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2020년엔 車가 하늘 날고 달 여행한다더니…

조선일보
  • 성호철 기자
    입력 2020.01.09 03:11

    [예측했던 '미래 테크 기술' 얼마나 실현됐나]
    침팬지가 가사도우미 한다더니 기껏해야 '로봇 청소기' 등장
    우주선 타고 우주·달 일주 여행… 말만 무성하고 여전히 오리무중
    비트코인 100만달러 된다고? 1만달러 밑으로 떨어져

    "음식 안먹어도 나노봇이 혈액에 필요한 영양분 공급"
    미래학자는 전망했지만 오늘 우리는 식당에 갑니다
    비행기보다 빠른 '하이퍼루프' 언제 실현될지 알 수 없어

    20년 전 테크놀로지 업계는 온통 '1999년 12월 31일'에 넋이 나가 있었다. 'Y2K(컴퓨터 2000년 인식 오류)' 때문이다. 2000년대까지 쓰일 줄 모르고 개발된 구형 컴퓨터가 날짜 설정에서 '19991231' 다음에 '20000101'(2000년 1월 1일)로 바꾸지 못하는 오류를 범한다는 것이다. 숫자 인식 오류 탓에 관제탑의 전산 시스템이 항공기의 이착륙을 제대로 유도하지 못해 추락 사고가 나고, 금융 기관의 전산 시스템이 뒤죽박죽이 되어 누구도 은행 잔고를 확인 못 하며, 원자력 발전소는 방사능 유출 위험에 직면한다는 식이다. 미사일 오발 사고로 전 세계가 전쟁에 휩싸인다는 시나리오까지 등장했다. 당시 유엔 산하에는 '국제 Y2K 협력단'이 마련됐고, 미국과 러시아 국방 전문가들이 한곳에 모여 전 세계 미사일 발사 상황을 점검했다. 미국에선 Y2K를 앞두고 총기 구매 건수가 급증하기도 했다. 일본인들은 비상식량과 물을 준비했다. 과학을 따진다는 테크놀로지가 세기말의 공포에 기름을 들이부은 꼴이다. 하지만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2020년대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른 테크놀로지의 진화가 예상되는 시대다.
    2020년대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른 테크놀로지의 진화가 예상되는 시대다. 테크 구루나 경제학자는 물론이고 정치 평론가조차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차 같은 테크의 진화가 시대의 흐름을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테크놀로지가 만들 미래 모습을 예측하기는 난망한 일이다. 그럼 과거의 석학이나 테크 기업이 본 '2020년 미래 예측'은 어땠을까. 혹시 조커의 혓바닥처럼 허황된 예측이지는 않았을까. /워너브라더스
    테크놀로지가 어떤 미래를 만들지 예측하는 일은 녹록지 않다. 경제 전문가는 물론이고 심지어 정치 평론가들조차 2020년대는 테크놀로지의 지배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10년 후는커녕, 딱 3년 후조차 전망하기 어렵다. 블룸버그·CNN 등 외신 보도를 기초로, 과거에 테크 구루(guru)와 미래학자, 첨단 테크 기업이 점친 '2020년 테크 미래 예측'과 '우리가 사는 2020년 현재'를 비교했다.

    노벨과학상 수상자인 글렌 T. 시보그(Seaborg) 박사는 1960년대 중반 한 강연에서 "2020년엔 웬만한 가정에선 인간을 대신해 청소하고 정원을 가꿔주는, 살아있는 유인원(a live-in ape)을 둔다"며 "이렇게 잘 훈련된 유인원이 집안 운전기사 노릇을 하면서 자동차 사고도 줄 것"이라고 했다. 인간보다 차선을 잘 지키고 성실한 유인원 운전기사다. 엉터리 같은 예측처럼 들리지만, 사실 시보그 박사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당시 당대 최고의 전문가 84명이 만든 미래 예측 보고서인 랜드보고서에 나온 내용을 그가 재인용한 것이다.

    스페이스X의 우주발사체 '팰컨9'(왼쪽). 혈관 속을 누비는 나노 로봇 상상도.
    스페이스X의 우주발사체 '팰컨9'(왼쪽). 혈관 속을 누비는 나노 로봇 상상도. /스페이스X·Nanothecnology4Today
    현실은 기껏해야 롯데하이마트에 가서 다양한 로봇 청소기를 골라서 사는 정도다. 회사에 출근해 스마트폰 앱에서 '작동' 명령만 내리면 스스로 집 안 곳곳의 바닥을 청소하고, 끝나면 제자리로 돌아가 전원을 충전한다. 2~3센티미터의 낮은 턱은 곧잘 넘어간다. 단, 가끔 바닥의 TV 전원케이블에 걸려 먹통 되기 일쑤지만 말이다.

