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가 움직인다, 反조원태 연합군 결성하려…

입력 2020.01.23 03:09 | 수정 2020.01.23 10:53

[한진家 지분 경쟁… 자택 캠프 차린 조현아, KCGI·반도와 3자회동]

- 조현아·KCGI·반도건설 31.98%
반도 "주식보유 목적은 경영참가" KCGI, 조원태 회장 공개 비판

- 조원태측 최대 지분은 33.45%
어머니·조현민 지지까지 받아야 3자 연합군에 간신히 앞서
4.11% 보유한 국민연금이 변수… 막판에 남매간 화해 가능성도

국내 13위 대기업인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주요 주주들 간 막후 세력 규합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주회사인 한진칼 경영권 방어 작업을 위해 대한항공 직원을 파견했다고 공개 비판하자, 재계에서는 22일 '반(反)조원태 연합군'이 행동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CGI는 한진칼의 단일 최대주주다. KCGI는 지난 연말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최근 경영권 참여를 선언한 반도건설과 3자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은 작년 말 동생인 조 회장을 상대로 "'공동 경영하라'는 아버지의 유훈과 다르게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며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촉발시킨 인물이다. 이들이 만난 뒤, 반도건설은 한진칼 주식을 보유한 목적을 '경영 참가'로 바꿨고, KCGI는 조 회장을 공개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자 조 전 부사장, KCGI, 반도건설 등 3자가 연합해 조 회장을 축출하기 위한 모종의 합의를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KCGI와 반도건설은 3자 회동 자체를 부인하고 있으나, 재계 관계자는 "투자 목적을 경영 참가로 변경할 경우, 6개월 이내 실현한 단기 매매 차익을 반환해야 하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반도건설이 경영 참여를 선언한 건 뭔가 '큰 그림'을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조현아·KCGI·반도건설, 공동전선 형성했나

한진칼은 오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의 연임 건을 다루게 돼 치열한 표 싸움이 예상된다. 출석 주주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하면 조 회장은 연임에 실패하고 그룹 경영권까지 잃을 수 있다. 주총 참석률이 77%였던 지난해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안건 통과를 위해 최소 39%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한진칼 지분 구조 그래프

현재 판세론 조 회장 측이 불리하다.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등 '반조원태' 진영의 한진칼 지분은 31.98%에 달한다. 3자 회동도 조 전 부사장이 먼저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자리에 조 전 부사장은 직접 참석했고, KCGI와 반도건설은 강성부 대표와 권홍사 회장 대신 고위 임원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KCGI에는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반도건설에는 일감을 약속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반도건설 측에 '한진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조 회장 역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며 "조 회장 대신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한진그룹 발전을 이끌겠다고 하면 여론전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자택을 사무실로 활용하면서 수시로 변호사 및 측근들을 만나 주총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조원태 해임'이라는 공동 주주 제안을 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실제 KCGI는 "조 회장이 총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주총을 앞두고 한진그룹의 주력 기업인 대한항공의 임직원들까지 한진칼에 불법 파견했다"며 조 회장을 견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적법한 파견"이라고 반박했다.

조 회장은 지분율에서 수세에 몰려 있다. 조 회장의 확실한 한진칼 지분은 본인이 보유한 6.52%, 정석인하학원 등 특수관계인(4.15%), 델타항공(10%) 등으로 총 20.67%에 불과하다. 여기에 지난달 대한항공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한진칼 지분 1%를 매입한 카카오를 우호 세력으로 간주해도 21.67%에 불과하다.

조 회장 입장에선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두 사람의 지분을 합하면 조 회장도 33.45%의 지분을 확보하며, 3자 연합군을 앞서게 된다. 하지만 이 고문과 조 전무가 조 회장 편에 설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고문은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화해를 요구하고 있으나, 잘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 국민연금

업계에서는 한진칼 지분 4.11%를 보유한 국민연금도 중요한 변수로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최근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까지 의결했는데, 최근 부정 편입학으로 학사 학위 취소 처분까지 받은 조 회장 연임에 찬성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고(故) 조양호 회장이 지난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반대로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대표이사직을 잃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

재계에서는 주요 대주주들의 셈법이 제각각이어서, 현재의 판세가 언제든 뒤바뀔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의 느슨한 공동 전선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조 전 부사장도 KCGI나 반도건설과 손잡고 끝까지 가서 얻을 게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라며 “조 회장을 최대한 압박하는 수단으로 KCGI·반도건설과 협상을 진행하다 막판에는 조 회장과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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