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단백질원으로 주목받는 곤충

입력 2020.01.18 06:00 | 수정 2020.01.18 09:21

국내 곤충 사육 농가·법인 2012년 383곳에서 2018년에는 2318곳으로 증가
고소하고 의학적 효능 뛰어나
가축·양어 사료용으로도 우수해

국내 곤충 시장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거 관상용이나 학습용으로 주로 키우던 곤충이 최근 들어 가축 사료 원료와 사람이 섭취하는 단백질원 등으로 주목받으면서 국내 곤충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서울대에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곤충시장은 2011년 1680억원에서 2018년 2648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 예상 시장규모는 2018년보다 1000억원쯤 커진 3616억원이다.

국내 곤충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는 과거 학습, 애완, 화분매개, 지역행사 등으로 국한된 활용 분야가 최근 식용과 사료용, 유용물질 등으로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굼벵이로 불리는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를 비롯해 ‘갈색거저리’, ‘귀뚜라미’ 등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용곤충의 경우 2011년까지만 해도 시장조차 형성되지 않았지만 2018년 시장 규모가 430억원으로 성장했다. 2020년에는 50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갈색거저리, 귀뚜라미, 동애등에 등 사료용 곤충 시장은 2011년 25억원에서 2018년 170억원으로 성장했고, 2020년에는 226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밖에 곤충오일, 단백질 등 곤충에서 추출한 유용물질 시장도 2011년 41억원에서 2018년 208억원으로 성장했다. 2020년 예상 시장은 277억원이다.

국내 곤충 시장이 열리면서 사육농가와 법인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곤충 사육 농가와 법인은 2012년 383곳에서 2016년 1261곳으로 증가했으며, 2018년에는 2318곳으로 늘었다.



◆곤충, 사람이 먹으면 좋아요

최근 식용 곤충 리스트에 새로 포함된 아메리카왕거저리를 비롯해 메뚜기, 누에번데기, 백강잠, 갈색거저리유충(고소애), 쌍별귀뚜라미(쌍별이), 흰점박이꽃무지 유충(꽃벵이), 장수풍뎅이 유충(장수애) 등은 40~70%가 양질의 단백질로 구성될 정도로 우수한 식품원료다.

혐오스러운 생김새와 달리 맛도 우수하다. 대표적인 곤충이 ‘고소애’로 알려진 갈색거저리다. 갈색거저리는 새우와 같은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감칠맛을 내기 위해 사용하는 소고기, 다시마, 멸치, 새우 등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다. 일반적으로 곤충 단백질에는 20가지 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 있는데 이들 아미노산 중 고소한 맛을 내는 글루탐산(Glutamic acid)이 가장 많다.

의학적인 효능도 밝혀졌다. 농진청은 갈색거저리에서 추출한 물질을 분석한 결과 간암 세포 활성을 억제하고, 항치매 효과도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수술 전후 적절한 영양공급은 회복 과정의 환자에게 매우 중요한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영양실험에서 갈색거저리 분말을 섭취한 수술 환자의 골격과 근육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농진청이 2019년 세브란스 병원과 진행한 임상실험에서는 갈색거저리를 지속적으로 섭취한 암수술 환자들의 면역력이 평균 16.9% 증가했다. 이미 발빠른 일부 곤충농가에서는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스포츠센터를 통해 운동 후 이용하는 식음료 재료로 갈색거저리를 판매하고 있다.

방혜선 농진청 곤충산업과 과장은 "국내 환자식의 10%만 대체한다고 가정해도 시장 규모가 2000억원에 달한다"며 "갈색거저리가 헬스 식음료와 환자식으로 시장을 넓혀나간다면 지속적인 수요가 창출되어 곤충 시장이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현재 강남센브란스병원과 공동으로 항암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환자식’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농촌진흥청의 기술을 지원받아 CIEF가 대량 사육에 성공한 동애등에. /박지환
◆ 친환경적이고, 가축·물고기 사료 원료로 경제성 뛰어나

곤충은 가축이나 물고기 사료 원료로 경제성이 우수하고 친환경적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2013년부터 10년 동안 진행한 세계 식용·사료곤충에 대한 연구·조사결과를 보면 1kg의 단백질을 얻기 위해 소는 10kg의 사료를 먹어야 하지만 곤충은 1.7kg의 사료만 먹어도 될 정도로 생산성이 우수하다.

또 소와 곤충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물 사용량 비율도 각각 2850:1과 1500:1일 정도로 친환경적이다. 세계 경작지의 33%가 가축 사료용 작물 생산에 이용되고, 사료용 작물 경작지 확대를 위해 매년 브라질 아마존과 같은 크기의 산림이 파괴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곤충 단백질의 유용성을 판단할 수 있다. 이밖에 식용 및 사료로 사용되는 곤충의 경우 곡물의 껍질이나 찌꺼기인 ‘박(粕)’을 주요 먹이로 하기 때문에 인간과 먹이 경쟁을 하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곤충은 물고기 양식장 사료 원료로도 주목받고 있다. 곤충사육전문기업인 CIEF는 최근 국립수산과학원과 동애등에를 원료로 일반 배합사료보다 영양가가 많고, 기능성이 우수한 양식 넙치(광어)용 친환경 곤충배합사료를 개발했다. CIEF는 하루 4톤(t)쯤의 동애등에를 생산할 수 있는데 가공 처리한 음식물 잔반을 이용해 생산비가 적게 들고, 면역물질인 라우릭산을 다량 함유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 국립수산과학원이 곤충배합사료와 일반 배합사료를 비교 분석한 결과, 곤충배합사료를 먹인 넙치는 배합사료를 먹인 넙치보다 중량은 17%, 생존율은 2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육질 분석 결과에서도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DHA 등이 곤충 배합사료를 먹인 넙치에 더 많았다.

해외에서도 곤충 단백질을 물고기 사료용 원료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프랑스 옌섹트와 네덜란드 '프로틱스(Protix)'가 대표적인 기업이다. 옌섹트는 곤충 단백질 옌밀과 곤충 오일 옌오일을 개발한 뒤 현재 다양한 양식장에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옌섹트에 따르면 양식장 새우에 곤충 사료를 줬을 때 중량이 기존 일반 사료를 먹였을 때 30% 많이 증가했다. 무지개 송어의 경우 성체로 성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3%쯤 단축됐다. 최근 농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개체 중량이 기존보다 13.7% 더 많이 증가했다. 프로틱스는 최근 4500만달러(약531억)를 투자받아 곤충을 원료로 물고기 사료를 만드는 공장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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