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램지 스테이크(조회수 217만회), 백종원의 스테이크 굽는 법(202만회), 육식맨의 발상 전환 스테이크(172만회)….
최근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테이크 조리법 영상이다. 겉은 바삭하고 속에선 육즙이 흐르는 스테이크를 고급 레스토랑이 아닌 집에서도 손쉽게 구워 먹을 수 있도록 알려주는 내용이다. 고기를 낮은 온도에서 속부터 천천히 익힌 다음, 겉면만 뜨거운 팬에서 빠르게 굽는 '리버스 시어링', 한달 넘도록 건조 숙성시켜 풍미를 극대화하는 '드라이 에이징' 등 전문적인 조리법을 소개하는 영상도 많다. 집에서 전문점 못지않은 맛을 구현하겠다는 '홈 스테이크족(族)'을 겨냥한 것이다. 유통업계에선 이 같은 홈 스테이크 트렌드를 읽고, 관련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그릴·수비드머신·온도계까지
최근 대형 마트와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A4 용지 크기만 한 대리석 구이판과 기름받이, 구이용 팬과 꼬치구이용 그릴을 갖춘 전기 그릴이 인기를 끌고 있다. 원래 전기 그릴은 주로 명절에 전 부치는 용도로 팔렸지만, 최근에는 홈 스테이크에 관심이 많은 1인 가구, 젊은 세대가 찾고 있다. 적외선 램프로 고기의 윗면도 함께 가열하는 '자이글' 기기, 고기를 넣고 뚜껑을 닫아 굽는 노트북처럼 생긴 '양면 그릴'도 인기다. LF는 30년 전통 명품 독일 가전 '가스트로박'의 스테이크 그릴을 올봄 출시할 예정이다.
장효영 이마트 주방가전 바이어는 "스테이크 조리법, 먹방 동영상이 유행하면서 '개인 조리 도구'에 관심을 갖는 젊은 고객이 늘었다"며 "고기를 가열할 때 생기는 화학 반응인 '마이야르 반응'이 인터넷 유행어가 될 정도"라고 했다. 이마트는 올해 안에 비닐에 넣은 고기를 미지근한 물에 담가 장시간 저온 조리할 수 있는 '수비드 쿠커'를 출시할 계획이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수비드 머신 매출은 전년 대비 28% 늘었고, 스테이크에 꽂아 고기 속 온도를 체크하는 육류용 온도계 매출은 36% 증가했다. G마켓 관계자는 "수비드 조리법 등 보다 섬세한 스테이크 요리를 즐기려는 소비자 수요가 있다"고 했다.
홈 스테이크 관련 제품은 여성보다 오히려 남성 소비자에게 더욱 인기다. 회사원 박모(34)씨가 지난해 5월 개설한 유튜브 고기 요리 채널 육식맨은 현재 구독자가 16만6000명에 이른다. 육식맨 영상에는 30만원대 프랑스 명품 구리팬,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결해 고기 속 온도를 체크할 수 있는 온도계 등이 등장한다. 박씨는 "구독자의 85%가 남성이며 연령별로는 10~20대가 70%를 차지한다"며 "'나중에 취직하면 형처럼 집에서 고기 구워 먹겠다'는 밀레니얼 남성이 절대다수"라고 했다.
◇편의점 스테이크, 115만개 팔려
편의점 GS25가 홈 스테이크족을 위해 지난해 4월 출시한 간편식 '한끼 스테이크'는 9개월 만에 모두 115만개가 팔렸다.
GS25 데이터사이언스팀에 따르면 원룸·오피스텔 근처 점포에서 구매율이 가장 높았고, 연령·성별에 따른 판매 비중은 30대 남성이 17.8%로 가장 높았다. 이마트도 지난 6월 스테이크 밀키트 '레드와인 소스 스테이크'를 출시했다. 냉장 채끝살과 레드와인 소스, 아스파라거스,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등 9가지의 곁들임 채소를 넣은 제품이다. 이마트에선 지난달부터 원래 2㎝와 2.5㎝ 두께로만 팔던 스테이크 고기를 1.5㎝부터 4㎝까지 모두 5가지 두께로 팔기 시작했다. 변상규 이마트 한우 바이어는 "육류 소비 트렌드가 '단순 구이'에서 서양식 스테이크로 진화하면서 대형 마트가 일제히 스테이크 판매 존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했다.
마켓컬리에선 지난해 스테이크용 고기 매출이 전년 대비 4.6배 늘었다. 마켓컬리는 상당한 조리 기술이 필요한 티본 스테이크, 돌도끼 모양 토마호크 스테이크가 인기를 끌자, 지난해 11월에는 아예 자체 스테이크 브랜드 '뿔(PPUL)'을 출시했다. '투뿔등심', '부처스컷' 등을 운영하는 외식업체 SG다인힐 박영식 대표는 "최근 스테이크용 고기를 납품받는 거래처에서 지난해 온라인 주문이 전년보다 무려 25배나 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이에 홈 스테이크족을 위한 온라인 고기 쇼핑몰 '미트컬렉션'을 열고 간편식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