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TALK] 동물실험에 몸 바친 ‘흰 쥐’… 대체 연구 뜬다

조선비즈
  • 김태환 기자
    입력 2020.01.04 06:00

    경자년(庚子年) 새해는 동물실험의 주인공인 흰 쥐의 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실험동물의 97%를 마우스와 랫트가 차지할 정도로 인류의 수명연장의 그늘에는 항상 쥐의 희생이 따랐다.

    최근 쥐의 희생을 줄이면서 사람에게 직접하는 실험과 근접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체 실험 방법은 척추동물인 ‘제브라피쉬’나 인공장기를 만드는 기술 ‘오가노이드’다.

    현재 신약 개발 등 연구에는 마우스, 랫트, 기니피그, 햄스터, 토끼, 원숭이, 돼지, 개 등이 사용된다. 이 동물들을 실험에 사용하려면 모두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동물들은 실험이 끝나면 생명을 잃기 때문에 연구 윤리와 관련된 문제를 수반한다.

    ◇제브라피쉬, 인간 유전자 90% 동일… 저비용·고효율 실험 가능

    제브라피쉬는 열대지역 강과 연못에 서식하는 물고기다. 척추동물에 속하고 사람과 유전자가 90% 동일하다. 각 장기의 구조나 역할이 인간과 비슷해 실험에 최적화됐다는 평을 받는다. 때문에 제브라피쉬를 이용하면 쥐를 사용한 동물실험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연구가 가능하다.


    줄무늬가 얼룩말을 닮은 제브라피시는 몸길이가 3㎝ 정도인 민물고기로 사람과 유전자가 비슷하다. /굿프리포토
    위암·간암·췌장암 등 종양질환부터 파킨슨과 간질 등 뇌신경질환연구와 비만·당뇨와 같은 대사성 질환, 심혈관 질환, 염증· 면역질환도 유발시켜 약물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단, 수조 속 물에 약물을 넣기 때문에 친수성이 없는 약물은 실험하기 어렵다.

    제브라피쉬가 쥐를 대체할 수 있는 실험동물로 부상하는 이유는 높은 실험 효율 때문이다.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의 경우 한 달이상 사육기간이 걸리고 실험 조건에 맞춰 쥐에게 질환을 형성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제브라피쉬는 보통 태어난 지 7일까지 치어 상태에서 실험에 사용한다. 실험이 예정된 전날 암컷과 수컷이 알을 낳도록 유도하면 2일 이내 실험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크기도 3cm 미만으로 좁은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실험동물을 관리할 수 있다.

    배명애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노바티스 등 다국적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제브라피쉬를 대규모로 활용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동물윤리 지침이 강화되는 가운데 제브라피쉬는 현실적으로 기존 동물실험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줄기세포 활용해 인공 장기 재현… 실험동물 ‘0’ 시대 도전

    제브라피쉬가 현실적인 대안이라면 좀 더 장기적인 접근 방법도 있다. 줄기세포로 인공장기를 만들어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인공장기를 구현하면 생명의 희생 없이 인간 신체와 동일한 장기에 직접 연구를 할 수 있다.

    오가노이드 연구는 실험동물 대체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진화 중이다. 2009년 ‘네이처(Nature)’지에 장 줄기세포를 추출해 배양한 결과 실제 장 조직을 모사한 오가노이드가 완성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격 연구가 시작됐고 이후 신체 장기를 똑같이 구현하는 방법이 정립됐다.

    간 오가노이드 제작 및 활용 모식도. 인간 피부세포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s)를 뽑은 후 간 유사장기로 제작해 약물독성평가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2013년 민능분화줄기세포가 발견되면서 뇌, 간, 췌장, 심장 등 인간의 주요 장기를 모사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왔다. 지금은 모낭, 침샘, 혈관 등 미세조직도 줄기세포 분화로 구현이 가능하다.

    환자 수 가 많지 않은 희귀병 등은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초기 약물 실험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세포나 쥐 등을 이용해 먼저 실험해야 한다. 그러나 세포 실험, 동물 실험 결과는 실제 임상시험에서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손명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오가노이드를 통해 동물실험 대신 사람에게 더 정확한 결과를 가져오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동물실험보다 ‘종간 차이’를 극복한 명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단, 오가노이드는 아직까지 기술이 초기 단계에 있다. 포유동물이 약을 대사할 때 나타나는 약력·약동학적 반응 전체를 관찰하기는 어렵다는 데 한계가 있다. 약물을 대사하는 간과 흡수하는 장 등 장기를 통해 약물의 순환을 확인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유종만 차의과학대학교 오가노이드 센터장은 "간, 장, 심장, 신장 등 인간 장기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독성 평가가 가장 빠르게 상용화될 전망"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오가노이드가 재생치료 및 인공장기 개발을 위한 기반기술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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