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1인 가구에 불리한 청약제도 개선안 검토

입력 2020.01.14 10:44 | 수정 2020.01.14 10:58

560만 가구까지 늘어난 1인가구 청약 배제에 부담느낀 정부

직장인 이모(41)씨는 12년 전에 청약 통장에 가입했다. 그는 지금까지 계속 무주택자였지만 아직 미혼이라 부양가족이 없어 청약 가점은 39점에 불과하다. 평균 청약 당첨 가점이 50~60점대에 달하는 서울 주요 아파트 청약은 꿈도 못 꿀 점수다. 이씨는 "부양가족 1명 당 5점씩 가점을 주는 주택청약 가점제에서 나 같은 미혼자는 서울 시내 청약은 생각도 못한다"고 했다.

정부가 이씨처럼 혼자 사는 사람(1인 가구)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설계된 현행 청약 가점제에 대한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청약 가점제도는 민영주택이나 국민주택의 입주자를 선정할 때 ▲부양가족 수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높은 사람이 우선 청약에 당첨되도록 한 제도다.

작년 12월 5일 방문자들이 효창파크뷰데시앙 견본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이달 중 첫 회의를 여는 1인 가구 정책TF에서는 1인 가구가 불리한 조건에 처하지 않을 수 있는 청약 가점제 개선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1인 가구 정책TF는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이들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내놓기 위해 발족한 TF다.

1인 가구는 2010년에는 전체 가구의 23.9%였지만 2018년에는 29.3%까지 급증했다. 통계청 인구총조사에서도 1인 가구는 2000년 222만 가구에서 2017년 562만 가구로 빠르게 느는 것으로 파악됐다. 2030년에는 전체 가구의 33.8%가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3가구 중 1가구는 1인 가구로 채워지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1인 가구의 의견을 들어보면 주거 부문에서 가장 관심을 갖고 개선을 요구하는 부분 중 하나가 청약 가점제"라며 "(부양가족) 가점이 전혀 없어 청약에 넣어도 다 떨어진다는 불만이 많아 이 부분을 들여다 볼 계획"이라고 했다. 소형 아파트 등 일부 제한된 아파트에 대해 1인 가구에 불리한 가점제를 보완해 주는 방안이 없는지 정부가 검토하겠다는 얘기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1인 가구가 우리 사회의 주된 주거형태로 등장했는데 (기존)제도들이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에 맞게 돼 있는지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것"이라며 "아직 1인 가구를 위한 가점제 개선이 가능한지 여부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합리적으로 제도를 개선할 여지가 있는지 들여다 보겠다"고 했다.

정부가 1인 가구정책 TF의 주제 중 하나로 청약 가점제 개선을 고민하는 이유는 이 제도가 1인 가구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청약 가점제는 부양가족 수에 따라 1명 당 5점씩 가점을 주고 부양가족이 늘면 계속 가점이 느는 구조다.

예를 들어 미혼의 1인 가구는 본인을 1명의 부양가족으로 계산해 기본 가점인 5점을 받지만 자녀와 배우자 등 3인으로 구성된 가구는 자녀와 배우자의 가점 5점씩을 합쳐 총 15점의 가점을 받는다. 자녀가 2명이면 배우자와 본인을 포함해 20점의 가점을 받는다. 최대 가점은 35점이다. 1인가구와 3~4인 가구는 10~15점의 가점 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선 2017년 10월 이후부터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 이하 당첨자를 모두 가점순으로 정하는데 서울의 인기있는 아파트는 당첨자 최저 가점이 이미 60점대 중후반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당첨자를 정한 서울 래미안라클래시 당첨자의 최저 가점은 64점인데, 1인 가구는 무주택기간이나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부양가족이 없어 64점을 채울 수 없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청약 가점제는 많은 청약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1인 가구를 위한 청약 가점제 개선은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문제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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