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항생제 내성 세균, 한강 등 자연 환경서 폭발적으로 증가

입력 2020.01.23 03:09

한강서 시료 채취해 분석해보니 하류로 갈수록 내성 유전자 늘어
분변서 나온 장내세균·병원균과 원래 자연에 있던 세균 만나 증폭

항생제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의 현미경 사진.
항생제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의 현미경 사진. /NIH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耐性) 세균이 자연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지금까지는 항생제 내성균이 주로 병원에서 환자와 의료진을 통해 전파된다고 알려졌는데 자연환경이 내성균의 증식장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중앙대 시스템생명공학과 차창준 교수팀은 국제 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 최신호에 "한강 하류에서 급증하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는 상당수가 인간의 장내 세균과 병원균에서 자연에 있는 세균으로 옮아간 것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항생제 내성균의 전파 양상을 알아내고자 한강 상류에서 하류까지 15곳에서 시료를 채취했다. 그 속의 세균 유전자를 분석했더니 항생제 내성 유전자는 상류보다 인구가 밀집한 하류가 종류에 따라 3~30배 많았다. 작년 스웨덴 연구진은 인구 밀집 지역에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증가하는 것은 분변에 의한 오염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변에서 나온 세균만으로 항생제 내성 유전자의 폭발적 증가를 설명할 수 없었다.

분변에서 나온 세균은 하류에서 1만마리당 약 1마리꼴이었다. 반면 항생제 내성 유전자는 세균 10마리당 하나꼴로 발견됐다. 분변에서 나온 세균보다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훨씬 많이 증가했다는 말이다. 차 교수는 "분변에서 나온 장내 세균, 병원균과 자연에 원래 있던 세균 사이에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의 수평적 이동이 일어나면서 내성 유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라며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환경에 있는 세균을 통해 증폭된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확인했다"고 말했다.

항생제 내성은 전 세계적 문제이다. 매년 약 70만명이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돼 사망한다. 항생제가 듣지 않으면 작은 상처가 나도 치명적 상황에 이를 수 있다. 2016년 영국 정부는 항생제 내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2050년에는 연간 1000만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차 교수는 "항생제 내성 문제는 건강이 인간뿐 아니라 동물, 환경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이른바 '원 헬스(one health)' 개념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항생제 내성균은 사람 손이 닿지 않은 남극이나 캐나다의 영구 동토층에서도 발견된다. 세균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자연적으로 항생물질과 그에 대항하는 내성 유전자가 진화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환자나 가축에게서 나온 항생제 내성균이 자연에 있는 내성 세균들과 만나 증폭돼 다시 사람에게 전파된다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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