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신년 행사 없는 네이버·카카오… "당장 3개월 뒤도 모르는데"

조선비즈
  • 박현익 기자
    입력 2020.01.04 06:00

    "호흡 빠른 업종 특성에 탈권위 지향하는 분위기 반영"

    일러스트=박길우
    새해가 시작되면 기업들은 최고경영자(CEO)나 그룹 총수의 신년사를 발표하고 모든 임직원들이 한 곳에 모여 이를 귀담아 듣는 시무식을 엽니다. 해가 바뀌었으니 새해 다짐도 하고, 시상식 등을 통해 직원 격려도 하는 것이죠.

    하지만 국내 인터넷 업계를 대표하는 네이버, 카카오는 시무식을 열지 않을 뿐더러 신년사도 없습니다. 네이버에서 10년 넘게 일했다는 한 직원은 "한 번도 시무식이나 신년사를 따로 챙기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카카오 직원도 "합병 전 다음, 카카오나 합병 이후 지금까지 모두 새해라고 별도의 행사를 갖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다만 네이버는 대표가 ‘지난 한 해 고생 많았고, 올해 잘 해보자’는 내용의 사내 메일을 임직원들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카카오는 2019년이 끝나기 전 12월 중순쯤 다같이 모여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먹고 마시는 송년 파티를 열었다고 합니다. 카카오도 마찬가지로 대표가 ‘내년에 열심히 해보자’는 소감을 밝히는 정도였습니다.

    ICT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카카오뿐만 아니라 판교 테크노밸리에 있는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게임 업계의 경우 넥슨과 넷마블은 올해 신년사를 냈지만 엔씨소프트는 2017년부터 신년사를 따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 구로에 본사가 있는 넷마블의 경우 2일 임원들만을 대상으로 시무식을 열고 신년사를 밝혔습니다.

    이같은 트렌드를 반영하듯 인터넷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도 신년 행사를 따로 갖지 않습니다. 협회 관계자는 "조직 자체가 크지 않은데다가 업계 분위기상 협회에서 업체들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이나 현대, 롯데처럼 전통이 깊은 기업과 달리 이처럼 신년 행사를 없애거나 최소화하는 풍경은 ICT 업계 특유의 환경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한 인터넷 회사 관계자는 "당장 다음 달, 3개월 뒤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고 회사 전략도 시시각각 변하는데, 연초에 모여 앞으로 1년 동안 뭘 해보자고 계획을 밝히는 게 큰 의미가 없지 않나 싶다"고 말했습니다.

    또 탈권위와 자유로운 분위기를 지향하는 것도 신년 행사를 하지 않는 원인으로 꼽힙니다. 네이버는 부문별 리더 외에는 직급을 폐지해 직원들끼리 ‘님’ 또는 ‘매니저’로 부르고, 카카오는 연차에 상관 없이 서로를 영어 호칭으로 부릅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브라이언’으로,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메이슨’·‘션’으로 불립니다.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다른 업종에 비해 낮고, 창의성을 촉진하는 게 중요하다 보니 조직을 가능한한 유연하게 꾸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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