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그룹 역사 바꿀 ‘변곡점’ 될만하다…제네시스 GV80

조선비즈
  • 진상훈 기자
    입력 2020.01.21 06:00

    마침내 나왔다. 지난 2017년 뉴욕 모터쇼에서 콘셉트카가 처음 공개된 이후 2년여간 국내 자동차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제네시스 GV80이 지난 15일 베일을 벗었다.

    GV80은 출범 5년째를 맞는 제네시스 브랜드에게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갖는 모델이다. 제네시스는 그동안 G90과 G80, G70 등 3종의 세단 모델을 선보였지만, 수요가 많은 SUV 차종이 없어 브랜드 인지도를 확장하는데 한계가 많았다.


    15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공개된 제네시스 GV80/진상훈 기자
    제네시스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SUV 모델인 GV80에 새롭게 개발한 엔진을 탑재하고 여러 첨단 안전·편의사양과 지능형 IT 기술 등을 적용해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이 주도하는 프리미엄 SUV 시장에 제대로 승부수를 던졌다.

    GV80은 첫 선을 보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도 겪었다. 당초 지난해 하반기 출시 예정이었지만, 가솔린 엔진의 성능 검증이 다소 늦어지면서 디젤 모델만 먼저 나오게 됐다. 11월말로 예정됐던 디젤 모델의 출시도 환경부의 배기가스 인증이 늦어지면서 결국 해를 넘겼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당초 예정보다 출시가 늦어진데 대해 "명품을 제대로 만들어 내기까지 어느 정도 ‘산통(産痛)’의 과정을 겪어야 했던 것으로 이해해줬으면 한다"며 "대신 GV80의 성능과 품질은 분명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15일 신차 설명회가 열린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인천 송도의 경원재 앰배서더호텔을 오가는 왕복 130km 구간에서 GV80 3.0 디젤 AWD 모델을 시승하며 현대차그룹 관계자가 보인 자신감의 근거를 확인해 봤다.

    ◇ ‘두 줄’ 헤드램프·리어램프가 포인트…무광 브런즈윅 그린에 시선 집중

    제네시스 GV80 무광 브런즈윅 그린 컬러 모델의 전면부/진상훈 기자
    사실 GV80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어느 정도 낯이 익었다. 첫 인상은 3년전 뉴욕 모터쇼에서 공개된 콘셉트카의 외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먼 발치에서 봤을 때는 제네시스의 익숙한 디자인 패턴을 기반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SUV, 이 정도다.

    그러나 한 발치 가까운 거리에서 본 GV80의 외관은 곳곳에서 신선한 변화와 역동적인 느낌을 한껏 강조한 디자인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었다.

    GV80의 측면부/진상훈 기자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두 줄로 설계된 전면부 헤드램프다. 제네시스는 헤드램프를 네 개로 나눈 형태의 ‘쿼드램프’로 디자인해 GV80만의 상징성을 부여했다. 평범한 일체형 램프와 달리 가는 모양의 두 줄 램프는 한층 날렵한 첫 인상과 함께 독창적인 느낌을 살렸다.

    이날 신차 발표회에서 기념촬영에 나선 현대차그룹 주요 임원들 역시 손가락 두 개로 포즈를 취해 GV80의 외관 디자인 포인트가 두 줄 램프라는 점을 명확히 드러내기도 했다.

    GV80의 후면부/진상훈 기자
    쿠페와 흡사하게 설계된 측면부의 루프라인 디자인도 강인한 느낌을 살리는데 일조했다. 물결 모양의 바퀴살 안쪽에는 지-매트릭스 문양의 22인치 휠을 적용했고 후면부에도 전면부와 같은 두 줄의 슬림형 리어램프가 적용돼 일체감을 더했다.

    GV80은 총 11가지의 외관 컬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이날 공개된 여러 색상의 GV80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무광의 브런즈윅 그린 모델이었다. 지금껏 국산 모델 가운데 쉽사리 접하기 어려웠던 녹색 바탕의 무광 모델은 다른 고급 수입 SUV와 견줘봐도 결코 뒤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디젤차 편견을 깨는 정숙함과 안락함…스포츠 모드, 확실히 재미있다

    실내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간결함을 추구하는 가운데 고급스러운 시트와 내장재를 적용, 프리미엄 브랜드 SUV의 느낌을 강조했다.

    GV80의 운전석과 조수석 내부/진상훈 기자
    대시보드 중앙 상단에는 14.5인치의 큼직한 돌출형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얹었고 센터페시아는 잡다한 스위치를 모두 제거하고 공조장치와 계기판은 하단에 배치했다. 전진과 후진, 주차, 중립 기능은 돌출형 기어 대신 오른손으로 돌려서 맞출 수 있는 다이얼 방식으로 설계했다.

    주행성능과 소음, 진동 등은 기대했던대로 탁월했다. 도심에서 저속주행을 할 때 디젤차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소음이나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자유로에 진입해 속도를 높여도 별다른 소음 없이 묵직하게 힘을 내며 질주했다.

    GV80의 엔진룸/진상훈 기자
    GV80은 주행 중 발생하는 노면소음을 저감해주는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이 적용됐다. 이 기술은 노면소음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0.002초만에 반대 위상의 음파를 발생시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불규칙한 노면 소음을 획기적으로 낮춘다.

