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총리 등에 업은 산업부, '기재부 아성'에 도전하나

입력 2020.01.14 10:00

산업부, 장관 출신 정세균 국무총리 취임에 ‘화색’
국무조정실장 선임 등 산업부 발언권 커질지 주목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 투표가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경제부처 사이의 역학 관계에 변화가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참여정부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인 정세균 국무총리가 산업정책을 관장하는 산업부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조직법상 경제정책 조정권과 예산 편성권을 가지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주도권에 산업통상자원부가 도전하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내내 정치인 출신이 장관인 다른 부처에 치여 ‘패싱 논란’을 겪었던 기재부가 산업부에도 정책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력 산업 구조조정, 규제혁신, 신성장동력 확충 등의 과제에 기재부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세균 총리 후보자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조선DB.
◇차기 국무조정실장, 산업부 출신에 돌아가나

세종시 관가에서는 정세균 총리 취임 후 단행될 국무조정실장 인선이 향후 기재부와 산업부의 정책 주도권 경쟁 구도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국무조정실장은 장관급이기는 하지만, 국무총리가 바뀌면 후속 인사에서 교체 가능성이 높은 직위로 평가된다. 현재 국무조정실장은 기재부 출신 노형욱 실장이 재임 중이다.

관가에서는 후임 국무조정실장으로 구윤철 기재부 2차관(행정고시 32회)과 산업부 출신 박원주 특허청장(행시 31회)이 경합 중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금까지의 인사 관례만 놓고 보면 예산 편성을 책임지는 구 차관이 차기 국무조정실장에 선임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2011년 당시 임종룡 1차관(전 금융위원장)이 임명된 이후 기재부 출신들이 8년 동안 자리를 지켜왔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이 기재부 출신 역대 국무조정실장이다. 예산권을 쥐고 있는 기재부 출신이 부처간 정책 조정을 책임지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산업자원부 장관 재임(2006년 2월~2007년 1월) 경력을 소중한 자산으로 생각하는 정세균 총리는 산업부 출신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산자부 장관 시절 비서관으로 정 총리를 보좌했던 박원주 특허청장을 국무조정실장으로 기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주변에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청장이 기용 될 경우 임채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후 10년 만에 산업부 출신이 국무조정실장에 선임되는 모양새가 연출된다. 임 전 장관은 2010년 8월부터 2011년 9월까지 국무총리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사무실 전경 /조선DB.
◇"미시·산업 정책에 무게 실릴 듯"

경제부처 안팎에서는 ‘경제통’을 자처하는 정세균 총리의 등장이 기재부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인 출신인 정 총리는 이미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 중 취임 후 최우선 추진 업무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마련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손꼽았다. 무엇보다 산업정책 분야 경험을 살려 규제 개선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워나간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관가에서는 정 총리의 취임으로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이 기재부 주도의 거시·재정정책 위주에서 미시·산업정책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 총리는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시대적 흐름에 맞춰 미래 신산업이 활짝 꽃피울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 하겠다"면서 "불요불급하거나 사회변화에 맞지 않는 규제를 적기에 정비하여 경제 활력의 불씨를 살려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정책, 광역교통망 등을 둘러싸고 불거졌던 ‘기재부 패싱’ 논란이 올해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재부는 관료 출신 홍남기 부총리가 정치인 출신 김현미 장관의 기세에 밀려 분양가 상한제, 고가 주택 대출 금지 등 부동산 정책과 광역교통망 확충 등에서 국토부 논리에 끌려 다녔다는 반응을 듣고 있다. 올해는 정 총리가 산업부에 힘을 실어줄 경우 산업부에 정책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예산 편성권 등을 쥐고 있는 기재부의 영향력이 쉽게 줄어들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부동산 정책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에 기재부가 자기 입장을 내세우기 힘든 구조였지만, 정 총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규제혁신 등은 이견이 없는 사안이라 정책 추진에 큰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국무조정실에 산업부 출신의 기용이 늘어나면 발언권이 높아질 수 있겠지만, 예산 편성권을 갖고 있는 기재부를 뛰어넘는 정책 영향력을 산업부가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규제혁신에 대한 정 총리의 의지가 기재부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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