날 윤 행장이 노조와 합의한 '노사 실천과제' 9개 항에는 노사공동선언문 만큼이나 논란이 될 내용이 여럿 포함돼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비이자수익 감축이다.

    윤 행장이 서명한 노사 실천과제 1항은 '금융공공성 강화를 위한 비이자 수익 감축 및 경영목표 및 경영평가 개선 방안 강구'다. 비이자부문은 금융그룹과 시중은행이 모두 사활을 걸고 매달리는 영역이다. 국내 은행은 이자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다른 금융사는 비이자수익 확대를 핵심 경영전략으로 꼽고 있다. 그런데 기업은행은 거꾸로 비이자수익을 줄이겠다고 노조와 합의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비이자수익 목표를 감축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불완전판매 우려가 큰 방카슈랑스, 수익증권 등의 경영 평가 지표 개선방안을 강구하기로 약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이자수익 감축은 금융권 노조의 한결 같은 요구사항이다. 비이자수익을 늘리려면 기존의 여·수신 업무가 아닌 방카슈랑스, 자산관리(WM), 신용카드 판매 등 새로운 업무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금융권 노조는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업무량이 늘어나고 불완전판매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며 비이자수익 감축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당선된 금융권 노조 새집행부도 비이자수익 감축을 반영한 핵심성과지표(KPI) 체제 개편을 핵심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실제로 DLF 사태로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지자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은 KPI에서 비이자이익 관련 지표를 없애기로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순이자마진(NIM)이 작년보다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이자부문에서 수익을 내지 않으면 은행 경영이 악화될 게 불 보듯 뻔하다"며 "시중은행이 KPI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비이자수익 자체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곳은 없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실적이 좋은 상황도 아니다. 기업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2019년 실적을 보면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6275억원으로 전년대비 7.8% 감소했다. 기업은행만 따로 놓고 봐도 1조4017억원으로 7.2% 감소했다. 비이자부문도 마찬가지다. 연결기준으로 기업은행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5783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7.7% 감소했다. 그나마 기업은행 별도 기준으로 비이자이익이 5.7% 증가한 덕분에 연결기준 감소폭을 줄일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행이 비이자수익을 감축하면 올해는 연결기준 비이자이익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기업은행의 실적 전망에 경고등을 켰다. 기업은행의 작년 실적이 발표되자 증권사들은 일제히 기업은행 목표주가를 낮춰잡았다. 기업은행 자회사인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도 "이익전망 하향조정을 감안해 기업은행 목표주가를 1만7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하향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밖에도 노사 실천과제에는 선택적 복지비 증액, 어린이집 운영비의 복리후생비 항목 제외, 우리사주 지급, 승진 인사 대폭 확대, 인사부의 감찰 기능 분리, 의무연차 확대 추진, 지방그룹 폐지 검토 등 은행 경영이나 인사 업무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이 적지 않게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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