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犬찰'이냐 '경찰'이냐

조선비즈
  • 박성우 기자
    입력 2020.01.14 15:46 | 수정 2020.01.15 09:17

    "됐다. 됐어… 드디어 통과됐네."

    지난 13일 밤 9시쯤, 서울 미근동 경찰청 옆 식당가에서는 경찰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경찰의 65년 숙원사업이라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오랜 진통 끝에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식당가 안과 밖에서는 수사권 조정이 주된 얘깃거리였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송치 전 검찰의 수사 지휘를 없애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는 내용이다. 그동안 경찰이 강력히 원했던 영장청구권은 헌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여전히 검찰의 고유권한으로 남았다. 하지만 검찰이 영장을 기각할 경우를 대비해 경찰에 '이의제기권'도 부여됐다. 검찰의 권한은 줄어든 만큼 수사에서 차지하는 경찰의 권한은 커졌다. 사실상 경찰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역사상 첫 수사 종결권을 확보한 경찰의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그만큼 비대해진 경찰 권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경찰청도 이를 의식한 듯 "경찰 수사에 대한 참여와 감시를 확대하고, 사건 접수부터 종결까지 전 과정에 걸쳐 내·외부 통제장치를 강화하겠다"며 신중한 공식 입장을 내놨다.

    경찰 권력에 대한 우려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고 경찰이 자체적으로 수사를 종결하면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봐주기 수사’를 해도 이를 통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가 없는 뇌물 범죄나 유력 정치인이나 재벌 총수 사건 등 민감한 사건에 대해서는 사건이 묻힐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부실 수사 우려도 제기된다. ‘버닝썬 사건’에서 경찰은 ‘경찰총장'으로 불리던 윤규근 총경에게 직권남용 혐의만 적용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검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 뇌물수수 혐의로 그를 구속하면서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다. 최근 논란이 되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에서 볼 수 있듯 경찰이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경찰력을 사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셋째, 일각에서는 경찰의 정보 수집 기능을 우려했다. 경찰 권력의 분산을 위한 자치경찰제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경찰이 정보와 독립적 수사 기능을 모두 갖춘 거대 권력기관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당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수사권 조정안을 협의하면서 경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 △자치경찰제 시행 △정보경찰 통제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자치경찰제를 담은 경찰법 전부개정안과 정보 경찰의 정치개입 통제·처벌을 담은 경찰개혁법안 모두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 여권이 검찰의 힘을 빼고 경찰에 힘을 실어주는 법안 통과를 강행하면서 경찰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들은 쏙 빼놓은 것이다.

    경찰이 정부의 입맛에 따라 ‘맞춤형 정보’를 수집·제공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 수집을 전면 폐지하면서, 청와대가 공무원이나 공직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경찰의 정보 수집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도 경찰들 사이에서 나온다. 실제 청와대가 경찰청을 통해 검사장과 차장검사 승진 대상 기수인 사법연수원 28~30기 검사들의 세평 수집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사권 조정 법안은 공포 6개월 뒤 대통령령으로 시행 시점을 정하도록 해 올해 안에는 시행될 예정이다. 경찰에게 남겨진 숙제는 많다. 지난해 뒤늦게 진범이 드러난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에서 보듯 국민은 여전히 경찰에 대한 불신과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검찰 개혁’이 논란이 됐던 것은 검찰이 국민보다는 권력의 눈치만 봤다는 지적도 한몫을 했다. 경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권력자들의 충성스런 개’라는 의미로 ‘견(犬)찰’이라고도 불렸다. 과거의 과오가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막강해진 경찰의 힘을 살아있는 권력이 아닌,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앞으론 ‘견찰’이 아닌 ‘경찰’로 빛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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