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7일(현지 시간) 개막한 ‘CES 2020’ 샌즈 엑스포 컨벤션센터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부스를 참관하고 있는 한국의 병원장들

"MRI(자기공명영상)장비 경량화는 10년 전 만들어진 기술이지만, 핵심은 포터블에 있습니다. 휴대용 기술을 MRI에 적용하면 기존의 고성능 MRI보다 화질은 낮아도, 확진용이 아닌 스크리닝용 기초 진단 기기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겁니다."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0’ 샌즈 엑스포 컨벤션센터. 미국의 하이퍼파인(Hyperfine)이 내놓은 세계 최초 휴대용 현장진료 MRI 기기를 살펴보던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가격이 1억원 정도라고 하는데 초음파 진단기기 보다도 싼 게 강점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대한병원협회 국제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이사장은 병원장급 의료계 인사 30여명과 함께 CES 2020 현장을 둘러봤다. 참관단에는 윤동섭 강남세브란스병원 원장, 박우성 단국대병원 의료원장, 김성우 국민건강보험일산병원 원장, 최영식 고신대복음병원 원장, 권순석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원장, 안중현 인천성모병원 의무원장, 고동현 인천성모병원 행정부원장, 이경은 계요병원 이사장 등이 포함됐다.

이왕준 이사장은 "병원협회 차원에서 단체로 CES를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면서 "병원도 이제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변모해야 한다.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AI 등 디지털 신기술을 적극 받아들여야한다"고 말했다.

윤동섭 원장도 "병원에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인공지능(AI) 기술이 들어오고, 헬스케어 분야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발전한다"면서 "CES 2020에서 주목받고 있는 헬스케어 분야 다양한 혁신 기술과 제품들을 돌아보고 병원에 적용 가능한지를 살피기 위해 찾았다"고 말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7일(현지 시간) 개막한 CES 2020 샌즈 엑스포 컨벤션센터를 방문한 안중현 인천성모병원 의무원장(맨왼쪽 부터), 고동현 인천성모병원 행정부원장, 권순석 부천성모병원 원장, 김성우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원장, 윤동섭 강남세브란스병원 원장, 최대식 부천성모병원 행정부원장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7일(현지 시간) 개막한 CES 2020 샌즈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헬스케어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한국의 의료계 인사들.

일본 부동산 개발 업체 세키스이 하우스(Sekisui House)가 개발한 ‘HED-Net’ 서비스도 우리 의료계 인사들의 주목을 받았다. 뇌졸중 환자의 응급 상황을 막기 위한 스마트홈 서비스다.

HED-Net은 집에서 센서를 이용해 뇌졸중 발생 환자를 감지하고, 즉각 응급 콜센터에 이를 알려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게 한다. 의료진이 응급환자 집에 도착하면 문이 원격으로 자동 열릴 수 있게 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이 시스템을 지켜본 병원장들은 "뇌졸중은 골든타임 내 치료가 사망과 장애를 막을 수 있는 만큼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119에 연락해 가장 가깝고 큰 병원 응급실로 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같은 시스템이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어 "이 센서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기술 구현이 완벽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시도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노인의 활력 징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제품 부스에 들른 윤동섭 원장은 "고령자의 활력 징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제품이 더 작아지고, 더 사용하기 쉽도록 설계된 게 흥미로웠다"면서 "소형화된 제품으로 산소포화도를 한번에 측정할 수 있고, 응급처치까지 가능해진 것은 기술적 변화"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성우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장은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등 간호인력의 경우 1년에 30~40%는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만둔다는 통계도 있다"면서 "의료진이 빠르게 현장에 투입되려면 효율적인 학습도구가 필요한데, 그 중 하나로 VR이 꼽힌다. CES 현장에서 이같은 기술 혁신 사례들을 접했다"고 전했다.

8일까지 CES 스타트업 전용관 유레카관 등에 전시된 헬스케어 제품과 기술들을 둘러본 이들은 CES 참관 전 미국의 최다 심장이식 병원인 시더스-시나이병원에 들러 혁신 병원의 신기술을 탐방하기도 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7일(현지 시간) 개막한 CES 2020 샌즈 엑스포 컨벤션센터를 찾은 한국 의료계 인사들.

김성우 원장은 "한국은 우수한 의료진을 갖고 있지만 진료 현장과 기술 변화는 괴리가 있다"며 "중국에서는 AI를 이용해 환자 수액을 넣을 때 수액 속도를 조절하고, 약물이 과다 투여되면 알람이 울리거나, 얼마나 잔량이 남아있는지 등을 체크하는 시스템이 환자들에게 실제 사용한다. 우리도 이같은 좋은 기술은 빨리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7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0’ 샌즈 엑스포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