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가 풀리며 침체를 벗어난 부산 주택 시장에서 쌓여 있던 미분양 주택 물량이 대거 소화되고, 곳곳에서 역대 최고가로 거래된 사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서울 등 외지인의 매수가 이 지역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전월 대비 미분양 주택 물량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지역은 부산이었다.

부산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 2017년 12월 1920가구에서 2018년 12월 4153가구로 크게 늘었다. 지역 경기와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탓이었다. 올해 10월까지만해도 4380가구에 달하던 미분양 물량은 11월 2884가구로 줄었다. 34.2%(1496가구)가 소화된 것이다. 정부가 11월 조정지역으로 묶여있던 부산 해운대구, 수영구, 동래구의 규제를 풀자 지역 부동산 시장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11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전경.

아파트 값도 뜀박질을 하고 있다. 재건축 물건을 보면 지은지 40년된 부산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의 경우 전용면적 131.3㎡짜리가 올해 9월~11월 8억~9억원선에서 거래됐는데 지난 11월 11억5000만원에 이어 이달 13억1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역대 최고가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이 아파트는 3060가구 규모로, 건축 심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1984년에 지어진 남구 대연동 ‘대연비치’ 167.57㎡도 11월 말 역대 최고가인 9억원에 거래됐다. 수영구에서 재건축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른 남천동 ‘삼익타워’는 전용면적 108㎡짜리가 작년 9월 6억원(4층)에 거래된 이후 거래가 끊겼다가 올해 11월 말 8억500만원(9층)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해안에 위치한 초고층 아파트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 아이파크’의 전용 126.6㎡는 지난달 30일 10억원(38층)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부산은 미분양이 넘치고 집값도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는 곳이었다. 20개월 이상 매매 실거래가격지수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가격이 크게 오른 대구, 대전, 광주와 비교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부산 해운대구, 수영구, 동래구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자, 급반전을 보이는 중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4일부터 12월 23일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가 0.65% 오르는 동안,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 매매가는 3.17%, 수영구는 2.58% 상승했다. 동래구 2.12%, 남구 1.53%가 올랐다. 해안가 주변 재건축 추진 아파트와 새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렸다는 게 현지 업계의 얘기다.

한국감정원을 통해 ‘11월 부산 아파트 매입자 거주지별 거래현황’을 살펴보면 거래된 5198가구 중 857가구(16.5%)를 외지인(서울 및 관할 시·도 외 기타지역)이 샀다. 해운대구의 경우, 이달 매매거래 아파트 1017가구 중 168가구를, 수영구는 464가구 중 92가구를, 동래구는 533가구 중 94가구를 외지인이 매입했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W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장은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를 비롯한 주요 아파트 단지들의 호가가 두 달만에 15%가 올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산 지역 내 실수요자의 새 아파트 선호현상과 외지인의 투자 수요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부산 아파트 값이 약 2년간 내림세였기 때문에 바닥을 쳤다는 심리가 퍼진 것으로 본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부산에서도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일어나는 중인 만큼 지역 내 수요가 충분히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투자자들의 경우 지난 2년 동안 집값이 빠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도 주택 가격이 크게 빠졌다가 크게 올랐는데, 부산의 아파트 가격도 이런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실수요가 뒷받침 되는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부산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만약 전·월세 실수요자가 받쳐주지 않을 경우 다시 빈집으로 전락하는 등 소위 ‘버블’이 될 수 있고, 새 집에만 수요가 몰리면서 지역 내 양극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