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에서 전용면적 84㎡짜리 아파트가 감정가의 무려 48배, 16억8000만원에 낙찰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번호(경매 물건번호)를 잘못 쓴 황당한 실수로 엉뚱한 물건에 고액을 베팅한 투자자는 입찰보증금 수백만원을 날릴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났다.
7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에서 군산시 구암동 세풍아파트 전용 84㎡가 16억8000만원에 낙찰됐다. 세풍아파트 84㎡는 지난해 7300만~9700만원에 거래됐다. 이번에 경매에 나온 물건은 김모(52)씨 소유 지분 3분의 1이 대상이어서 감정가는 3500만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11월 한 번 유찰돼 최저 입찰가는 2450만원에 시작됐다. 낙찰가가 감정가의 48배에 달한 것이다.
군산 아파트가 서울 강남 아파트값에 낙찰되자 경매장은 일순간 술렁였다고 한다. 당시 군산지원에 있었던 A씨는 "법원에서 낙찰자와 금액을 공개하자 경매장에 있던 사람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들 술렁술렁 댔고, 30대 남성이 황급히 직장 상사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어떡합니까, 실수로 잘못 적었습니다. 죄송합니다’고 했다"고 전했다.
낙찰자는 군산 소재 중소규모 중공업회사였다. 이 회사는 세풍아파트 다음 경매물건이었던 군산시 비응도동 공장에 입찰하려 했는데, 실수로 사건번호를 공장 번호가 아닌 아파트 번호로 썼다고 밝혔다. 비응도동 공장은 최저입찰가가 약 14억원이었고, 이번 경매에 응찰자 5명이 몰려 약 19억원에 낙찰됐다.
이 회사는 이날 최저입찰가(2450만원)의 10%인 245만원을 보증금으로 내고 발걸음을 돌렸다. 6일 매각결정기일에선 잔금을 마저 내고 아파트를 사거나, 보증금(245만원)·아파트 매수권을 동시에 포기하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는데, 군산지원이 매각 불허가를 결정해주면서 회사 측은 보증금을 간신히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군산지원 관계자는 "사건을 오인한 바람에 현저하게 차이 나는 입찰가와 감정가를 적었다는 점에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고, 회사 측이 제출한 매각 불허가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부동산 경매장에선 사건번호를 오인하거나 입찰가에서 ‘0’을 하나 더 써서 터무니없는 고가 낙찰을 하는 실수가 종종 일어난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법원이나 사안별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오기에 의한 낙찰자의 매각 불허가 신청은 기각이 원칙"이라며 "순간의 실수로 수천만원을 손해 보지 않으려면 집에서 미리 입찰표를 작성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오인 입력을 포함해 낙찰자가 사전에 권리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이유로 날린 입찰보증금은 지난해에만 약 554억원, 3040건이었다. 이같은 몰수 입찰보증금은 ▲2015년 891억원 ▲2016년 847억원 ▲2017년 789억원 ▲2018년 682억원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