    GV80은 직렬 6기통 3.0 디젤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78마력, 최대토크 60.0kg·m의 주행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후륜구동 기반의 SUV에 최적화된 신규 플랫폼이 적용됐고 핫스탬핑 강판을 확대하는 등 차체 골격구조도 강화해 험로에서도 수준 높은 주행성능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GV80의 뒷좌석/진상훈 기자
    주행모드를 컴포트에서 스포츠로 바꿔 제대로 속도를 내봤다. 직선주로에서 가속페달에 제대로 힘을 싣자 묵직한 엔진음을 내뿜으며 순식간에 시속 100km 이상으로 치고 나갔다. 스포츠 모드에서의 엔진음은 디젤차 특유의 시끄러운 소음보다는 마치 스포츠카를 모는듯 박진감을 더해줘 오히려 운전의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꿔 주행할 때는 자동으로 시트가 체형에 맞게 조절됐다. GV80은 운전석 등과 옆구리, 엉덩이 등의 위치에 7개의 공기주머니를 배치해 주행시 안락감과 착좌감을 높이고 공기주머니 개별 제어를 통해 스트레칭 모드를 제공하는‘에르고 모션 시트’가 적용됐다.

    ◇ 한 단계 더 진화한 음성인식 기능…자동 차선변경은 아쉬워

    최근 출시되는 신차에는 계기판 버튼을 누를 필요 없이 말로 각종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음성인식 제어 기능이 탑재되고 있다. GV80에는 한층 강화된 음성인식 제어 기술이 적용돼 대부분의 명령을 무리없이 수행했다.

    GV80은 선루프를 열어 소음이 심한 상황에서도 음성명령을 정확히 인식했다./진상훈 기자


    스포츠 모드로 주행 중 선루프를 열어 소음이 심한 상황에서 카카오 음성인식 기능을 활성화하고 "선루프를 닫아줘"라고 명령했다. GV80은 곧바로 "선루프를 닫을게요"라고 되풀이해 명령을 확인한 후 자동으로 지붕을 닫았다.

    곧이어 "원숭이띠의 오늘 운세를 알려달라"고 말을 걸자 역시 인터넷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오늘의 운세를 자세하게 알려줬다. 또 "오늘은 여유롭게 목표를 향해 달려가라"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한층 진화된 음성인식과 커넥티드 기능을 기반으로 차가 비로소 ‘움직이는 비서’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GV80은 운세나 주식정보 등 여러 실시간 정보도 음성명령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진상훈 기자



    국내 최초로 적용된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도 사용하기에 편리했다. 이 내비게이션은 실제 주행영상 위에 가상의 주행 안내선을 입혀 운전자의 도로 인지를 돕는 기술이다. 차량 전방에 부착된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인포테인먼트 화면에 띄우고 최적 주행 경로를 가상의 그래픽으로 표시한다. 차선을 이탈하거나 주위차량과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 사고 위험이 있을 때는 별도의 경고 표시가 뜬다.

    GV80의 뒷좌석 차문/진상훈 기자
    다만, GV80에 탑재된 고속도로 주행보조 II(HDA II) 기술은 좀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졌다. HDA II는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차선을 바꾸기 위해 스티어링휠을 돌릴 필요 없이 방향지시 레버만 움직이면 자동으로 차선 변경이 되는 기술이다.

    이 기능을 활성화한 뒤 좌회전 방향지시등을 켰지만, 차는 스스로 왼쪽 방향으로 차선을 바꾸지 않았다. 수 차례 시도 끝에 방향지시 레버에서 손을 떼지 않고 스위치만 켠 채로 몇 초를 대기하자 비로소 차가 스스로 차선을 바꿨다. 아직까지 방향지시등의 변화에 차가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해 차선 변경은 운전자 스스로 하는 편이 훨씬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시작가는 6580만원…모든 옵션 적용하면 8850만원

    제네시스 GV80 디젤 모델의 제원상 복합연비는 리터당 11.8km였다. 시승을 마친 후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는 11.1km로 나왔다. 연료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뛰어나다는 디젤차임을 감안할 때 연비는 결코 높다고 보기 어렵다.

    GV80의 가격은 기본 6580만원부터 시작한다. 여기에 전자식 차동 제한장치를 적용하고 7인승, 무광 컬러, 22인치 타이어, 각종 편의사양 패키지 등 여러 선호 옵션을 모두 적용할 경우 최고가격은 8850만원까지 올라간다.

    15일 인천 송도 경원재 앰배서더 호텔에 주차된 GV80/진상훈 기자
    현대차그룹은 GV80에 여러 국내 최초 기능을 포함한 여러 첨단 안전·편의사양을 적용했다. 새롭게 개발한 엔진을 탑재해 주행성능도 높였고 지금껏 선보인 모델 가운데 단연 으뜸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디자인도 공을 들여여 완성했다. 다만, 연비와 가격대로 볼 때 가성비 측면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은 듯하다.

    사실 GV80의 가격대를 놓고 현대차그룹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주로 고위급 기업 임원을 위한 법인차량으로 판매되는 대형 플래그십 세단 G90 정도를 제외하면 여러 옵션을 적용해도 국내 SUV에 9000만원 가까운 가격표를 붙이는 것은 분명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가 진정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려면 수년간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GV80부터 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만약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GV80이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올린다면 분명 제네시스의 브랜드 가치도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시승을 통해 확인한 GV80의 가치는 50여년이 넘는 현대차그룹 전체의 역사를 바꿀만한 ‘변곡점’이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 몇 달 후 출시될 가솔린 모델이 기대를 어긋나지 않는다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에 비해 가격대는 저렴하면서 성능은 탁월한 고급 브랜드’로 확실한 위치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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