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값 오름폭이 둔화됐다.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강남 3구는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대출을 옥죈 '12·16 부동산 대책'에다 정부가 아파트 불법 거래에 대한 고강도 단속까지 예고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나오기가 무섭게 팔리던 강남 아파트 보류지(재개발·재건축 조합이 향후 소송 등에 대비해 일반 분양하지 않고 남겨둔 물량) 인기도 시들해지고 있다.
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금주 서울 아파트 값은 0.04% 올라 지난주 대비 상승폭이 0.01%포인트 줄었다. 입주 30년 차 이상 재건축 아파트는 0.1% 떨어졌고, 일반 아파트는 0.06% 상승했다.
지역별로 서울 강남 3구 매매가는 모두 내렸다. 송파구의 하락폭(-0.06%)이 가장 컸다. 강남구는 0.04%, 서초구는 0.03% 하락했다. 지난해 6월(강남구는 4월) 이후 8개월(강남구는 10개월)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 5단지와 신천동 잠실파크리오,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이 500만~2500만원 내렸다. 강남구에서는 대치동 은마와 미도1·2차가 500만~7500만원 떨어졌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와 반포자이는 2500만~5000만원 하락했다.
지난 7일 진행된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보류지 입찰에선 응찰자가 한 명도 없었다. 매물로 나온 아파트 2가구 모두 17억원대로, 대출 금지 기준인 15억원을 넘는다.
비(非)강남권인 도봉(0.19%)과 강북(0.16%), 구로(0.16%), 금천(0.16%), 성북(0.14%) 등이 올랐다. 대출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중저가 매물이 일부 거래되면서 가격이 상승했다. 도봉구는 창동 상계주공 17~19단지를 비롯해 쌍문동 동익파크, 방학동 벽산 1차 등이 250만~2500만원 올랐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이달 21일부터 각종 불법 거래에 대한 고강도 조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강남권은 매수 심리가 더 위축되고 서울 외곽과 경기 일부 지역 매매가 상승세도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