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한 가운데 건설업계에 미치는 파장도 커지는 모양새다. 중국 현장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는 현장에서 철수 준비에 나섰고, 분양 사업장에서는 견본주택을 열지 못해 분양 일정이 밀릴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2일 GS건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중국 현장 파견직원 복귀를 준비 중이다. GS건설은 중국에 남경 LG화학소형전지 현장과 광저우 LG디스플레이 현장에서 직원들이 근무 중이다. 남경 현장은 중국 지방정부 지시로 이달 9일까지 전 작업이 중지됐고, 현장 직원은 현지에서 대기하는 중이다.

GS건설은 공사재개를 위한 최소인력(2~3명)을 제외한 전 직원을 국내로 복귀시킬 예정이다. GS건설 관계자는 "복귀 시점은 발주처와 협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3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현장 점검에 나서 박성수 송파구청장과 함께 능동감시자와 통화를 하고 있다.

상하이에서 현대엘리베이터 공장을 건설 중인 현대건설은 파견 직원 5명 중 국내로 휴가를 나온 1명을 제외한 4명에게 재택근무 지시를 해둔 상태다. 이 현장도 중국 당국 조치로 내달 9일까지 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분양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월부터 분양 물량이 쏟아지는데, 견본주택을 여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실내에 많게는 수천명이 모이는 견본주택 특성상 전염이 빠르게 퍼질 우려가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했을 때는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으로 일부 견본주택이 개관을 1~3주 연기하기도 했다. 이달에는 전국에서 총 2만3296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견본주택 개관을 연기한 건설사는 없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견본주택을 열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어 특별한 지침은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경보가 ‘경계’에서 상향조정되면 분양 일정이 줄줄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후분양이 아닌 이상 견본주택을 열지 않고 분양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달 ‘힐스테이트 송도 더스카이’ 분양을 준비 중인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견본주택을 열 계획이지만 본사 지침에 따라 정부에서 위기 경보 단계를 격상할 경우 견본주택 일정을 미룰 수도 있다"면서 "전국의 견본주택 홍보관에 질병관리본부 지침을 부착하고, 직원들에게는 마스크를 쓰고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