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10대부터 로켓 만들던 대학생들의 꿈, 삼촌들 지갑 열었다

조선일보
  •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입력 2020.01.23 03:09

    [이 스타트업에 나는 왜 투자했나] 소형 위성 발사체 만드는 '페리지'
    "로켓 알아야 우리에게 투자하죠" 삼촌이라 부르며 교과서 건네줘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초기 투자자들을 '삼촌'이라고 부르는 스타트업이 있다. 창업자부터 핵심 멤버 대부분이 대학생이다보니, 나 같은 40대 투자자는 자연스럽게 삼촌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이 스타트업은 초소형 우주 발사체를 개발하는 페리지항공우주(이하 페리지)다. 2018년 페리지를 처음 만났고, 나는 '페리지 삼촌' 중 한 명이 됐다.

    페리지 창업자는 아직도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에 재학 중인 신동윤〈사진〉 대표다. 대학생이지만, 업력은 녹록지 않다. 신 대표가 중학생 시절 아마추어 로켓 동호회를 만들었는데 그걸 계기로 싹을 틔웠다.

    그는 중학생 때 이미 데이터 센터 보안 알고리즘을 개발해 매각한 경험이 있다. 남달랐던 소년은 우주에 매료돼, 매각 자금으로 해외에 나가 직접 만든 로켓을 발사해 보길 수차례 했다.

    페리지는 우주산업 스타트업인데, 특히 소형 위성 분야에 도전하는 곳이다. 흔히들 위성이라면 대형 로켓을 떠올린다. 그러나 최근에는 큐브샛(cubeSat·초소형 위성)이라는 가로, 세로, 높이 10㎝의 초소형 위성이 등장하고 있다. 제작 비용은 수천만원으로, 수천억원대 대형 위성에 비해 저렴하다. 생산 기간도 짧다.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싸고 작은 위성은 편대를 구성해 전(全) 지구적 데이터를 수집한다. 예컨대 구글의 위성 자회사인 테라벨라를 인수해 유명해진 플래닛랩스(Planet Labs)는 이미 2014년에 국제우주정거장에 28개의 큐브샛을 배치했고, 지금까지 위성을 200기 이상 발사하기도 했다. 그럼 이런 소형 위성을 쏘아 올리려면 뭐가 필요할까.

    신동윤 페리지 대표
    /블루포인트파트너스
    그렇다. 소형 위성 전용 로켓 발사체가 필요하다. 페리지는 그걸 만들겠다고 나선 팀이다. 이 회사에 투자한 이유는 간단하다. 페리지라면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삼촌'이라고 불러준다고, 조카에게 용돈 주듯이 투자를 결정하는 투자자가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신 대표는 이미 엑시트(매각) 경험이 있는 창업자였고, 그의 옆에는 함께 로켓을 개발하며 10대 시절을 보낸 동료들이 있었다. 역학이나 재료공학, 기계공학, 제어계측 등 발사체 제작에 필요한 분야별 전문 지식을 갖췄다.

    기술만이 아니다. 기존 로켓 프로젝트들을 두고, 예산이나 소요 기간 등을 분석해 페리지의 계획에 맞춘 스케일 다운(scale down)을 해내는 치밀함도 갖췄다.

    우주에 미쳐있던 젊은 팀답게, 투자자를 삼촌이라고 부르면서 진짜 삼촌처럼 편하게(?) 대했다. 아직 학부생이어서 낮에는 수업을 들어야 했던 신 대표를 기다리느라 카이스트 카페에서 '삼촌들'끼리 기다리면서 노닥거리기도 했다.

    "로켓을 아셔야 우리한테 투자하실 수 있다"며 로켓 교과서를 건네준 것도 어린 '조카들'이었다. 작업실에 방문했더니 "들어가시기 전에 별이나 같이 보자"면서 장비 챙겨서 함께 옥상에 올라가기도 했다. 새벽 1시까지 잠도 못 자고 함께 화성을 관측했다.

    삼촌들의 지갑을 열고 투자를 결정하게 만든 건 신 대표의 꿈이다.

    "프록시마 센타우리(지구에서 4.2광년 정도 떨어진 가장 가까운 별)에 제가 만든 발사체들을 보내고 싶어요. 그 발사체들을 통해 프록시마에서 온 신호를 살아 있을 때 듣고 싶어요."

    페리지는 2021년 첫 발사 일정을 앞두고 있다. 페리지의 꿈이 한국 우주산업의 꿈이 되는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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