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균⋅쇠로 본 신종 코로나의 진화

입력 2020.02.11 06:00

세균⋅바이러스 치사율 낮은데 전파력 높으면 오래 생존… 다양한 전파경로도 생존력 키워
가축과 밀접 교류 유라시아 전염병 진원지… 中 야생동물 식습관 인간이 숙주될 환경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로 꼽히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화난수산물도매시장 입구에서 중국 보건 당국 관계자들이 방역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지만 전세계는 여전히 공포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바이러스 공포의 진원지는 처음 마주하기 때문에 갖는 불확실성이다.

하지만 작년 12월말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첫 확진환자가 나온 이후 관련 논문들이 속속 발표되고, 국내에서도 확진환자를 치료한 의사들의 평가가 이어지면서 신종코로나의 향후 모습에 대한 윤곽이 차츰 드러나고 있다.

무기 및 금속과 함께 병균이 인류의 문명을 바꿨다고 주장한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저서 ‘총⋅균⋅쇠'의 시각에서 신종 코로나를 보면 왜 전파력은 높은데 치사율은 낮은지, 중국이 발원지가 된 이유 등에 대한 설명을 찾을 수 있다.

♢전파력은 높고 치사율 낮은 게 바이러스의 생존에 기여

’총⋅균⋅쇠’의 저자인 세계적인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사진=오종찬 기자
다이아몬드는 세균(박테리아)이 인류의 질병을 만드는 과정을 세균의 입장에서 바라본다. 세균처럼 인간에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입장에서 보면 최선은 살아남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숙주로 삼은 인간이 죽는 확률, 이른바 치사율이 높으면 바이러스의 생존 공간도 사라진다.

다이아몬드는 "질병은 지금도 새로운 생존 및 번식 방법을 진화시키고 있다"며 점액종 바이러스와 매독 등을 사례로 들었다. 매독은 유럽에서 15세기말 초기 환자들을 수개월새 죽음에 이르게 했지만 이젠 지금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질병으로 진화됐다는 것이다. 피해자를 더 오래 살려두는 방향으로 진화함으로써 더 많은 피해자들에게 바이러스 자신의 후손을 퍼뜨릴 수 있게됐다는 설명이다.

서울대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홍윤철 세계보건기구(WHO)정책자문관이 10일 싱크탱크 여시재와의 인터뷰에서 "숙주가 급작스럽게 사망하면 바이러스도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숙주 사망률(치사율)이 낮은 바이러스가 더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10일 0시 현재 전국 31개 성에서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4만171명, 사망자는 90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중국만 놓고 보면 치사율은 2.3%에 그친다.

국내 우한 폐렴 확진자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으로 구성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중앙 임상 태스크포스(TF)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메르스 때는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환자도 많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국내 확진자는 모두 인공호흡기를 사용하지 않고 중증 환자도 없다"면서도 "감염병이 퍼지는 속도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빨라 치사율이 낮아도 사망자 자체는 많아질 수 있다"고 봤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일시 유행하다 사라지는 병이 아니고 감기 바이러스처럼 인류의 질병으로 자리잡는 게 최고의 생존전략이다. 2019~2020 겨울시즌에만 인플루엔자(독감)로 미국에서만 1만2000명이 숨졌지만 인류가 신종 코로나에 대개 갖는 공포를 느끼지 않는 건 미국 독감은 매년 반복되는 일상의 질병이 됐기 때문이다.

다양한 전파경로가 잇따라 밝혀지고 있는 것도 신종 코로나의 진화를 설명한다. 사스 영웅으로 불리는 중난산 중국 공정원 원사가 참여한 연구진이 작성한 논문에 따르면 재채기 등을 통한 비말(작은 입자) 흡입 경로 뿐 아니라 대⋅소변 위장분비물을 통해서도 전파 가능성이 있다. 상하이시 당국은 바이러스를 담은 비말이 공기중에서 섞여 에어로졸을 형성해 전파된다는 경고까지 내놓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문 손잡이 등 물건 표면에 쌓인 상태에서 단시간내 사람이 손으로 접촉한 후, 자신의 눈·코·입 등을 만져 감염되는 위험도 존재한다.

신종코로나의 초기 증상이 감기와 크게 다르지 않거나 중국에서 복부 이상 증상을 보인 감염자가 전염시킨 의료진 10명이 복부이상 증상을 보여 다른 질병으로 오인하게 만든 것도 바이러스로서는 빠른 전파를 위한 선택인 것이다. 잠복기가 예상의 2배인 24일인 환자가 나타나고, 무증상 감염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는 것도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위장술이라 할 수 있다.

가축과 밀접 교류를 한 유라시아와 야생동물 식도락을 즐기는 중국의 공통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원은 우한의 화난 수산물 시장의 야생동물 박쥐로 알려졌지만 멸종위기에 있는 포유류 천산갑이 중간 숙주가 돼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스가 박쥐에서 사향고양이로, 메르스가 박쥐에서 낙타로 옮겨진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염된 것과 비슷하다.

화중농업대 교수인 천환춘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신종 전염병 중 78%는 야생동물에서 유래됐거나 야생동물과 연관된다"면서 "우리는 야생동물을 애완용으로 적게 사육하고 절대 먹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식문화가 신종 코로나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은 다이아몬드가 유라시아의 가축화가 다른 대륙에 사악한 선물(병원균)을 안겼다는 주장과도 맥이 통한다. 동물의 병원체가 인류로 넘어가는 진화에 성공하려면 가축과의 밀접한 교류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이아몬드는 미주 대륙이 정복 당한 이유를 유럽에서 넘어간 병원균에서 찾았다. 반면 미주 대륙에서 유럽으로 넘어간 살인적인 주요 질병은 한 종도 없는 듯하다고 썼다. 그 차이를 남북 아메리카에서는 단 5종의 동물 밖에 가축화되지 못했지만 유라시아는 가축화된 동물이 많은 점을 들었다. 가축들이 지닌 질병이 인간의 대중성 질병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가축과 가까이 할 수록 인류가 숙주될 환경에 쉽게 노출된다는 사실을 과거 유라시아의 병원균과 지금 중국의 신종코로나가 설명하고 있는 셈이다.

화난수산물 시장에서 30km 떨어진 중국과학원 산하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병원체의 출발점이라는 억측이 계속 나오는 배경에는 허술한 실험동물 관리가 있다. 일본 지지통신은 중국 내에서도 "연구시설의 실험용 동물 관리가 허술하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실험동물로 쓴 개가 폐기처리되지 않고 개고기 시장에 흘러든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는 국제기준으로 위험도가 가장 높은 병원체를 다루는 ‘바이오 세이프티 레벨(BSL) 4’ 등급을 2015년에 중국에서 처음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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