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공포에 떠는 여행·유통업계… “소비 침체 심화될까"

조선비즈
  • 안상희 기자
    입력 2020.01.28 13:53 | 수정 2020.01.28 13:56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며 여행, 백화점, 면세점 등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업계는 국내 우한 폐렴 확진자가 4명으로 늘면서 사람들이 외출 자체를 꺼려 소비가 침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7일 오후 제주공항 면세점. 한국 본토와 달리 제주도는 중국인들이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어 우한 폐렴에 대한 우려가 더욱 깊어 보였다. 이곳에는 부모님 손을 잡은 어린아이부터 어르신은 물론 면세점 판매원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정부가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하자 여행객도, 유통업체들도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중국어 소리가 들려오면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피하기도했다.

    유통업계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방한설, 중단됐던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입 재개로 기대감이 커졌지만 예상치 못한 악재에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온라인에는 벌써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할 지 고민이다", "아예 집을 나가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제주공항 출국장에 위치한 면세점에는 직원들이 대부분 마스크를 끼고 고객을 응대하고 있었다./안상희 기자
    ◇ 직격탄 맞은 여행업계 "중국 여행 대부분 취소 예상"

    직격탄을 맞은 곳은 여행업계다. 여행업계는 아직 설 연휴 이후 중국 여행 상품의 취소 요청이 대거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연휴 동안 우한 폐렴 확진자가 늘어난 탓이다.

    하나투어는 설 연휴 전 기준 1~2월 중국 여행 취소율이 전년 대비 20% 늘었다. 2월 중국 여행 수요 자체는 홍콩 반중 시위 사태와 겹치면서 전년 대비 48% 줄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1월에 이어 2월 중국 여행도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줄 예정이라 중국 여행은 대부분 취소될 것"이라며 "한일 관계가 안 좋아지면서 그나마 중국 쪽 여행 수요가 늘길 기대했는데, 우한 폐렴으로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라고 말했다.

    모두투어는 연휴 전 중국행 패키지여행 취소 건수가 4000건을 넘어섰다. 이달 25~30일 출발하는 우한 외 다른 지역 중국 여행 패키지는 주요 관광지 입장이 통제되면서 고객 의사와 상관없이 일괄 취소했다. 인터파크투어는 설 연휴 전 기준 1~3월 출발하는 중국 패키지 상품 취소율이 15~20%에 이른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전염병이 시작되면 사람들이 공항 자체에 가기를 꺼려해 신규 예약이 안 들어온다"며 "자국 내 발병자가 많았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공포감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27일 제주공항 출국장을 찾은 승객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끼고 있었다./안상희 기자
    ◇ 면세업계 비상대책위 가동…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도 마스크 착용 권고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면세점,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면세업계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발병했을 때처럼 매출이 급감할까 우려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메르스 발생 직후인 2015년 6월 전년 대비 백화점 매출은 11.9%, 대형마트는 10.2% 줄었다.

    이들은 점포 직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장 혹은 의무화하고 손 세정제를 비치했다. 또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엘리베이터 등에 대한 방역작업도 1시간마다 진행하도록 강화했다.

    롯데백화점은 시식코너 운영을 중단했다. 홈플러스는 28일부터 대책상황실을 운영하고 시식 또한 상황에 따라 중단할 수 있다는 공지를 각 점포에 내렸다. 이마트는 마스크 착용 후 고객응대에 있어 의견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것을 감안해 고객만족센터와 계산대에 "고객 여러분과 근무사원들의 위생 건강을 위해 마스크 착용중"이라는 안내 고지물을 배치했다.

    중국인들이 즐겨찾는 면세점도 직원들을 대상으로 발열 여부 매일 확인,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롯데·신라·현대백화점면세점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롯데면세점은 이갑 대표이사를, 신라면세점은 한인규 TR부문장(사장)을,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황해연 대표이사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해 대응하고 있다.

    특히 롯데면세점은 중국을 방문한 직원의 경우 귀국 후 14일간 휴가 조치 후 관찰을 하고 임산부와 만성질환 직원을 대상으로 휴직 조치를 할 예정이다. 신라면세점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부서 단위별로 매일 출근 때와 오후 4시 체온을 측정한다. 외부 행사도 자제하기로 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재판매하는 중국 다이꿍(보따리상) 매출 비중이 큰데, 보따리상은 중국 설인 춘절 기간 귀성길에 올라 아직은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며 "보따리상이 한국에 돌아오는 2월 중순 이후 매출이 얼마나 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확진자 묵은 호텔 신규 예약 안 받아…편의점·커피숍 응대 직원 휴가

    우한 폐렴 확진자가 다녀간 업소들은 비상에 걸렸다. 우한 폐렴 3번째 확진자 남성이 3박 4일 묵은 것으로 공개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호텔뉴브는 더이상 신규 예약을 받지 않기로 했다. 호텔은 CCTV를 통해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파악해 방역 조치를 끝냈다. 또 질병관리본부 지침에 따라 접촉이 의심되는 인원 명단을 전달하고 지속적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휴업 여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호텔뉴브 관계자는 "당분간 신규 예약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예약한 고객을 대상으로는 입실 전 전화로 상황을 설명하고 원할 경우 무료로 취소를 진행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취소가 꽤 많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28일 오전 기준, 이 호텔에는 150실 중 30~40실 정도가 차 있다.

    3번째 확진자는 호텔 외 편의점 등 강남구 소재 업체 11곳을 방문했다. 이외 일산 소재 커피숍 등도 다녀갔다.

    편의점과 커피숍은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 확진자를 응대한 직원이 밀접접촉자가 아닌 일반 접촉자로 분류됐지만, 자체적으로 해당 직원을 격리하고 해당 점포에 대한 소독 작업에 나섰다. 격리된 직원은 편의점 1명, 커피전문점 3명이다. 매장은 정상 운영 중이다.

    편의점 관계자는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해당 직원을 출근하지 않게 한 상황"이라고 했다. 커피 전문점 관계자도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 응대 직원이 밀접접촉자가 아닌 일반접촉자로 분류했지만, 해당 직원을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쉬게 했다"며 "고객과 접점이 있는 곳에서 일하는 직원에게는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