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욱의 술기행] (16) “전통누룩 제대로 쓰지 않은 술은 우리 술 아니죠"

조선비즈
  • 박순욱 선임기자
    입력 2020.01.03 14:08 | 수정 2020.01.03 14:28

    풍정사계 이한상 대표
    "전통술 맛 결정은 누룩이 하는 것, 내 누룩 있어야 내 술이 있다
    누룩취 없앤다고 누룩 대신 일본 누룩인 입국 넣는 것은 이해 안돼
    쌀과 누룩으로 술 만들면서 약주, 과하주, 탁주, 소주까지 만드는 곳은 우리뿐
    새 증류기 설치로 증류소주 생산량 세배 늘어나...3년 숙성제품 만들 것
    신제품 내기보다는 전국에 드문 ‘누룩 술’ 맛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


    춘하추동 계절별로 특색 있는 네가지 술로 유명한 ‘풍정사계’의 특징은 녹두가 들어간 누룩, 향온곡으로 빚은 술이란 점이다. 술 색깔(약주)도 다른 술보다 황금색이 도는 게 특징이다. 녹두는 예로부터 숙취해소 기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통누룩 향온곡은 녹두 10%, 나머지 90%는 밀로 만든다.

    풍정사계는 한마디로 누룩 술이다. 누룩이 아낌없이 들어간 술이다. 누룩 비중이 쌀 함유량의 10%에 이른다. 국내 전통술 중 누룩을 가장 많이 쓰는 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누룩 술은 최근의 전통술 트렌드와는 맞지 않는다.

    새로 전통술 개발에 뛰어든 신세대 양조인들 대부분은 요즘 누룩취를 없애기 위해 누룩 비중을 줄이고, 개량누룩인 입국 사용을 늘리고 있다. 원산지가 일본인 입국은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개량누룩이다. 요즘 양조인들이 누룩을 덜 넣는 이유는, 누룩의 나쁜 냄새를 의미하는 누룩취를 소비의 중심에 있는 젊은층에서 싫어하기 때문이다. 누룩을 덜 넣으면 누룩 냄새는 덜 나지만 누룩의 본래 기능인 발효가 잘 안되기 때문에 이들은 개량누룩 혹은 효모를 집어 넣어 발효를 활성화시킨다.

    풍정사계를 만드는 양조장 화양의 이한상 대표, 이혜영 부부. 부부가 같이 술을 빚는다. 사진 뒤의 기계는 새로 들여온 증류시설. /박순욱 기자
    그런데, 풍정사계를 만드는 이한상 화양 대표는 "누룩을 쓰지 않은 술은 우리 술이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누룩을 제대로 만들면 누룩취도 없는데, 누룩을 잘 만들 궁리는 안하고 누룩을 적게 넣을 생각만 한다"며 아쉬워한다. 양조장 이름인 화양은 ‘조화양지'의 준말로 ‘조화롭게 섞어 술을 빚다’는 뜻이다. 술맛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향기롭고 조화로운 술이 빚어진다는 철학에서 지은 이름이다.

    풍정사계의 ‘풍정(단풍나무 우물)’ 이름은 양조장이 있는 마을 이름이다. 옛부터 물맛 좋기로 유명한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에 있다. 풍정사계 춘은 약주, 하는 과하주(여름을 지낼 때 마시는 술로 약주에 소주를 약간 넣는다), 추는 탁주, 동은 증류식 소주다. 전통술 가운데 브랜드 네이밍이 가장 잘 된 사례로 꼽힌다. 2015년 1월에 처음 나온 풍정사계 약주 춘은 2017년 11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방한 때 청와대 만찬주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우리술품평회 등에서도 대상을 받아 전통술 시장에 ‘약주 붐’을 일으키고 있는 주역이다.

    풍정사계 춘은 어떤 술인가?

    "풍정사계의 시작은 봄, 약주다. 제대로 된 약주 만들기가 어렵다. 나도 10년이 걸렸다. 2006년도에 술을 만들겠다고 뛰어들었지만 10년 지난 2015년에야 춘을 만들었다. 현재 네 가지 술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이지만 가장 시간 투자를 많이 한 술이기도 하다. 풍정사계 춘 하나 만드는데 10년이 걸렸다. 술 배우기 시작하면서 ‘약주 하나만 제대로 만들자’고 작정했다. 2006년 9월에 시작, 수도 없이 시행착오를 겪었다. 심지로 도중에 술 제조면허를 부득이 반납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누룩 술인 풍정사계 술들. 사진 왼쪽부터 풍정사계 춘(약주), 하(과하주), 추(탁주), 동(증류식 소주). 탁주를 제외하고는 병당 가격이 3만원대다. /풍정사계 제공
    약주를 가장 먼저 만든 이유는?

