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래로 뛰는데… 한국은 과학마저 적폐 몰이"

입력 2020.01.09 03:11

[CES 현장서 만난 과학자와 정치인…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과 원희룡 제주 지사의 대담]
"미국은 오바마·트럼프 등 과학기술 분야는 일관된 정책

現정부는 전문가에게 안묻고 탈원전 등 결정… 참 용감해
정치가 과학 발전 가로막아… 한국 AI특허·논문, 美 10분의 1"

"이대로는 한국의 AI(인공지능) 기술은 규모에서 미국·중국은 물론이고, 일본도 이겨내기 어렵습니다. 우리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게 냉정한 현실입니다."(신성철 카이스트 총장)

"AI 같은 미래 먹거리 발굴이 시급한 시점에서 정치권은 과학 분야까지 적폐 청산 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치가 과학 발전을 가로막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원희룡 제주도지사)

신성철(오른쪽) 카이스트 총장과 원희룡 제주도 지사가 7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행사장에 있는 카이스트 부스에서 대담하고 있다.
신성철(오른쪽) 카이스트 총장과 원희룡 제주도 지사가 7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행사장에 있는 카이스트 부스에서 대담하고 있다. /최인준 기자
7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0'에서 신 총장과 원 지사가 한국 과학기술 경쟁력에 대해 토론을 하며 쏟아낸 말들이다. 이들은 최근 각종 포럼에서 2~3차례 만나 정치에 발목 잡힌 한국 과학기술계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으며 가까워졌다. 올해는 나란히 처음 CES를 방문한 기념으로 미국에서 만나 '정치와 과학, 한국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대담의 화두는 올해 CES 주제인 'AI'였다. 신 총장은 "한국의 AI 수준을 미국의 80% 정도로 높게 평가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제 한국은 세계 AI 특허, 논문 건수에서 미국의 10분의 1에 그친다"며 "게다가 중국은 3년 내에 AI 전문가를 10만명, 일본은 2만명을 배출한다고 나서고 있어 우리가 규모 면에서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세계는 AI를 향해 뛰어가는데 현 정권은 과거 일을 붙들고 싸우기만 하고, 미래 기술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다는 게 문제"라며 "최근 발표된 정부의 AI 중장기 정책도 문재인 대통령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난 뒤 급조하다시피 해 나왔다는 비판을 받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일관된 과학 정책이 없는 정치권이 AI 등 미래 기술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원 지사는 "현 정부에서 AI, 탈원전 정책 등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전문가에게 물어보지 않고 정책을 결정하는 걸 보면 참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국은 오바마 정부 때 수립된 과학기술 정책이 트럼프 정권에서도 유지될 정도로 전문가를 신뢰하는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는데 우리는 정권마다 과학 정책이 뒤바뀐다"고 말했다. 신 총장은 "기술 패권 시대에는 기술자와 정치가가 손잡고 춤을 추듯 밀월 관계를 형성해야 힘차게 전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CES 현장을 둘러본 뒤 한국의 미래 사업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원 지사는 "CES에서는 삼성전자 등 제조 분야 한국 기업이 잘하고 있지만 구글, 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의 거대한 힘을 느꼈다"며 "미국 등 해외 기업들이 달려가는 모습을 보니 한국은 과거의 성과를 둘러싸고 싸우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고 했다. 신 총장은 "미래 산업을 책임질 스타트업의 경우, 미국 회사는 많이 보였는데 우리 회사들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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