    반면 유인원 운전기사는 없지만, 자율주행차는 실현 직전의 문턱까지 왔다. 미국 애리조나주(州)에선 자율주행 택시가 벌써 1년도 넘게 승객을 태우고 달리고 있다. 여전히 운전석에는 사람이 앉아 있다는 흠은 있다. 완벽한 자율주행자(레벨5)의 실현은 올해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술만 놓고 보면 실현 가능한 단계지만, 현실의 도로에선 자율주행차의 오류 한 번이 인간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HTT가 공개한 하이퍼루프 열차 '퀸테로 원' 시제품(왼쪽).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미국 HTT가 공개한 하이퍼루프 열차 '퀸테로 원' 시제품(왼쪽).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HTT·로이터
    우주 여행(space tourism)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관광객을 태운 우주선 오라이언3가 먼 우주로 여행을 떠나는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기 때문일까. '언제 실현 가능한가'는 과학자와 엔지니어에겐 숙제와 같은 일이다. 괴짜 천재라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지난 몇 년간 틈만 나면 "2020년 화성에 사람들을 태우고 가겠다"고 장담했다. 그는 우주여행 기업인 스페이스엑스(X)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또 다른 기업인 스페이스어드벤처의 에릭 앤더슨은 10년 전에 "2020년에는 관광객들이 우주선을 타고 달 일주 여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2020년은 불가하고 혹시 2023년이면 가능할까' 정도다. 스페이스X는 2018년에 달 여행 첫 승객 명단을 발표했다. 재산만 30억달러(약 3조5000억원)인 일본인 부자 마에자와 유사쿠씨다. 여행 패키지 가격은 미공개였다. 첫 달 여행의 일정은 2023년이다.

    미국 임파서블버거가 개발한, 식물성 원료로 만든 햄버거 패티(왼쪽). 코드로만 존재하는 암호 화폐인 비트코인의 이미지.
    미국 임파서블버거가 개발한, 식물성 원료로 만든 햄버거 패티(왼쪽). 코드로만 존재하는 암호 화폐인 비트코인의 이미지. /AFP·블룸버그
    나노봇(bot)이 음식을 먹는 시대의 종언을 고할 것이란 예측은 2004년에 나왔다.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환상적인 여행: 오래 살기에서 영원한 삶으로(Fantastic Voyage: Live Long Enough to Live Forever)'라는 저서에서 "수십억 개의 작은 나노 로봇이 혈관과 소화관에 머물면서 인간이 필요로 하는 정확한 영양분을 나를 것"이라며 "이 나노 로봇에 밀려, 현재 우리가 먹는 음식들은 모두 사라진다"고 썼다. 2020년이면 식량 소비라는 낡은 관습이 사라질 것이란 예측이다. 이 글을 읽는 2020년의 한국인은 여전히 쌀과 고기, 생선, 채소 등 식량 소비에 얽매여 있지만 말이다.

    변화라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인조고기가 등장했고 막 소비되기 시작했다는 정도다. 하지만 완전히 예측 실패는 아닐지도 모른다.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초소형 로봇은 먹는 음식을 대체하는 역할은 안 하지만, 치료용으로는 병원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혈관 속을 헤엄치며 암세포를 찾아내 공격하는 것이다. 예컨대 국내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이 동물 실험에 성공한 나노 로봇은 자성을 띤 미세 입자를 뭉쳐서 만들었고, 암세포에 도달했을 때 열을 발생한다. 이 열로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거나, 내장된 약물을 녹여 전달한다.

    혼다의 '아시모'.
    혼다의 '아시모'. /김연정 객원기자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분야에서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바둑에서 이기면서 엄청난 진화를 보여줬고, 예전 예측 수준에 근접했다. 영국의 미래학자인 랜 피어슨은 2005년에 "2020년 전에 자의식(consciousness)을 가지고 인간의 지능을 훨씬 뛰어넘는 컴퓨터가 등장할 것"이라며 "이 컴퓨터는 감정을 가진 존재"라고 했다. AI는 바둑이나 체스뿐 아니라, 더 복잡한 게임에서도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일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인간의 표정을 보면서 희로애락의 감정을 읽는 수준까지 진화하고 있다. 자의식은? 글쎄, 모르겠다. 작년에 미국 아마존의 연구실에서는 여러 종류의 AI가 상호 교류를 통해 학습을 시키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엔지니어가 이해할 수 없는 코드를 주고받는 일이 발생했다. 이 AI는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상과학에 나온 로봇의 3원칙을 이제 AI 개발 때도 핵심 코드 형태로 탑재해야 하는 시기가 이미 도래했는지도 모른다.