    "약주는 맑은 술이다. 반면에, 탁주는 여러가지 잡맛이 들어가 있다. 약주는 단점이 신랄하게 드러나는 술이다. 잘못 만들면 그 결과가 그대로 나온다. 술을 빚은 잘잘못이 바로 드러나는 술이 약주다. 약주 하나만 잘 만들면 탁주나 소주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술의 진검승부는 약주애서 결판난다."

    그런데 왜 10년이나 걸렸나?

    "개성있는 내 술을 만들려면 우선 내 누룩이 있어야 한다. 처음부터 누룩 술을 배웠고, 또 만들려고 했다. 어릴 때 할머니가 술을 빚을 때도 먼저 누룩을 만드시는걸 봤다. 누룩 술을 처음 맛본 것도 경주의 교동법주였다. 누룩 술 아닌 다른 술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 만의 누룩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제대로 된 누룩 만드는데 10년을 보냈다. 입국(일본식 개량누룩)으로 술 빚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거기에 손대고 싶지는 않았다.

    누룩은 잘 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만들어진 누룩을 법제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잘 띄운 누룩을 잘게 빻아서 여러번 앞뒤로 뒤적거리며 말리는 작업이 누룩 법제다. 우리 조상들은 낮에는 햇볕에 말리고, 밤에는 이슬을 맞게 하며 수분을 공급하는 식으로 술이 잘 발효되도록 누룩을 법제했다.

    밤 사이에 누룩 속에 스며든 수분은 낮에 햇볕에 말리는 동안 날아가면서 누룩에 있는 부정적인 냄새가 날아가는 것이다. 가루로 만든 누룩은 햇볕에 30분 정도만 쬐게 해도 살균이 되는 효과도 있다. 나쁜 냄새는 날아가고 잡균도 없애는 공정이 누룩 법제다. 이럴려면 자주 뒤적거려줘야 한다. 그만큼 정성이 필요하다. 누룩을 쓰지 않은 술은 우리 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술을 만들 때 가장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 누룩 만들기다. 내 누룩을 만들고, 내 누룩을 관리하는 방법을 제대로 익히는데 10년이 걸렸다."

    누룩 만들기가 그렇게 어렵나?

    "사실, 그렇지 않다. 나는 시행착오를 오래 겪었지만, 누룩 만들기는 쉽다. 음력 초복에서 중복 사이, 양력으로는 7월 10일에서 20일 사이에만 만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온도, 습도 등이 누룩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그 시기에는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도 만들 수 있다. 누룩을 빚어 처마에 걸어놓기만 하면 된다. 그 정도로 쉬운 게 누룩 만들기다. 나머지 시기에는 실내에서 가정에서 청국장 만들듯이 하면 된다. 이전에는 어머니, 할머니들이 집에서 누룩을 띄워서 그 누룩으로 술을 빚었다. 그게 왜 어렵다고 하는지 난 잘 이해가 안간다. 나는 일년 동안 쓸 누룩을 7월 중순에 다 만든다. 이때가 실외에서 누룩 만들기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 누룩을 잘못 만들면 일년치 술을 빚을 누룩 전체를 망치는 것이기 때문에 늘 조심스럽다. 여러번 나누어 누룩을 조금씩 만드는 게 더 안전하지만, 그때밖에 누룩을 실외에서 만들 수 없어 일년치를 한꺼번에 만들고 있다. 그래도 아직 실패는 안했다. 자신 있으니까 이렇게 하는 것이다.

    청주의 지역 술인 풍정사계를 ‘전국구 술’로 만든 것은 누룩이다. 녹두가 들어간 향온곡으로 만든다. 둥근 쟁반 모양의 누룩을 곱게 빻아 수차례 말려 잡내를 제거하는 작업이 누룩 법제다. /풍정사계 제공
    ‘나만의 누룩’은 어떤 뜻인가?

