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는 좋은데... 자금 계속 빠지는 '환경·사회책임' 펀드

조선비즈
  • 이경민 기자
    입력 2020.01.14 11:00

    평가기준 모호해 투자 기업 선정에 애로

    ESG(환경·사회 책임·지배 구조) 평가 등급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ESG 펀드가 계속되는 자금 이탈로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ESG 투자는 사회적 책임 투자(SRI)에서 구체화된 개념으로 친환경, 사회 기여, 지배 구조 건전성에 부합하는 기업이 지속가능성이 높고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도입된 투자전략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활용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ESG가 사회적 가치로 정착되지 않은데다 애매모호한 평가 기준 때문에 신뢰가 떨어진 점을 자금 이탈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10일 미세먼지가 가득 낀 태국 방콕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끼고 걸어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ESG 펀드에서 113억원이 순유출됐다. 펀드 중 ‘한화ARIRANGESG우수기업증권상장지수펀드(ETF)’에서 175억원, ‘하이사회책임투자증권투자신탁[주식]’에서 168억원이 빠져나갔다. ‘하이FOCUSESGLeaders150증권EFT[주식]’와 ‘HDC좋은지배구조증권투자신탁 1[주식]’에서도 100억원 넘게 유출됐다.

    ESG 투자가 본격화한 지 약 10년이 됐지만 ESG 펀드 순자산 규모는 3784억원으로 다른 테마 펀드에 비해 규모가 적다. 4차산업 펀드는 규모가 1조원이고, 헬스케어 펀드는 6600억원, 코스닥벤처펀드는 4132억원 규모다. 한국거래소도 ESG 투자 활성화를 위해 관련 지수 개발에 나섰지만 업계 활용 빈도는 저조하다.

    운용 순자산 10억원 이상인 ESG 펀드 중 최근 1년(10일 기준) 수익률은 ‘미래에셋TIGERMSCIKOREAESG유니버설상장지수(주식)’이 16.71%로 가장 좋았고, ‘미래에셋글로벌혁신기업ESG(주혼)종류A’가 15.4%, ‘삼성KODEX MSCI ESG유니버설상장지수(주식)이 13.87%로 뒤를 이었다. 한화ARIRANGESG우수기업상장지수(주식)’은 최근 1년 수익률이 -6.62%로 가장 저조했다.

    전문가들은 자금이 계속 이탈하는 이유가 ESG 평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운용사들은 ESG 평가기관에서 산출한 기업 평가를 토대로 ESG 펀드에 담을 종목을 선정하는데 사회적인 가치를 반영하는 ESG의 특성상 평가 기준이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다. 국민연금의 ESG 평가 반영과 관련해 재계가 우려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업의 지배구조나 배당 여부는 어느 정도 정량 평가를 할 수 있지만 사회 기여나 친환경 경영은 기준을 세우기가 애매하다"고 말했다.

    평가기관마다 철학과 원칙이 달라 어느 기관이 평가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환경 평가에서 신재생에너지에 가중치를 반영하는 평가 기관은 전기차에 높은 등급을 주는 반면, 탄소배출량을 중시하는 기관은 탄소배출량이 적은 IT기업이나 배출량을 줄인 제조사에 높은 등급을 줄 수 있다.

    국내 ESG 평가 시장도 아직 태동기에 머물러 있어 평가 기준과 결과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국내 ESG 평가 기관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대신경제연구소 3곳에 불과하다.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본부장은 "평가 기준과 결과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쌓이면 자체적으로 평가 기준이 보완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SG 평가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ESG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은 ESG 정보를 꺼리는 측면이 있지만 ESG 정보가 충분해야 평가도 더 정확해진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지난해부터 ESG 중에서 지배 구조(G) 공시 제도를 도입했다. 유가증권 상장사 중 자산총액이 2조원이 넘는 기업은 의무적으로 지배 구조 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거래소는 환경과 사회책임 부분에서도 공시 제도를 어떻게 운영할 지 검토 중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