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아빠만 이사오는 혁신도시… 절반은 미분양 '신음'

조선비즈
  • 허지윤 기자
    입력 2020.01.17 06:00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을 대거 이전시키며 10개의 혁신도시를 조성했지만, 지금까지 성적은 절반의 성공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가족을 두고 혼자 이주한 직원이 많은 탓에 절반 정도의 지역에서는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국에는 현재 △강원 원주시 △대구 동구 △울산 중구 △충북 진천군·음성군 △경북 김천시 △전북 전주 완주군 △광주전남 나주시 △부산 영도구, 남구, 해운대구 △경남 진주시 △제주 서귀포시 등 10곳이 혁신도시로 지정됐다.

    이들 10곳에는 주택 공급도 줄을 이었다. 공공기관이 새로 들어오면 주택 수요가 늘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의 혁신도시 공동주택 정보에 따르면, 2011~2012년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1만9463가구를 분양한데 이어 2013년 1만7408가구, 2014년 1만6786가구, 2015년 9981가구, 2016년 1만2076가구를 연이어 분양했다.

    강원도 원주 혁신도시에 있는 한 아파트 전경. /조선DB
    ◇ 공공기관 이전 불구 터전 안 잡아…"서울 집값·교육· 생활인프라 격차"

    하지만 일부 혁신도시는 미분양이 느는 등 부동산 시장에 문제가 생긴 상태다. 미분양이 느는 데는 애초 예상보다 정착한 인원이 많지 않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가족을 두고 혼자 지방으로 가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경욱(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6월 기준 전국 혁신도시에서 일하는 공공기관 직원은 4만923명이다. 이 중 배우자·자녀 혹은 독신이지만 부모와 함께 이주한 직원은 1만5675명이고 가족 동반 정착률은 38.3%다.

    미분양이 많아진 대표적인 지역이 강원도 원주다. 13개 공공기관이 이전한 원주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11월말 기준 현재 2701가구다. 현재 강원도 내 다른 시·군 가운데서도 미분양이 가장 많다. 혁신도시 조성 사업에 따른 분양 확대 초기 시점인 2012년 5월 이지역 미분양 물량은 308가구였다.

    지역 주택 공급이 늘어난 탓도 있지만, 원주의 경우 서울과 가깝다는 점이 오히려 한계점으로 꼽힌다. 원주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도로교통공단, 대한광업진흥공사, 대한석탄공사 등이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상당수 직원이 원주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KTX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거나 ‘기러기 아빠’, ‘주말 부부’를 택했다.

    원주 소재 공공기관에 다니는 정 모씨는 "아직도 KTX를 이용해 서울에서 출퇴근하고 있는 사람이 제법 많다"면서 "특히 기혼자들은 서울과의 집값 격차, 자녀 교육 여건 등 때문에 원주 정착을 꺼린다"고 말했다. 정 씨는 "작년 11월 원주로 본사를 완전 이전한 한 기관의 경우 기관 소속 전문직군들이 연이어 퇴사 의사를 밝히거나 퇴사를 고려해 한바탕 떠들썩했다"고 덧붙였다.

    경상북도 김천도 문제를 겪고 있다. 2012년 5월 말 135가구이던 김천의 미분양 물량은 작년 11월 말 1151가구까지 늘었다. 김천에는 한국도로공사, 한국건설관리공사, 교통안전공단, 정보통신부조달사무소 등 13개 기관이 혁신도시 조성을 위해 이전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전북지역본부, 대한지적공사, 농업과학기술원 등 13개 기관이 둥지를 튼 전북 전주 완주군은 221가구가 미분양이다. 도시 규모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최근 미분양 물량이 소폭 해소되긴 했으나, 향후 빈집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이 지역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완주군의 인구는 2010년~2017년 8만5119명에서 9만5975명으로 늘다가 2018년 상승세가 꺾여 2019년 12월 현재 9만220명으로 준 상태다.

    9개 공공기관이 둥지를 튼 서귀포시의 경우 2012년 초만해도 5가구~16가구 수준에 그쳤던 미분양 물량이 가장 최근에는 696가구까지 늘었다. 서귀포로는 한국정보문화진흥원, 한국국제교류재단, 재외동포재단, 기상연구소 등이 이전했다.

    이 곳은 혁신도시 조성뿐만 아니라 외지인 투자 수요가 늘면서 공급이 급격하게 이어졌다가 다시 지역 부동산 경기가 꺾이고 투자 수요가 가라앉으면서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 10개 혁신도시 조성 지역 주택 미분양 현황. /그래픽=정다운 디자이너.
    ◇ "교육·생활 격차 해소해야 성공할 것"

    반면 혁신도시가 서서히 효과를 내는 곳도 있다. 총 12개 기관이 이전한 충북 진천군·음성군의 현재 미분양 물량은 238가구다. 음성군은 1년 전 미분양 물량이 1051가구에 달했는데, 135가구로 줄어들며 미분양 물량을 빠르게 해소했다. 진천군의 미분양 물량은 1년전보다 145가구 줄어든 103가구다. 충북혁신도시 개발과 함께 최근 4년간 6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며 CJ제일제당, 한화큐셀 등의 우량기업이 들어온 결과다.

    3개 구에 12개 공공기관이 이전한 부산의 경우, 센텀시티일반산업단지로 지정된 해운대구는 미분양 물량 49가구에 그쳤다. 동삼혁신도시가 있는 영도구는 168가구가 미분양이고, 대연혁신도시, 문헌혁신도시로 지정된 남구의 미분양 물량은 51가구다. 도시 규모를 감안하면 많지 않은 물량이다.

    최근까지 지역경제 악화로 부동산 시장 침체기를 겪었던 울산의 경우 우정혁신도시가 조성된 중구가 지역 내 다른 곳보다 공급 주택 물량 해소 속도가 빠른 편이다. 울산 내에서는 혁신도시 지역인 울산 중구의 미분양 물량이 48가구로 가장 적다. 동구는 476가구, 남구 328가구, 북구는 280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10개 혁신도시 지역들의 엇갈리는 주택 수급 상황이 혁신도시 조성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혁신도시조성 사업은 서울에 집중된 인구 분산과 지역 균형 발전 등 좋은 취지가 깔린 정책이지만, 해당 지역들로 기업을 유치하고 기관 및 기업 내 근무자들이 가족과 함께 지역에 뿌리를 내리게 하는 데는 아직 성공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면서 "점점 벌어지고 있는 교육 및 생활 환경에 관한 인프라 격차를 해소해야만 혁신도시 조성사업이 본래 취지대로 성과를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의 경우 부동산 시장에 추가로 부담이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해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경남 진주 혁신도시(2063가구), 전남 혁신도시(1478가구), 전북 완주 혁신도시(494가구) 등 세 곳에만 4035가구의 입주가 진행될 예정이다.

    김은진 부동산 114리서치 팀장은 "혁신도시 지역 중 상대적으로 공급 부담이 큰 강원과 영남권 지역은 당분간 미분양 물량 해소 부담이 작용할 것"이며 "앞서 상대적으로 신규 공급이 적었던 지역의 집값은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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