    "누룩은 만드는 장소, 만드는 사람에 따라 조건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누룩 자체가 똑같을 수가 없다. 제각각인 누룩으로 술을 빚으면 술 맛도 다 다를 수 있다. ‘나 만의 누룩'을 잘 만들어 술을 빚으면 ‘나만의 개성이 있는 술'을 빚을 수 있다. 개성 있는 술은 결국 개성 있는 누룩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공장에서 만드는 천편일률적인 입국(개량누룩)으로 술 빚는 전통술 제조업자가 많은 게 현실이다. 전통술 양조인조차 누룩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술에 배여있는 누룩취는 다들 싫어하지 않은가?

    "누룩 향에는 긍정적인 향과 부정적인 향, 두가지가 있다. 부정적인 향은 누룩을 잘못 만들었을 때 나는 향이고, 긍정적인 향은 누룩을 제대로 띄웠을 때 나는 향이다. 흔히 사람들이 ‘누룩취’라고 하는 것은 부정적인 향을 말한다. 이 누룩취는 누룩 본래의 향이라기보다는 잘못 만들어진 누룩의 고약한 냄새다. 개량누룩인 입국으로 술을 빚어도 누룩취는 똑같이 난다. 시중에 있는 술 중에 ‘입국취’가 엄청난 술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입국 탓은 안하고 전통 누룩 탓만 한다.

    자기들이 잘못 만든 누룩으로 술을 빚어놓고선 ‘전통 누룩으로 빚으면 누룩취가 강하고, 술맛도 일정하지 않다'고 말한다. 누룩에 대한 이런 매도는 정말 서운하다. 우리나라에 한명 뿐인 국제소믈리에 김경문씨도 작년에 양조장을 방문했을 때 말하더라. ‘누룩향이 없으면 우리 술이 아니다'고. 우리 술을 만들면서 누룩의 효능을 간과, 무시하면 안된다. 국내 양조업계는 누룩향의 중요성을 모르는 게 안타깝다. 누룩을 제대로 만들면 누룩취 없는 좋은 술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좋은 누룩 만들 엄두는 못내면서 엉뚱한 방법으로 누룩취 없앨 궁리만 하는 실정이다."

    이한상 대표, 이혜영 부부가 누룩을 배경으로 서 있다. 이 누룩들은 매년 초복에서 중복 사이에 만들어 일년 동안 술 빚는데 사용된다. /박순욱 기자
    옛날 조상들도 누룩취 없애는 노력을 했나?

    "이전 문헌을 보면, 누룩 사용 방법 중 수곡이란 게 있다. 빻은 누룩을 물에 하루 정도 풀어 뒀다가 누룩 찌꺼기를 짜낸다. 찌꺼기를 버린 물(누룩이 배인 물)로 술을 빚는 방법이 수곡법이다. 이렇게 술을 만들면 누룩취가 거의 없이 더 깨끗해진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술을 만들면 술맛이 밍밍하고, 한마디로 싱겁다.

    마찬가지로 누룩 양을 줄이면 술맛이 싱거워질 가능성이 높다. 누룩 양을 어지간히 지켜서 넣어야만 우리 술맛이 제대로 난다. 첫째, 누룩을 제대로 만들고, 둘째 제대로 누룩을 법제하고, 세번째 누룩 양을 제대로 지켜 넣어야 한다. 그런데 누룩취를 없애려고 누룩 양을 줄이게 되면, 결국 어떤 향 성분, 효모를 첨가시켜야 한다. 일종의 감미료를 넣는 것과 다르지 않다."

    기자는 재작년 5월 풍정사계 양조장을 처음 찾았다. 이번에 일년 반만에 다시 찾은 셈이다. 양조장 처마 밑에는 전에 없던 대형 증류기 설비가 비닐을 덮은 채로 놓여 있었다. 기존의 증류설비보다 세배나 큰 규모다. 이한상 대표는 "증류식 소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중국에서 증류장비를 들여놓고도 증류공장을 짓지 못해 일년 이상 비닐도 뜯지 못한채 보관해 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60평 규모의 새 공장을 완성했다.

    새 증류기가 본격 가동되면 소주 생산량은 얼마나 늘어나나?

    "세배 정도 늘어난다. 지금 쓰고 있는 증류기는 용량이 160L(리터)다. 한번에 160L의 술을 증류할 수 있다. 새 증류기는 500L 용량으로, 세배 정도 규모가 크다. 현재 소주는 증류 후 1년 숙성 후 병입,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 생산량이 늘어나면 숙성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릴 생각이다. 숙성이 길어지면 맛이 더 부드러우면서도 깊어진다. 소주를 다양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숙성기간 1년 제품, 3년 제품, 이런 식으로, 알코올 도수도 다소 변화를 줄 생각이다. 50도 정도 생각 중. 주력은 40도 정도에서 제대로 숙성시킨 제품으로 할 것이다. 현재 일년 숙성한 42도 제품은 덜 숙성시킨 맛이 조금 난다."

