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확산에 기준금리 '2월 인하설' 급부상

조선비즈
  • 조은임 기자
    입력 2020.01.28 16:08

    2015년 메르스 때 3주만에 금리 인하… 경기·민간위축 대응 차원
    세월호 때 뒷북 인하로 뭇매… "우한 폐렴 잠복기 2주 고려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2월 금리 인하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해 두 차례 금리인하 이후 속도조절에 들어갔지만 '우한 폐렴'으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때 국내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이후 3주 만에 금리인하를 단행했던 한은이 이번에도 신속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우한 폐렴은 최대 잠복기가 2주로, 상당기간 여파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한은이 선제적 대응에 나설 것이란 시각이 많다. 발병지가 중국인 만큼 우리나라의 수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메르스 사태처럼 민간소비 위축이 예상된다. 지난해 정부 지출 확대로 가까스로 2% 성장을 달성한 상황에서 민간경제 위축은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 건'을 건드는 셈이어서 통화정책적 차원에서의 대응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한은, 과거 사스·메르스 신속 대응… "3월 금통위 없어 2월에 대응 나설 수도"

    한은은 과거 대규모 전염병이 돌던 당시 금리인하로 극약처방에 나선 경험이 있다. 2015년 5월말 국내에서 메르스 첫 확진 환자가 나오자 3주 만인 6월 중순 금리를 인하했다. 같은 해 3월까지 세 차례 인하를 단행해 그 효과를 지켜보겠다고 했지만 메르스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대응에 나섰다. 2003년 사스 발병 당시에도 한은은 금리인하로 대응했다. 같은해 4월 국내 의심환자가 처음 발생하자 다음 달인 5월 금리를 내린 것이다.

    메르스, 사스가 발병했던 2015년과 2003년은 각각 수출 감소와 카드사태 등으로 거시경제 불안 요인도 겹쳐져 있던 상황이라 지금과 유사하다. 경기하방 요소가 중첩돼 재정정책은 물론 통화정책적 대응도 불가피 하다는 것이다. 특히 우한 폐렴의 잠복기가 최대 2주로, 확산 흐름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한은의 선제적 대응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한 폐렴은 잠복기에도 전염이 가능하다는 중국 당국의 분석이 나와 사스 때보다 확산 속도가 빠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우한 폐렴 발병으로 국내 경제가 받을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이 한층 커졌다"며 "2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했다.

    과거 세월호 참사 때 금리인하 결정이 늦어져 '뒷북' 논란이 겪었던 점도 한은 금통위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 한은 금통위는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p 낮췄었다. 하지만 참사는 4월에 있었는데, 금리인하 시기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상당기간 지속됐다.

    시장금리는 이미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8일 오전 11시30분 기준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1.589%로 전거래일대비 0.115%P 급락했다. 5년물(1.450%)과 3년물(1.352%)도 각각 0.087%P, 0.072%P 내렸다.

    중국 베이징 기차역 앞에서 여행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AP연합뉴스
    ◇中경기·민간 위축 전망… 올해 2% 초중반 성장 전망 위태

    우한 폐렴의 확산은 올해 2% 초중반 성장세를 가로막을 수 있는 요인으로도 언급된다. 현재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은 '민간 경제'인데 우한 폐렴 확산이 이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다. 작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로, 이 중 정부 기여도가 1.5%포인트(P)를 차지했다. 그렇지 않아도 민간 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전염병의 확산은 소비자들의 야외 활동을 줄이는 등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던 2015년 2분기에는 민간소비가 급감하면서 민간의 성장 기여도가 마이너스(-0.3%P)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의 경기 부진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나라의 수출 반등이 요원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에서 대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5.1%로, 한 해 동안 대중 수출이 16.3% 감소했지만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장 올해 중국의 6% 성장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는 건 우리 경제에도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중국의 성장률은 6.1%로 2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올해는 5.9~6.0% 성장이 예상된다. 글로벌 전망기관들은 우한 폐렴이 장기 지속될 경우 중국의 성장률이 0.8~1.5%P 감소해, 4%대 성장을 기록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산하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올해 중국 성장률이 1%P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한 폐렴의 확산이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역시 2% 초중반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 과거에도 대규모 전염병 발병은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사스는 2003년 2분기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을 1%P 내외 하락시킨 것으로 추정됐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잠복기를 고려했을 때 단기간 끝날 것 같지 않은 것으로 예상돼 경제에 악영향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금리인하가 빨라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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