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멜론 구독료, 왜 사재기 음원이 가져가나요?"

조선비즈
  • 박현익 기자
    입력 2020.02.07 06:00

    전체 구독료 뭉뚱그려 분배하는 '통합 비례제'… 톱 가수 독식구조
    "사재기로 순위권에 들려는 이유… 내 돈은 내가 듣는 음원에 가야"
    비례제 아닌 사용자 중심으로 바뀌면…‘사재기’ 유인도 줄어들 것

    "보지도 않는데 매달 납부하는 TV수신료 같다. 스트리밍 구독료가 무슨 세금이냐."

    음원 플랫폼에서 스트리밍(재생)이 많을수록 저작권자의 수익이 늘어나는 ‘통합 비례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내를 비롯해 '아이튠즈', '스포티파이' 등 해외 대다수 음악 스트리밍 업체는 노래 재생이나 다운 횟수가 많은 순으로 줄을 세운 뒤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전체 이용자들의 합산 구독료를 할당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멜론 스트리밍 정액 요금을 1만원씩 내는 이용자가 가수 아이유 노래만 듣는다고 해도 방탄소년단이나 워너원 등 다른 가수가 멜론 1등을 하면, 앞서 지불한 1만원은 아이유가 아닌 높은 순위를 기록한 가수 위주로 돌아가는 식이다.

    비판의 취지는 이용자가 매달 내는 구독료는 온전히 해당 이용자가 듣는 음원을 중심으로 배분되는 게 맞지, 이용자가 듣지도 않는 음원에 지불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이는 또 국내 음원 시장에서 논란이 끊이질 않는 '사재기'의 근본적인 원인과도 결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외 주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내 팬이 내 음악만 들으면 구독료는 나에게"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첼리스트 조이 키팅(Zoe Keating)은 최근 "스트리밍 이용자들은 자기가 낸 돈이 어디로 갈지에 대해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한다"며 "이는 스트리밍 업체들이 이용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키팅은 "만약 내 팬이 내 음악만 듣는다면, 팬이 스트리밍 업체에 지불한 비용은 내게만 정산되는 게 맞다. 비례제가 아닌 ‘사용자 중심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음원 수익 분배 방식에 대한 불만은 지금까지 스트리밍 업체가 과도하게 이익을 챙겨간다는 점을 위주로 제기됐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지난 2014년 "뮤지션들의 음악이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스포티파이에 자신의 음원 공급을 중단한 바 있다. 이어 아델이 신규 앨범을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에 제공하지 않기로 했고, 영국 록 밴드 콜드플레이도 앨범을 스포티파이에 내놓지 않으며 한때 스트리밍 업계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이들 모두 스트리밍 업체들과 화해하고 현재 음원을 다시 제공하고 있다.

    이번에 제기된 문제의식은 스트리밍 시장 내 가수끼리의 수익 분배도 공정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금의 스트리밍 서비스는 매월 빌리 아일리시, 테일러 스위프트, 포스트 말론 등 톱스타에게만 막대한 수익을 배분한다"며 "그러나 비례제는 키팅과 같은 소규모 아티스트에게는 공정하지 못한 지불 시스템"이라고 했다.

    조지 하워드 버클리 음대 교수는 "비례제는 순위권에 드는 주류 아티스트 위주로 과하게 보상이 이뤄지는 구조"라며 "음원 시장에서의 '민주화'가 후퇴되고 기성 아티스트의 지위만 공고히 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일러스트=안병현
    ◇비례제 때문에 사재기 음원에도 흘러가는 ‘내 구독료’

    국내 음원 업계에서도 이 같은 주장에 공감하며 카카오 '멜론', KT '지니뮤직', SKT '플로' 등 스트리밍 업체가 비례제를 ‘이용자 중심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중음악 작곡가 이재현(활동명 Jay Lee)씨는 "보통 음원 수익 100 중에 30~40을 스트리밍 업체가 가져가고, 나머지 60~70을 제작사, 가수, 연주자 등이 나눠 갖는데 이 60~70을 주류 음반이 독식하는 구조"라며 "스트리밍 업체가 과도하게 수익을 떼가는 것도 문제지만 현 비례제도 다양한 뮤지션들이 살아남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국내 인디 가수 레이카키는 "지금까지 앨범을 10개 넘게 냈지만, 팬들이 멜론에서 내 노래를 찾아 듣는다고 해도 내게 돌아오는 수익은 거의 없었다"며 "톱 100에 든 노래와 들지 않는 노래 간 스트리밍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스타가 되지 않는 이상 음원 수입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는 게 이쪽 분위기"라며 "다만 이용자가 내는 요금이 각 이용자가 듣는 음악을 중심으로 정산된다면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처럼 수익 구조가 바뀌면 음원 사재기에 대한 유인이 감소하는 효과도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가수들이 매크로 등을 동원해 자신의 음원 순위를 올리더라도 실수요자가 늘지 않으면 수익 증대가 힘들기 때문이다. 보통 사재기를 해서 순위권에 오르면 번화가나 각종 가게에서 의미 없이 반복적으로 트는 경향이 있다. 그로 인해 높은 순위와 조회 수는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찾아 듣는 사람들의 구독료는 사재기 가수에게 가지 않아서 기존 대비 수익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규탁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비례제에 비해 이용자 중심 체제가 훨씬 합리적이면서 바람직한 건 맞다"며 "음원 사재기에 대한 일부 근본적인 해결책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다만 카카오, KT, SKT같은 거대 유통업자에 맞서려면 가수나 창작자들이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비례제냐 아니냐는 내부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어 먼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한 과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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