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으로 17억원 아파트 매입... 부동산 이상거래 천태만상

입력 2020.02.04 14:19

A씨는 자기자금 5000만원만 가지고 17억원 짜리 서울 강남구 아파트를 지난해 8월 매수했다. 그는 신용대출 1억5000만원, 전세보증금 9억5000만원에 더해 부모로부터 차용증을 쓰지 않고 5억5000만원을 받아 집을 샀다.

전자상거래업을 하는 B씨는 서울 서초구 소재 21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사서 거주하고 있다. 그는 한 은행에서 선순위 가계 주택담보대출을 7억원, 한 상호금융조합에서 후순위 개인사업자 대출 5억원을 받았다. 이중 후순위 개인사업자대출은 투기지역 내 주택구입 목적의 기업자금 대출 금지 규정을 위반했고, 자금을 용도 외로 유용한 의심 사례로 파악됐다.

국토부
국토교통부는 4일 이 같은 내용의 ‘서울 지역 실거래 관계기관 합동조사’ 2차 결과를 발표했다. 총 1333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다. 국토부는 의심 거래에 대해 ▲매매 계약서 ▲거래대금 지급 증빙자료 ▲자금 출처 증빙자료 ▲금융거래확인서 등 소명 자료를 제출받고 소명을 들으면서 검토했다.

지역별 의심거래 건수는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강남 4구가 508건으로 전체의 38%를 차지했다. 서울 마포·용산·성동·서대문이 158건으로 12%, 그 외 17개 구가 667건으로 50%였다. 거래금액 별로 보면 9억원 이상이 475건으로 36%였다. 6억원 이상 9억원 미만이 353건으로 26%, 6억원 미만이 505건으로 38%였다.

의심거래를 유형별로 보면 자금출처 불분명·편법증여 의심사례가 1203건으로 대부분이었다. 실거래 가격 허위신고 의심사례는 130건이었다. 20대 C씨는 10억원 짜리 서울 서초구 소재 아파트를 사면서 부모님을 전세 세입자로 등록하고 임대보증금(전세금) 약 4억5000만원을 받았다. 여기에 금융기관 대출금 약 4억5000만원과 자기자금 1억원을 더해 주택 구입 자금을 마련했다. C씨는 임대보증금 형태 편법 증여 의심사례로 국세청 통보됐다.

D 부부는 작년 10월 시세 17억원짜리 서울 서초구 소재 아파트를 20대 자녀에게 12억원에 팔았다. 이들은 가족간 저가 양도에 따른 탈세 의심 사례로 국세청에 통보됐다.

투기 지역에서 금지된 주택구입목적의 기업자금 대출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파악됐다. 소매업 법인인 E법인은 지난 해 7월 강남구에 있는 25억원 규모 아파트를 법인 명의로 매수했다. E법인은 이 시기에 상호금융조합으로부터 법인사업자대출(주택담보대출)을 19억원 받았는데, 투기지역 내 주택구입목적 기업자금 대출금지 규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부동산을 취득하려는 사람이 물권을 보유하고, 등기는 타인 명의로 하는 ‘명의신탁약정’이 의심되는 사례도 적발됐다. 부동산 명의신탁약정은 현행법상 금지돼 있다. F씨는 작년 8월 분양받은 4억5000만원 짜리 서울 강동구의 아파트를 두달 후인 10월 지인인 G의 명의로 변경했다. G는 주택자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F가 납부했다. 이후 명의 변경과 함께 F는 G에게 2억5000만원의 임대보증금을 내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이 아파트에 거주했다.

국토부는 이 사례를 명의신탁약정으로 보고 경찰청에 통보해 수사를 의뢰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은 명의신탁약정을 금지하고 있다. 법 위반시 신탁자는 과징금과 최대 징역 5년 또는 벌금 2억원, 수탁자는 최대 징역 3년 또는 벌금 1억원을 낸다. 서울시는 계약일 허위 신고 등으로 부동산거래신고법을 위반한 3건에 대해서는 과태료 3000만원을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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