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효과·일부 지표개선 고려…文 '투기와의 전쟁' 발언 의식도"
10명 중 8명 인하 소수의견 전망… 3명은 '2월 금리인하' 예상

오는 17일 올해 첫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앞두고 전문가 10명은 모두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지난해 두 차례 금리인하의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는데다 일부 지표에서 경기개선 흐름이 엿보여 조급하게 금리를 내릴 필요는 없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들 중 6명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성장세를 끌어올리기 위해 연내 한 차례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비즈가 12일 국내 증권사 거시경제·채권담당 연구원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전원이 이달 기준금리가 연 1.25%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 중 8명은 이달 비둘기(통화완화 선호) 성향 금통위원 1~2명이 인하 소수의견을 낼 것으로 봤다. 올해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대해선 한 차례 인하해 1.00%에 다다를 것으로 본 전문가가 6명이었다. 그 중 3명은 2월 인하를 예상했다.

◇작년 인하효과·文대통령 '투기와의 전쟁' 발언…이달 동결 100% 전망

전문가 10명은 이달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이유가 크지 않다고 봤다.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 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인 1.25%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경기지표가 개선되고 있어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지난해 12월까지 수출이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작년 12월은 감소폭이 전년대비 5.2%까지 좁혀졌고, 향후 경기를 예상하는 경기선행지수(통계청)가 12월까지 석 달 연속 상승했다. 금통위가 열리기 이틀 전인 15일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이 예정돼 있어 무역분쟁의 여파가 작년보다는 줄어드는 분위기라는 점도 근거로 언급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선행지수나 수출 지표가 전반적으로 개선세를 보이고 있어서, 경기가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금리인하 기조를 이어가야 할지 관망해볼 수 있다"고 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경기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1월인 만큼 금통위원들 사이에서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현 정부가 강도높은 부동산 규제책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정책공조 차원에서 당분간은 금리동결을 지속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며 현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을 시사했다. 정부는 지난달 16일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대출 전면 금지안을 담은 12·16대책을 발표했는데, 당장 1월부터 금리를 인하하면 금융안정 측면에서 정부와의 정책공조가 어긋나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통화정책의 효과가 실물경기로 전해지기까지 통상 2~3분기의 시차가 필요한 만큼 지난해 두 차례 금리인하의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가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면서 주택가격 억제로 정책 기조가 자리를 잡았는데, 정책 공조 차원에서 볼 때 한은이 당장 인하하면 엇박자처럼 보일 수 있다. 통상 설이 낀 달에는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금리가 동결되는 경향도 있다"고 했다.

모든 전문가가 이달 금리동결을 내다봤지만 전문가 10명 중 8명은 금통위원 1~2명의 인하 소수의견을 예상했다. 신인석, 조동철 위원 등 비둘기 성향 금통위원이 통화정책 신호를 완화적인 방향으로 유지해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지난해 마지막 금통위가 열렸던 11월 회의에서는 신 위원이 인하 소수의견을 냈고, 의사록에서는 조 위원이 이달 인하 주장을 예고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지난달까지 인하 소수의견이 나왔던 상황에서 이달 만장일치로 동결이 결정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본다. 1~2명의 소수의견을 전망한다"고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해 11월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전문가 60% "올해 한 차례 금리 인하"…절반은 2월 전망

이달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전문가 10명 중 6명은 올해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내려가 연 1.00%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019~2020년 잠재성장률(2.5∼2.6%)에 못 미치는 2.3%로 발표된 가운데 이마저도 낙관적인 전망으로 평가받고 있어 저조한 성장세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공동락 대신증권(003540)연구원은 "최근 지표의 흐름을 보면 침체상황을 벗어나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전히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밑돌아 회복 강도가 미흡하다"며 "재정·통화정책 모두 부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박태근 삼성증권(016360)연구원은 "현재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주열 총재가 여전히 완화적인 기조를 언급하고 있어 앞으로 한 차례 정도는 인하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인하 예상시점을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2월에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가 3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전제로 금통위원 4명이 교체되는 4월 이전에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다른 전문가들은 1분기 정부가 일자리 예산의 37%를 집행하기로 하는 등 재정집행을 서두르고 있는 만큼 재정효과를 살펴보고 2분기 이후 인하를 고려해 볼 수도 있다고 봤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에는 인하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주는 데 그치겠지만, 2분기 중에는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부가 대규모 재정지출을 예고한 만큼 그 효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연내 동결을 예상한 전문가 4명은 추가 인하의 전제조건으로 성장률 전망치 하향을 언급했다. 2월 혹은 그 이후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을 내려 잡을 정도로 대내외적 경제 불안요인이 있지 않으면 역대 최저금리를 추가적으로 내려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금리인하는 한은이 예상하는 성장경로의 하향이 전제해야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추가적인 악재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성장률이 전망치보다 낮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가나다순)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 김상훈 KB증권 수석연구원,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박민영 현대차증권 연구원, 박태근 삼성증권 연구원,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