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욱의 술기행](18) 전통주점 인기 1위 술은 ‘탄산 막걸리’인 이화백주

조선비즈
  • 박순욱 선임기자
    입력 2020.01.29 13:53 | 수정 2020.01.29 14:27

    전국 최대규모 전통주점 백곰막걸리, 2019년 판매순위 발표
    막걸리는 이화백주, 복순도가, 해창막걸리가 1~3위
    약주는 풍정사계 춘, 청진주, 제주오메기맑은술 등이 인기
    증류식소주는 미르25, 이강주25, 황금보리소주17 등이 많이 팔려

    300여종의 전통술을 취급하고 있는 국내 최대 전통주전문점인 백곰막걸리에서 작년 한해 가장 많이 팔린 술은 이화백주(막걸리)였다. 약주 부문에서는 풍정사계 춘이 가장 많이 팔렸으며, 증류식 소주 중에서는 미르25가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이화백주는 막걸리부문 1위뿐 아니라, 술 전체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전통주점 백곰막걸리는 전통술 판매 순위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백곰막걸리 2019년 판매순위에서 부문별 1위를 차지한 이화백주(막걸리), 풍정사계 춘(약주), 미르25(소주). /박순욱 기자
    백곰막걸리 판매순위가 실제 전국의 전통술 판매순위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가령, 국내 막걸리 판매 1위인 장수막걸리는 백곰막걸리에서는 아예 취급하지 않는다. ‘무감미료 막걸리'로 인기를 끌고 있는 느린마을막걸리 역시 판매하지 않는다. 다만, 가장 많은 전통술을 취급하는 백곰막걸리의 판매순위를 통해 전통술 트렌드는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다.

    ◇백곰막걸리 2019년도 판매순위

    막걸리 부문에서는 1위 이화백주에 이어 복순도가(2위), 해창막걸리(3위), 알밤막걸리(4위), 담은(5위)이 상위 리스트에 올랐다.

    경남 양산의 이화백주는 그해 도정한 햅쌀과 천연 효모인 누룩으로 발효하여, 저온숙성시킨 프리미엄 탄산 탁주다. 탁주와 스파클링이 만난 맛이라고 할 수 있다. 인공 효모를 사용하지 않고 100% 전통누룩을 사용해 술을 빚어, 깊고 풍부한 맛과 향을 준다. 또한 잔당이 많이 남아 맛이 부드럽다. 톡쏘는 탄산과 달콤새콤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자연발효로 생긴 탄산이 자극적이지 않은 시원한 청량감을 전해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2017년 청와대 만찬주로도 선정됐다. 백곰막걸리 판매가격은 1만9000원.

    막걸리 판매 2위를 차지한 복순도가 손막걸리는 울산 울주군에서 빚는 술이다. 이화백주처럼 탄산이 강한 ‘샴페인 같은 우리 막걸리'다. 복순도가 막걸리는 쌀의 함량이 많고 누룩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자연탄산이 활발하게 올라와 막걸리 병을 흔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고루 섞인다. 공장식 양조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내는 막걸리가 아니다 보니 하루에 200병 정도만 생산한다고 한다. 탄산이 강해 청량미가 도드라지며, 단맛보다는 산미가 강해 여름 풋사과를 먹는 듯 하다. 백곰막걸리 판매가격은 2만5000원.

    백곰막걸리 2019년 판매순위에서 막걸리 부문 1~5위를 차지한 술들. 사진 왼쪽부터 이화백주(1위)), 복순도가(2위), 해창막걸리(3위), 알밤막걸리(4위), 담은(5위). /박순욱 기자
    해창막걸리는 전남 해남군의 해창주조장이 만드는 술이다. 땅끝마을 해남에서 빚는 해창막걸리는 은근하면서 투박하다. 막 걸러내서 막걸리라고 하는데, 금방 걸러냈다는 뜻과 성글게 걸러냈다는 뜻이 함께 담겨 있다. 해창막걸리 통에 적힌 원료 표시는 물, 쌀, 누룩뿐. 도시의 막걸리와는 다르게 맛이 달지 않고 기교가 섞여있지 않아 땅끝마을의 투박함이 그대로 녹아 있다.

    약주 부문에서는 풍정사계 춘(1위)에 이어 청진주(2위), 제주오메기맑은술(3위), 황진이(4위), 백련맑은술(5위) 등이 많이 팔렸다.

