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이명희·조현민 “조원태 지지”… ‘조현아 연합군’ 제동

입력 2020.02.04 14:04 | 수정 2020.02.04 16:15

7일 한진칼 이사회 앞두고 선언…전문경영인 체제 등 고강도 쇄신안 나올 듯
이명희 고문, 지난 주말 조원태 회장·우기홍 사장과 회동 갖고 입장 정해
한진가 대 외부세력 구도 만든 조원태…세력 비등해 소액 주주표 놓고 경쟁 예상

조원태 한진 회장의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 회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이들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KCGI, 반도건설과 손잡은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진가 경영권 분쟁이 ‘조원태 대(對) 조현아’ 구도에서 ‘한진가(家) 대 조현아’ 구도로 변하게 됐다.

한진그룹은 이날 오후 2시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가 금일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혀 왔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배포했다. 이 성명서에서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는 "저희는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현 한진그룹의 전문 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며 공식적으로 조원태 회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한다"고 했다.


(왼쪽부터)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한진칼 전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선DB
◇명분 얻고 세력 구축한 조원태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현 한진그룹의 전문 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며 현 경영진들이 이미 ‘전문 경영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지지 선언은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권 분쟁에서 조원태 회장이 한진가 구성원의 지지를 받게 된 것이다. 한진그룹 내부에서는 조현아 전 부사장을 강성부 KCGI 사장,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등 외부 세력과 ‘결탁’한 것으로 간주한 셈이다.

두 번째는 실리적인 측면이다. 조원태 회장은 지금까지 지분 6.52%에 정석인하학원·정석물류재단·일우재단 등의 지분 3.38%를 영향권에 두고 있었다. 이밖에 우호세력으로 델타항공(10.0%)과 카카오(1%)가 있다. 총 20.9% 정도 지분을 확보한 상황으로, 3월 주주총회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23% 정도가 더 필요했다. 여기에 이명희 고문(5.31%)과 조현민 전무(6.47%)가 가세하면서 32.68%의 의결권을 쥐게 됐다. 조현아 전 부사장 진영의 지분율 32.06%와 비슷한 수준이다.

◇7일 한진칼 이사회서 새 대표이사 선임 논의되나

재계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당초 이명희 고문은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사이에서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 입장이었다. 일각에서는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대거 매집하는데 이명희 고문의 역할이 컸다고 이야기한다. 이명희 고문이 친분이 있던 권홍사 회장을 우군으로 끌어들인 결과라는 것이다. 조원태 회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 등을 제치고 독주(獨走)한 것에 대한 반감도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말 이명희 고문과 조원태 회장이 이명희 고문 자택에서 유리창이 깨지는 등 큰 싸움을 벌였던 데에는 이런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이라 할 수 있는 강성부 KCGI 사장,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과 손을 잡고 외부에서 전문 경영인을 데리고 오겠다고 선언하자 마음이 바뀌었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 주말 조원태 회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등이 이명희 고문을 찾아 설득에 나서면서 마음을 정했다"고 귀띔했다.

한진은 조원태 회장이 한진칼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대신 다른 임원이 대표이사를 맡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아 전 부사장 진영이 외부에서 전문 경영인을 선임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서, 오너 경영인(조원태 회장)의 연임을 다투기보다 양 측이 내세운 전문경영인 간의 대결로 구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한 한진 관계자는 "7일 한진칼 이사회에서 경영 관련 쇄신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한진빌딩. /연합뉴스
◇소액 주주 표 대결 격화될 것

양 측은 2월 12일 정도로 예상되는 한진칼 소수주주 주주제안 마감 시한까지 각각 재무구조 개선, 지배구조 개편, 주주가치 증대 방안을 내놓은 뒤 본격적인 의결권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3월 주총에서 과반수를 차지하려면 조원태 회장은 10.79%, 조현아 전 부사장은 11.41% 정도의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두 사람이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우호지분은 다음과 같이 추정했다. 2019년 주총 수준으로 소액 주주들이 참석한다고 했을 때 3월 주총에 의결에 참여할 소수 주주 지분은 17.32% 정도로 예상된다. 지난해 주총 참가 지분 77.18%에서 관계자 지분 46.90%를 차감해 일종의 ‘출석률’을 계산한 뒤 지난해 말 현재 소액 주주 지분율에 곱해 추산한 값이다. 이 경우 3월 주총 의결에 참여하는 지분은 86.94% 정도가 된다. 여기서 과반을 확보하려면 지분 43.47%를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다만 소액 주주 참가가 늘어날 경우 주총 참석률이 늘어나면서 추가로 우호 지분을 더 끌어모아야 한다.

양 측은 지분 4.11%를 가진 국민연금, 지분 2% 안팎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 지분율이 높은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또 0.77% 정도인 한진가 친족 및 경영진의 지지를 얻기 위한 각축도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분 10%를 가진 델타항공이 중립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조원태 회장 편을 들 것인지도 관건이다.

아래는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 입장문 전문

[알려드립니다]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가 금일(2월 4일)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혀 왔음을 알려드립니다.

○ "이명희와 조현민은 한진그룹 대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을 받들어 그룹의 안정과 발전을 염원합니다."

○ "저희는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합니다."

○ "국내외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현 경영진이 최선을 다해 경영성과를 개선하고 전문경영 체제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개선 노력을 기울여 국민과 주주, 고객과 임직원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한진그룹을 만들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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