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그 입 좀…" 부동산 실수요자들 분노

조선일보
  • 정순우 기자
    입력 2020.01.17 03:10

    [정부는 연일 反시장적 발언]

    "1주택자도 죄인이냐" "집값 올랐다고 이사도 못가냐" 부동산 커뮤니티마다 불만 폭주
    정부가 서울만 때리는 사이 수원·용인 등 수도권에 풍선효과
    "4월 총선 앞둔 정부·여당, 집값으로 지방 票心노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43)씨는 내년 중학생이 되는 딸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이사하려다가 벽에 막혔다. 지금 사는 아파트를 전세 놓고 받을 보증금에 2억원 정도의 전세 자금 대출을 보태 강남에 전세 아파트를 구하는 게 그의 계획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오는 20일부터 9억원 넘는 집을 가진 사람이 전세 대출을 받는 길을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집은 3년 사이에 시세가 7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라 무주택자보다는 형편이 낫지만 계획대로 이사조차 못 가게 돼 답답해하고 있다. 김씨는 "다(多)주택자도 아니고 시세 차익을 손에 쥔 것도 아닌데, 집값 올랐다고 이사까지 못 가게 막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의 마구잡이식 부동산 정책 때문에 30~40대 실수요자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달 '12·16 부동산 대책'으로 9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이 까다로워진 데 이어, 9억원 넘는 집 한 채를 가진 사람에 대한 전세 자금 대출 규제도 실제 시행되게 됐다. 대출이 막히면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1주택자의 갈아타기(집을 팔고 다른 집을 사는 것), 자녀 교육을 위한 전세 이사 등도 모두 막혀버렸다. 이런 분노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청와대와 정부 고위급 인사는 총선을 겨냥한 반(反)시장적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뿔난 3040 "1주택자도 죄인이냐"

    16일 정부가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 대출 규제를 오는 2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히자,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관련 글이 폭주했다. 긍정적인 반응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1주택자도 죄인이냐' '정부가 애먼 실수요자만 잡는다' 등 부정적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정부의 부동산 관련 발언들 그래픽

    1주택자가 전세 대출을 받는 것은 대부분 이사는 가야 하는데, 기존 집을 팔고 이사 갈 지역의 집을 매수하기 어려운 경우다. 예컨대 신혼부부가 직장 근처에 살다가 자녀 교육을 위해 학군 좋은 지역으로 옮겨가는 경우, 과거에는 집을 팔고 새집을 대출 끼고 살 수 있었지만 12·16 대책 이후 15억원 초과 주택은 대출이 막혔고 9억원 초과 주택도 한도가 줄어서 어려워졌다. 기존 집을 전세 주고 그 돈에 전세 대출을 보태서 이사 갈 지역의 전세 아파트를 구하는 차선책도 20일부터는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전세 자금 대출로 주택을 매수하는 편법을 막기 위해 이 같은 규제를 만들었다지만 전세 대출 전체를 규제 대상으로 삼은 탓에 투기 근절 효과보다 실수요자 피해가 더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7년 기준 서울 사람 중 자기 소유의 집에 사는 사람의 비율(자가점유율)은 43.3%로 전국 평균(57.7%)을 크게 밑돈다. 그만큼 전세살이가 많다는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정부가 고가 주택이나 투기 세력을 겨냥한 규제를 내놓는다 하더라도 그 영향은 시장 전체로 퍼질 수밖에 없다"며 "서민 실수요자나 무주택자 피해 없이 강남 집값만 잡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편 가르기 해 서울만 때리는 부동산 정치

    12·16 대책 후 서울 집값의 급등세는 확실히 꺾이고 있다. 대책 발표 직전 0.2%에 달했던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한국감정원 기준)은 이달 13일 0.04%까지 줄었다.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들은 호가가 3억~4억원씩 떨어져도 거래가 되지 않고 있다. 감정원 관계자는 "대책 영향과 집값 상승 피로감으로 가격을 선도하던 주요 단지들 대다수가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평했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서울을 겨냥한 반시장적 규제의 필요성만 강조하고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라디오에 출연해 “강남 집값 안정이 1차 목표”라고 말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도 같은 날 라디오에서 ‘매매 허가제’와 대출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아직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여당의 발언이 4월 총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한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지방과 수도권 외곽 사람들의 표심을 잡으려면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떨어뜨려야 한다는 조바심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와 여당은 4월 총선 전까지 확실하게 서울 집값을 떨어뜨리거나, 최소한 ‘떨어뜨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서울 부동산 시장만 쳐다보는 사이 수도권 일부에서는 풍선효과가 심화되고 있다. 경기도 용인 기흥구(0.66%)·수지구(0.59%), 수원 팔달구(1.02%) 등은 12·16 대책 후 아파트값 상승 폭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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