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다 줄었는데… 법인세만 늘었다

조선일보
  • 윤주헌 기자
    입력 2020.01.13 03:09

    작년 1~11월 수입 1兆 증가 "반도체 기업 의존도 보여줘"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나라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지난해 1~11월에 45조6000억원 적자였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래 가장 큰 적자 규모다. 정부의 퍼주기식 예산 사용으로 총지출이 늘어난 탓이 크지만, 총수입도 예년에 비해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총수입의 약 60%를 국세 수입으로 충당한다. 국세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3조3000억원 줄었다. 대부분 항목에서 전년보다 적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세금이 걷혔다. 소득세는 77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79조원)보다 1조1000억원 줄었고, 부가가치세도 5000억원이 줄어든 67조3000억원에 그쳤다. 그런데 유독 단 한 개 항목에서 상승 곡선을 그렸다. 바로 법인세다. 법인세는 전년 동기 대비 1조1000억원 늘어났다.

    법인세는 기업 실적이 좋을 때 많이 걷힌다. 이번에 집계된 수치는 2018년에 기업들이 올린 실적을 기반으로 이듬해인 지난해에 납부한 것을 종합한 것이다. 세무 당국은 2018년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반도체 수퍼 호황을 맞은 영향으로 작년 법인세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제 부처 관계자는 "대부분 세목에서 세수가 감소했는데 법인세만 올랐다는 것은 우리 경제가 반도체 기업에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이유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다. 인상된 최고세율은 2018년 기업 실적에 적용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얼마나 영향이 있었는지는 파악되지 않지만 최고세율 인상으로 법인세가 더 많이 걷힌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올해에도 정부 재정건전성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씀씀이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 기업들은 미·중 무역 갈등과 일본의 경제 제재 여파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관가에서는 지난해 국세 수입을 떠받든 법인세마저 줄어들면서 올해엔 적자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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