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노선 운항 70% 중단, 날아갈 수가 없다

조선일보
  • 김강한 기자
    입력 2020.02.05 03:08

    [Close-up] 하늘길로 번진 '우한 공포' - 저비용항공 운항률 20% 불과

    - 베이징·상하이 등 알짜도 감축
    이대로 가면 한달內 한중 노선 완전히 중단될 가능성도

    - "비행기 세워두는 게 차라리 나아"
    1대 리스료, 한달에 4억 안팎… 텅 빈 비행기 띄우면 연료비 손해

    - 항공사들 최악의 성적표 받나
    진에어 작년 실적 적자로 전환, 실적 발표 앞둔 항공업계 '긴장'

    중국을 오가는 하늘길이 빠르게 닫히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공포로 중국을 오가는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운항 중단된 항공 노선이 급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대형 항공사, 저비용 항공사(LCC) 할 것 없이 올해 역대 최악의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항공 업계 한 임원은 "중국 내 사망자와 감염자가 지금처럼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가 이어진다면 한두 달 안에 한·중 노선이 완전히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항공 업계는 전통적으로 겨울방학, 설 연휴, 겨울 휴가가 겹친 1분기에 일년 농사의 절반을 지었는데 우한 폐렴 사태로 올해 연간 적자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중, 한·일 등 단거리 노선 비중이 큰 LCC들의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급증하는 중국 노선 운항 중단

    중국에 취항한 국내 국적 항공사 8곳의 중국 노선 운항률(개설된 노선 대비 실제 운항 노선 비율)은 지난달 27일 100%에서 불과 일주일여 만에 31% 선으로 급락했다. 대한항공은 4일 현재, 20개 노선의 운항 중단을 결정했고, 8개 노선은 감편한다고 밝혔다. '우한 폐렴' 사태 이전 30개 노선에서 주 204회(왕복 기준) 운항했지만, 이제는 10개 노선에서 주 57회 운항해, 운항률이 28%로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발생한 중국 우한시 공항에서 지난달 28일 한 화물기 조종사가 방진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조종석에 앉아 있다. 우한 폐렴 감염 공포 확산으로 항공사들이 중국 노선을 잇따라 폐쇄하면서, 4일 기준 국내 항공사들의 중국 노선 운항률(향후 운항 중단 일정 반영)은 31%대까지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발생한 중국 우한시 공항에서 지난달 28일 한 화물기 조종사가 방진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조종석에 앉아 있다. 우한 폐렴 감염 공포 확산으로 항공사들이 중국 노선을 잇따라 폐쇄하면서, 4일 기준 국내 항공사들의 중국 노선 운항률(향후 운항 중단 일정 반영)은 31%대까지 떨어졌다. /신화 연합뉴스
    대한항공 관계자는 "김포~베이징, 김포~상하이 2개 노선만 중단·감편 없이 주 7회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노선도 언제든 감편이나 운항 중단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우한 폐렴 사태 전에는 26개 노선에서 주 202회 운항했지만 현재 20개 노선에서 주 89회 운항으로 크게 줄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베이징·상하이 등 여행뿐 아니라 비즈니스 수요가 많은 알짜 노선마저 중단 또는 감편에 들어갈 만큼 상황이 안 좋다"고 말했다.

    LCC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일본 여행 보이콧 운동으로 매출 감소 직격탄을 맞은 LCC 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노선을 늘리며 집중 투자했는데, 우한 폐렴 사태로 중국 노선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4일 기준 중국 노선 운항률은 20%로 급감했다. 주 164회에서 주 34회로 줄어든 것이다. 티웨이항공(6개 노선), 이스타항공(7개 노선), 진에어(2개 노선), 에어서울(2개 노선)은 한·중 노선 전체를 운항 중단했다. 제주항공이 12개 중 5개, 에어부산이 9개 중 2개 노선만 운항하고 있다. 이 노선들도 언제 중단될지 불확실하다.

    ◇최악의 재난, 리스료 감당도 어려워

    중국 노선에 투입하던 비행기를 다른 노선으로 돌리는 것도 어렵다. 다음 달 말까지는 정기편 스케줄을 잡을 수 없고, 전 세계 항공 여행객 자체가 줄고 있다. 한 항공 업체 관계자는 "3월 말까지는 동계 스케줄이 이미 잡혀 있어서 이 기간에는 슬롯(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권리)에 여유분이 없기 때문에 정기편에 비행기를 새로 투입할 수 없다"면서 "국내선이든 국제선이든 비어 있는 슬롯을 최대한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솔직히 답은 없다"고 말했다.

    항공편 운항 중인 중국 주요 도시 노선도
    비행기 리스료도 문제다. 기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비행기 1대당 리스료는 월 3억~4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운항 중단에 따라 비행기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리스료를 감당하는 게 쉽지 않다. 업계 한 임원은 "하루에 국내선, 중국 노선, 일본 노선을 운항했던 비행기의 경우 중국 노선 운항 시간에는 공항에 가만히 서 있게 되는 결과"라면서 "그렇다고 좌석을 텅 비운 채 중국 노선을 띄우면 연료비 등이 추가로 나가니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지난해 일본 여행 보이콧 운동이 차라리 나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이외에서라도 대책을 찾을 수 있었는데 우한 폐렴 사태는 중국·동남아·일본·유럽·미국 등 전 세계로 퍼져 여행 수요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사 실적 발표 시즌 '패닉'

    닫히고 있는 중국 하늘길 그래프

    항공사 실적 발표 시즌까지 시작되면서 업계 전체는 패닉에 빠졌다. 진에어는 지난 3일 "지난해 4분기 영업 손실 60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영업 손실 220억원)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고 공시했다. 연간 실적 또한 영업 손실 49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다음 주까지 나오는 나머지 국적 항공사 실적도 줄줄이 적자가 예상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항공사에는 비행기가 곧 공장인데 공장이 차례로 멈추는 격"이라며 "무급휴직,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 조정을 확대하면서 버티는 것 말고는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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