    충청도 사람이라 그런가, 이한상 대표는 서두르는 법이 없다. 거의 1억원 들여 기계 사놓고는 1년 이상을 처마 밑에 그냥 세워두었다. 고작 60평 크기의 공장을 1년이나 걸려 짓더니, 또 일년 이후에나 본격 가동할 생각이란다. 새 증류기를 공장에 설치만 하면 금방 소주를 만들 수 있는데도 말이다. 기계를 돌려 제대로 술이 나오는지 테스트를 오랫동안 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2021년에 새 증류기로 뽑은 소주가 곧바로 출시되는 것도 아니다. 숙성기간을 기존 일년에서 3년으로 늘릴 작정. 그러다보니 2024년은 돼야 새 기계로 증류해 제대로 숙성시킨 제품을 맛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3년 숙성소주는 2024년은 돼야 맛볼 수 있다. 이 대표와 함께 풍정사계 술을 빚는 부인 이혜영씨는 한술 더 떤다. "새 술은 3년이 아니라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일부 제품은 3년 숙성 아닌 5년 이상 숙성도 시키고 싶다."

    풍정사계 이한상 대표가 미국에 수출될 풍정사계 소주 박스 앞에서 웃고 있다. 이 대표는 “새 증류기가 본격 가동되면 소주 생산량이 세배 정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박순욱 기자
    올 1월 풍정사계 소주를 미국에 수출한다고 들었다.

    "지난해 봄에 미국의 김경문 국제 소믈리에가 양조장을 찾아와 우리 술을 맛보고 수출문제를 협의했다. 김 소믈리에는 이곳 말고도 몇군데 더 양조장을 방문한 걸로 안다. 그에게 말했다. ‘우리 소주는 누룩으로 만들어서 누룩향이 좀 있을거다' 얘기했더니 ‘우리 소주에 누룩향이 나지 않으면 우리 소주가 아니지 않느냐'고 답하더라. 그러다 가을쯤에 정식으로 수출 얘기가 나와 물량을 준비했다. 이번에 수출할 물량은 한 팔레트 분량인데, 병수로는 1300병 정도 된다.

    요즘 미국 뉴욕의 한식당에서 전통술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다고 하더라. 한국에서 양조법을 배운 미국인이 만든 토끼소주가 뉴욕의 한국 식당에서 인기라고 한다. 미국 교포 중에 한국에서 전통술을 배운 뒤 뉴욕에서 우리 소주를 만드는 사례도 최근 생겼다."

    소주를 만들 때는 누룩을 얼마나 넣나?

    "기본적으로 쌀 양의 10% 누룩을 넣는다. 앞으로 새 증류기가 가동돼 소주 생산이 늘어날텐데, 이제 소주를 만들 때는 누룩 양을 두배로 늘려야 하지 않나 싶다. 소주 양조법을 소개한 문헌에 그렇게 나와 있다. 그동안은 탁약주를 만들었다가 그중 일부를 소주로 만들었지만 앞으로는 소주를 만들기 위한 기본 술은 이전의 탁약주와는 다르게 만들 작정이다.

    대신 쌀 함유량은 좀 줄일 것이다. 쌀 성분이 많으면 단맛이 강해 술이 끈적끈적해서 증류과정에서 탄내가 나는 문제도 있다. 쌀 함량이 많으면 탄내가 날 확률이 높아진다고 알고 있다. 탄내를 줄이기 위해서도 쌀 비중을 조금 줄일 방침이다."

    풍정사계 약주와 비슷한 술이 최근 많아졌다.

    "풍정사계 춘(약주)이 나온게 2015년 1월. 이후에 경쟁제품이 쏱아져 나왔다. 경쟁제품이 늘어난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 비슷비슷하다고 하지만 맛이 다 다르다. 약주 시장이 늘어나야 술 전체 규모가 커진다. 2015년에 풍정사계 춘이 시작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전통술 시장이 많이 커졌다. 물론 지금도 우리나라 전체 술 시장에 비해서는 전통술시장 규모가 아주 작지만, 그 속에서도 큰 성장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풍정사계 같은 술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

    약주인 ‘풍정사계 춘’ 다음으로 만든 술은?