    풍정사계 춘은 예로부터 물 맑기로 유명한 청주의 풍정마을 물로 빚은 약주다. 이한상 화양(풍정사계 양조장) 대표가 약주 하나 만드는데 10년을 투자했을 정도로 약주 개발에 애착을 기울였다. 이한상 대표는 "녹두가 들어간 누룩인 향온곡으로 약주를 빚는다"며 "누룩이 제대로 들어갔지만 누룩취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풍정사계 춘은 백곰막걸리의 약주부문 1위를 매년 지키고 있는 ‘스테디셀러 약주'다. 풍정사계는 약주 외에 과하주(여름), 탁주(가을), 소주(겨울) 등 사계절별로 술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풍정사계 소주를 미국에 수출하기도 했다.

    백곰막걸리 2019년 판매순위에서 약주 부문 1~5위를 차지한 술들. 사진 왼쪽부터 풍정사계 춘(1위)), 청진주(2위), 제주오메기맑은술(3위), 황진이(4위), 백련맑은술(5위). /박순욱 기자
    2위 청진주는 경기도 가평의 청정지역에서 좋은 쌀과 물을 사용, 100일 이상 저온에서 발효와 숙성을 통해 완성시킨 프리미엄 약주다. 전통주연구개발원이 소량 생산하고 있다. 잡내가 없고 단맛이 적으며, 깔끔한 목 넘김에 술을 마시고 나서도 입에 남는 잔향이 경쾌한 술이다. 한국전통주연구소 박록담 소장은 "청진주는 가평의 유기농쌀과 전통 누룩으로 빚고 100일간 숙성시켜 만들기 때문에 마치 조개가 상처를 진주로 키워내는 과정을 닮았다고 할 정도로 귀한 술"이라고 말했다.

    오메기맑은술은 제주술익는집 양조장이 빚는 약주다. 오메기는 좁쌀을 일컫는 제주도 방언으로, 누룩과 함께 발효시켜 윗부분의 맑은 술만을 떠내 숙성시킨 술이 오메기맑은술이다. 제주술익는집은 4대째 이어온 전통방식으로 일체의 첨가물 없이 술을 빚고 있다. 달콤한 맛과 천연의 과실향이 나는 최고급 약주다. 정부의 ‘찾아가는 양조장’에도 선정됐다.

    증류식 소주 부문에서는 미르25(1위), 이강주25도(2위), 황금보리소주17(3위), 화요25(4위), 삼해소주45도(5위) 등의 순으로 판매가 많이됐다.

    백곰막걸리 2019년 판매순위에서 소주 부문 1~5위를 차지한 술들. 사진 왼쪽부터 미르25(1위), 이강주25도(2위), 황금보리소주17(3위), 화요25(4위), 삼해소주45(5위). /박순욱 기자
    미르25는 경기도 용인의 양조장 술샘이 만드는 증류식소주다. 25도 외에 다양한 도수의 소주가 있다. 미르는 세종대왕 때 어의가 지은 책인 ‘산가요록'에 기록된 소주 제조법을 지켜 만든 술. 미르25는 알코올 도수에 비해 향이 풍부하고, 미세한 단맛이 술 전체를 부드럽게 해준다. 매우 남성적인 술이란 평들이 많다. ‘찾아가는 양조장’으로도 선정된 양조장 술샘은 서울 강남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이강주25도는 배와 생강으로 빚은 술로, 조선 중기부터 전라도와 황해도에서 제조됐던 조선3대 명주 중 하나다. 이강주의 재료 중 하나인 울금(생강과 식물)은 전라도에서 재배해 왕실 진상품으로 올렸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전라도 전주 곳곳에서는 이강주를 많이 빚어왔다. 이강주를 빚는 조정형 명인은 전북의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았으며, 1996년에는 농식품부 식품명인 9호로도 지정됐다.

    황금보리소주17은 김제평야에서 재배되는 보리, 일명 황금보리를 증류해서 만든 증류식 소주다. 주정을 섞지 않고 보리만을 100% 증류해서 만든다. 두번 증류해 참숯에 여과해, 잡내 없는 깔끔함과 은은한 보리향이 특징이다. 황금보리를 50%까지 깎아 술맛의 텁텁함과 까칠함을 없애 부드럽다. 맥주와 섞어 마시는 소맥용 소주로도 인기 있다. 보리로 만든 소주와 보리로 만든 맥주가 결합해 맥주의 깊은 맛을 더해준다.

    전통주점 백곰막걸리 명동점 김영준 점장이 매장 술들을 정리하고 있다. 백곰막걸리는 300여종의 전통술을 취급하고 있다. /박순욱 기자
    최근 몇년 사이는 ‘전통술의 르네상스'라고 할 정도로 전국에 전통주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따라 전통술 신제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백곰막걸리 명동점 김영준 점장은 "막걸리의 경우, 주점 취급가격 1만5000원대의 준프리미엄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고, 또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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