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갑자기요? 한국판 CES+MWC 또 졸속 추진

조선일보
  • 이순흥 기자
    입력 2020.01.17 03:10

    [산업부 내달 17일부터 코엑스에서… 보여주기식 관제동원 행사 논란]

    - CES는 1년前부터 준비하는데…
    작년에도 급하게 개최하더니 올해 판 키워, 통신사도 참여시켜

    - 작년에 고작 1만명 찾았는데…
    문대통령 온 첫날 빼고는 썰렁, 기업들 "얻을 수 있는 이득 없는데 정부가 하라니 할 수밖에"

    한국판 CES+MWC 개요표

    정부 주도로 다음 달 17일부터 사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한국판 CES(소비자가전쇼)+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가 열린다. 지난해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한국판 CES'를 열었는데, 올해는 통신 회사들까지 참여시켜 규모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CES는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전시회이고, MWC는 다음 달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다. '한국판 CES+MWC'는 고작 한 달 남짓 준비 기간으로 급조해, 참여 기업 명단도 확정되지 않았다. 졸속 행사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CES, MWC가 올해 행사가 끝나면 바로 내년 행사 준비에 들어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에도 기업들마다 수억원씩 썼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첫날을 빼고는 관람객이 거의 없었다"며 "가뜩이나 기업 사정이 좋지 않은데, 이런 보여주기식 관제 동원 행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효과 없는 관제 행사"

    16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17일부터 사흘간 서울 코엑스 D홀에서 '대한민국 혁신산업대전'을 개최한다.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은 물론 혁신 기술을 보유한 중소·벤처기업이 참여 대상이다. 전시회가 열리는 코엑스 D홀(면적 7281㎡·약 2200평)은 최대 360개 부스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산업부 측은 "수백 개 업체가 참여 지원에 몰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지만, 업계 반응은 싸늘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관계자는 "올해 CES 전시물 중 극히 일부만 전시할 계획인데, 그래도 2억~3억원 정도는 들 것으로 보인다"며 "별 효과 없는 관제(官製) 행사지만 정부에서 하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참여한다"고 말했다. '혁신산업대전' 이후 곧바로 MWC에 참여해야 하는 통신업계에서는 불만 목소리가 더 높다. 업계 관계자는 "CES와 MWC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이 비즈니스 미팅을 갖고 현장에서 계약 체결 등의 성과를 낼 수도 있다"며 "반면 한국판 CES와 MWC에서 기업들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전무하다"고 했다.

    ◇1년 전 급조했던 행사 또 반복

    정부는 1년 전 '급조 전시회'로 이미 실패를 맛봤다.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1월 29일 서울 DDP에서 '한국 전자IT산업 융합전시회'를 3일간 함께 열었다. 행사 일정은 불과 개최 열흘 전쯤 기업에 통보됐다. 졸속으로 열린 행사에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네이버 등 국내 주요 IT 대기업들은 미국 CES에서 선보인 제품을 거의 그대로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행사가 열린 DDP 알림 1관 면적은 2992㎡(약 907평)로, 미국 CES 때 3368㎡(약 1021평) 규모 전시관을 썼던 삼성전자 부스 하나보다 작았다.

    실제 행사 효과도 미미했다. 당시 사흘간 전시회를 방문한 사람은 1만명 남짓에 그쳤다. 미국 CES 2020에는 161개 국가에서 총 4500여 업체가 참가했고, 관람객만 모두 18만명이 다녀갔다. 정부는 올해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참여 기업을 크게 늘리고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는 물론 기업 간 거래(B2B)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스 대여 비용 등을 포함해 1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다. 지난 10일(현지 시각) 막을 내린 미국 CES엔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직접 참석했다. 산업부 수장으론 14년 만의 CES 방문으로, '한국판 CES'를 위해 '원조(元祖)' 행사를 경험해 보자는 취지였다.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이번 '대한민국 혁신산업대전'을 추진했다고 밝혔지만 이렇게 준비해 왔다는 사실을 아는 기업은 거의 없고 관람객들에 대한 홍보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현장에선 올해 CES를 마치자마자, MWC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또다시 다급하게 행사를 밀어붙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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