    "겨울술인 소주(풍정사계 동)다. 약주를 증류하면 소주가 된다. 또, 춘을 탁하게 걸러면 탁주가 되는 거고. 여름 술인 과하주는 약주에다 소주를 약간 넣어 만든다. 원래 술은 약주, 탁주, 소주 세가지인데, 우리 조상들은 기온이 높은 여름에도 술이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과하주'라 해서 약주에 소주를 조금 넣은 술을 만들어 마셨다. 어떻게 네가지 술을 다 만드느냐고 많이들 질문하는게, 나로서는 쉬운 일이다. 약주 하나를 완성시키니까, 나머지 술들은 어려움이 없었다. 우리 조상들이 술 만드는 방법을 그대로 지켜 개발한 술이 풍정사계 네가지 술이다. 쌀, 누룩, 물만으로 술을 빚으면서 약주, 탁주, 소주, 과하주까지 만드는 양조장은 전국에 우리뿐이다."

    풍정사계 술과 음식 궁합은 어떤가?

    "약주를 만들고 나서 ‘어떤 음식과 페어링시킬까' 고민했다. 그래서 서울의 음식 전문가를 찾아갔다. 그 분은 술맛을 보더니, 춘을 식전주라고 했다. 음식을 처음 먹을 때 마시는 술로, 이만한 술이 없다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춘은 서양의 고급 화이트와인과 비교해봐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반주용 술로 제대로 역할을 하는 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음식 중에는 어떤 게 맞느냐고 물어보니, 우리 한식과는 다 맞는다고 하더라. 그래도 ‘더 잘 맞는 음식이 있을게 아니냐'고 했더니 고기, 기름끼 많은 다소 묵직한 음식보다는 일상적인 한식과 더 잘 어울린다고 얘기하더라. 지금도 좀 아쉬운 게 우리나라의 유명 한식집에서 풍정사계 춘을 별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급 한식당보다는 백곰막걸리 같은 프리미엄 막걸리 주점에서 더 잘 나가는 것이 다소 아쉽다. 신라호텔 한식당 라연 같은 곳 몇군데는 풍정사계 술이 들어가 있다."

    이한상 대표가 숙성 중인 술 향을 맡아보고 있다. 풍정사계 술은 100일간의 발효와 숙성을 거쳐 병입된다. 소주는 숙성을 1년 정도 한다. /박순욱 기자
    풍정사계 여름과 가을은 어떻게 만드나?

    "과하주는 다 만든 약주에 소주를 약간 섞는게 아니다. 블렌딩이 아니다. 춘 약주는 발효와 숙성을 약 100일 정도 하는데 발효 시작한지 일주일 지났을 때 소주를 약주 단지에 부어야 한다. 거의 숙성이 안됐을 때다. 그리고 나서 90일 정도 숙성을 더 거친다. 약주가 익어가는 도중에 소주를 부어 두가지 술이 어우러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면 소주와 분리된 느낌이 안난다. 화학적 결합이 잘 된다는 의미다. 100일 숙성이 끝나면 소주 냄새가 거의 없어진다. 과하주는 18도. 묵직한 맛이 좀 있다. 약주보다 좀 더 달다. 왜냐면 소주를 넣으면 알코올 도수가 올라가는데, 도수가 2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당분을 알코올로 바꾸는 역할을 하는 효모가 활동을 못한다. 그래서 알코올로 바뀌지 않는 당분이 남아 있어 다소 단맛이 난다.

    춘 탁주는 여러가지 복잡한 맛이 있다. 쌀이 갖고 있는 여러가지 과일향이 복합적으로 나기 때문에 맛이 더 풍부하다. 도수는 12도로, 약주 15도보다는 낮기 때문에 부드러움도 있다. 탄산은 없다. 탄산이 남아 있다는 것은 완전발효를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이럴 경우 숙취 성분이 남아있다. 풍정사계 추 탁주는 완전발효를 했기 때문에 마신 후에 숙취가 없다. 옛날부터 좋은 술은 ‘앉은뱅이 술'이라고 하지 않나? 앉은뱅이 술은 탄산이 부글부글 끓는 일이 없다."


    풍정사계는 부부를 닮은 술 같다. 부부 두 사람이 양조장을 책임지고 있는데, 부인 이혜영님의 역할은?

    "힘든 일은 내가 하고, 힘 안드는 일은 다 아내가 한다. 발효나 숙성 중인 술의 온도와 습도 관리 등 술 양조의 가장 중요한 일을 아내가 맡고 있다. 요즘엔 술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내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신 술 항아리를 옮긴다든지 힘이 필요한 부분은 내가 한다."