    비행기를 대체할 운송 수단은 어떨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2013년에 시속 800마일(약 1280㎞)로 달리는 하이퍼루프(hyperloop)의 도래를 예측했다. 총알처럼 빠른 '진공 탄환 열차'라는 콘셉트다. 튜브 속에 진공에 가까운 정도까지 공기를 희박하게 만든 뒤, 그 안에 운송수단을 쏘는 것이다. 마찰이 줄어든 만큼, 속도가 빨라지는 원리다.

    머스크는 당시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730㎞ 구간을 단 30분에 주파하는 신규 운송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했다. 서울~부산행이라면 16분이면 가는 셈이다. 머스크의 경쟁사인 하이퍼루프 테크놀로지스의 롭 로이드(Lloyd) 최고경영자도 2020년이면 초기 단계의 하이퍼루프가 실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아직 시험 라인이 샌프란시스코 일부 지역에 만들어졌을 뿐이다. 현재는 로스앤젤레스 공항 인근에 머스크가 운영하는 보링컴퍼니가 만든 3㎞ 정도의 하이퍼루프 지하 터널이 최대 성과다. 이 짧은 거리를 시속 250㎞로 주파하는 시험에 성공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2012년에 "2020년엔 에너지를 거의 안 쓰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칩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인텔의 최신 노트북용 칩인 i9은 여전히 165와트의 전력을 쓰는데, 이건 65인치 TV보다 2배에 달하는 에너지 소비량"이라며 "스마트폰은 여전히 하루 충전하지 않으면, 다음 날엔 쓸 수 없을 정도"라고 보도했다. 인텔의 전망을 '거짓'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절반은 거짓이지만, 절반은 사실이다. 인텔이 말한 '유비쿼터스 컴퓨터 칩'이 꼭 스마트폰이나 PC 칩과 같은 고성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비쿼터스는 만물에 신이 존재한다는 뜻으로, 모든 물건에 칩이 내장된다는 뜻으로 쓰인다. 2리터짜리 생수병에도 칩을 붙여, 쓰레기통이 이걸 인식해 재활용으로 분류하는 식이다. 이렇게 쓰레기에까지 붙일 유비쿼터스 칩은 RFID(무선 인식 전자태그)라는, 예컨대 스티커처럼 간편하게 붙이는 칩이다. 아무런 기능도 안 하다가, 아주 소량의 전력이 공급되면 일시적으로 작동하는 RFID칩인데 이건 현실화됐다. 아직 생수에 재활용하기 편하라고 RFID칩을 붙인 브랜드는 없지만 말이다. 단지, 이 정도의 단순한 RFID칩 말고, 좀 더 복잡한 연산을 하면서 에너지를 거의 안 쓰는 칩은 등장하지 않았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2020년에 등장할까. 미국 우버의 대답은 여전히 '예스(yes)'다. 우버는 4년 전에 빌딩의 옥상과 옥상을 오가는 플라잉카를 도입해, 교통 체증을 피하는 택시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계획대로 올해는 플라잉카를 시연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버는 2023년까지 실생활에 도입한다는 목표다. 여기에 우버는 지난 6일(현지 시각) 라스베이거스에서 현대자동차와 플라잉카 'S-A1' 공동 개발을 발표하기도 했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활주로가 없어도 도심 내 이동이 가능하다. 조종사를 포함해 5명이 탑승한다.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도심에 사는 사람들이 굳이 자신들의 머리 위로 수십~수천 대의 플라잉카가 날아다니는 걸 바랄까라는 의문은 남아 있다. 자동차 교통사고는 차량 간 과실 문제지만, 플라잉카의 사고는 도로와 전혀 무관하게 도심에 사는 누구에게나 해당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비트코인이다. 암호 화폐의 전도사로 불리는 존 맥아피 보안 전문가는 2017년에 "비트코인 가격이 2020년 말에는 100만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후 비트코인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현재는 6000~ 8000달러 정도의 가격대다. 맥아피의 예측은 거의 실현 불가능한, 말 그대로 그의 희망사항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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