    술 생산량을 늘릴 계획은?

    "올해 새로 설치할 증류기가 제대로 가동이 되면 증류소주 생산량은 크게 늘어날 수 있지만 약주를 비롯한 나머지 술들은 당분간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다. 무리하게 양을 늘리다 보면 맛이나 품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 양을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맛의 유지’다.

    풍정사계 양조장 안뜰. 술을 빚기 위한 고두밥은 이곳에서 자연 바람으로 식힌다. /박순욱 기자
    가격이 조금 낮은 신제품도 만들 생각은 해봤지만 여력이 없다. 새 술을 만들 공간이나 일손이 여유가 없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을 한다. 누룩술을 빚는 사람들이 너무 적으니까, 누룩술의 대표격인 풍정사계 술은 그대로 끌고 가고 싶다. 굳이 가격을 낮춘 신제품을 내기보다는 지금 제품을 더 안정적으로 만들고 싶다. 언젠가는 우리 술도 쇠퇴기가 오겠지만, 이 술을 소비자들이 찾는 동안에는 지금 그대로 맛을 유지하면서 내놓고 싶다는 얘기다. 누룩술이 흔치도 않지만, 누룩으로 술을 만들면, 이런 술맛이 나온다는 걸, 몇년 동안은 더 알리고 싶다.

    양조장이 있는 청주에서도 꽤 판매가 되나?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작년 9월에 일본 구마모토현에 있는 교수 두 분을 고창에서 만났다. 그분들 말씀이 ‘인구 수가 3만명인 구마모토현 안에 소주공장이 28군데다. 그런데 술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구마모토현 내에서 팔리고 있다'고. ‘내 고장에서 만든 술은 우리가 소비해줘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다고 했다. 신토불이의 정신이랄까. 그 얘기를 듣고 무척 부러웠다.

    정부가 지역농산물 소비를 촉진한다는 취지에서 지역 농산물로만 술을 빚게 하는 ‘지역특산주 면허제도’를 도입했지만, 술 소비까지 정부가 책임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병당 3만원이 넘는 우리 술 가격이 지역에서 소비하기엔 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청주 내에서는 거의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러니 지방에서 술을 만드는 사람들은 무조건 서울 사람들 구미에 맞는 술을 만들 수밖에 없다. 술을 소비하는 메인시장인 서울에서 생존하지 않고는 양조장 존립 자체가 어렵다. 만약 풍정사계 술 50%가 인근 청주에서 소비된다면 양조인 입장에서 얼마나 든든하겠나? 지역의 특산주들이 지역에서 많이 소비되지 못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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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순욱의 술기행](18) 전통주점 인기 1위 술은 ‘탄산 막걸리’인 이화백주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17) “세종대왕께 진상한다는 정성으로 술을 빚어요.”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⑮ “누룩 냄새 안나는 '한국형 사케' 새로 만들었어요" 박순욱 선임기자
    故배상면 회장의 마지막 역작… 딸이 이어받아 우리술 대상 박순욱 선임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⑬좋은술 이예령 대표 “조선시대 탁주는 벌컥벌컥 마시는 술이 아니었다” 박순욱 기자
    세계 최고 와인 평론가에 '100점' 받은 와인의 정체 박순욱 선임기자
    감미료 없어 숙취 없는 이 막걸리… 목넘김도 비단결 같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⑩삼해소주가 김택상 명인 “10년 이상 숙성시킨 위스키보다 부드럽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⑨우리술 박성기 대표 “즐기기 위해 마시는 술로 막걸리 만한게 있나요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⑧바이올리니스트가 만든 '황매 매실주' 맛은 어떨까?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⑦정준하의 새로운 무한도전, ‘전통주 소믈리에’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⑥30대 청년 넷, 서울쌀로 '무감미료 막걸리' 만들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⑤전국 최대 전통주점 백곰막걸리 이승훈 대표 “전통술의 박물관 역할하고 싶어요"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④논산, 평택의 명품 막걸리 주조 현장을 가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 ③9년만에 매출 100배 키운 지평주조 박순욱 기자
    '카스:테라' 전쟁 시작… 테라, 39일만에 100만 상자 팔렸다 박순욱 기자
    [박순욱의 술기행]① "佛에 수출한 한국 스파클링 와인 아세요" 박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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