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세계경제 전망]③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교수 "韓, 무역의존 줄이고 반도체 지켜라"

조선비즈
  • 이용성 국제부장
    입력 2019.12.29 06:00

    韓, 미·중 사이에서 균형 잡기 위해 한·일 관계 개선 시급
    세계 경제 견조한 성장 전망...중국이 최대 변수

    "한국은 미국과 중국 어느 한 쪽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미·중 갈등이 격화될 경우) 한국전쟁 이후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관계까지 좋지 않으니 큰 문제다."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교수. /타일러 코웬
    타일러 코웬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경제학은 물론 정치와 외교·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통섭형 지식인’이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조지메이슨대 부설 메르카투스 경제연구소장을 역임했다.

    국내에서는 ‘거대한 침체’ ‘경제학 패러독스’ ‘기업을 위한 변론’ 등의 저서로 널리 알려졌다. 2011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최근 10년 내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선정됐고, 이듬해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선정한 ‘세계 100대 사상가’에 이름을 올렸다.

    코웬 교수는 조선비즈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2020년은 세계 경제가 건강하게 성장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주류 경제학자 중 드물게 긍정적인 새해 전망을 내놨다. 미국 경제가 "부러움을 살만큼" 상황이 좋고, 미·중 1단계 무역 합의로 적어도 당분간은 무역전쟁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관련 불확실성도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부정 전망이 앞섰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정책 방향을 잡기 쉽지 않은데다, 함께 손잡고 난국(亂局)을 타개할 협력자가 돼야 할 일본과의 관계도 좋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2020년 세계 경제 흐름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미국 경제가 튼튼하고 미 국채의 장단기 수익률 곡선 역전현상(inverted curve)도 사라졌다. 유럽의 스타트업 생태계도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미·중 관계가 장기적으로 나빠질 가능성은 있지만, 단기간에 악화될 가능성은 낮아졌다. 중국과 인도의 경우 경제가 좋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나빠질 것으로 보진 않는다."

    채권금리는 통상 단기(2년물)보다 장기(10년물)가 높지만, 향후 경기가 부정적으로 전망될 땐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들고 심하면 역전 현상도 일어나 경기 후퇴의 전조로도 여겨진다. 하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표결 등 국정 혼란을 겪으면서도 미국의 장단기 채권금리차가 벌어지면서 경기불안 우려가 완화됐다는 분석이다.

    악재가 될 수 있는 변수를 꼽는다면.
    "부채 문제와 홍콩사태·양안(중국과 대만)관계 등 정치 리스크, 자본 이탈 가능성 확산 등 중국 관련 이슈들이 가장 큰 변수다. 큰 문제로 번질 것이라 생각하진 않지만,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는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중남미의 정치·경제 문제도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콜롬비아 정도를 빼면 상황이 괜찮은 곳이 없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성장에 기대만큼 속도가 붙지 않는 것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부채가 크게 늘어난 건 미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 아닌가.
    "일본의 경우 대부분의 부채가 일본 내에서 조달된 것이다. 게다가 인구 감소로 금리도 오랫동안 낮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미국은 부채 문제를 억누르기 위해 장기 저금리에 베팅한 셈인데, 바람직한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6% 정도까지 오른다면 (26일 기준 1.8954%) 이로 인한 재정 악화를 메꾸기 위해 정부가 세율을 올리면서 경기가 나빠질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워낙 좋고 미 국채의 신뢰도가 독보적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오랫동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중국의 상황은 어떻게 다른가.
    중국은 사정이 다르다. 아직 선진국 문턱에도 진입하지 못했고, 도농 간 경제수준 격차도 큰 상황에서 벌써부터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질 것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가 2015년 1억3500만 명에서 2040년에는 3억4000만 명으로 2.5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중국 기업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규모는 1300억위안(약 21조57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내년 중국 경제 성장률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최악의 경우 4%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 정부는 다르게 발표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재정정책과 인프라 건설이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었는데, 이제 그런 방식으로 성장을 계속할 여력이 크지 않다. 홍콩과 대만, 미국과의 관계 등 외교 분야에서도 악재가 많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미국도 타격이 불가피하지 않을까.
    "두 나라 모두 피해를 보겠지만, 중국이 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미국은 아이폰의 공급망 정도를 빼면 중국의 빈자리가 크게 아쉬울 게 없다. 반면 중국은 에너지의 안정적인 수급과 무역 등 여러 이유로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 비해 신뢰할만한 우방이 많다는 것도 미국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 대선 결과는 세계 경제에 변수가 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본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트럼프와 대결해 승리한다 해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정책적으로 온건한 편인데다 공화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는 상원의 반대에 막혀 정책적인 차별화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성이 커 보이진 않지만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나 엘리자베스 상원의원의 차기 대통령 당선은 세계 경제에 악재가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상원의 벽에 막혀 정책적으로 뜻을 이루기는 힘들겠지만, 과도한 규제 움직임과 사회주의적인 수사(修辭)를 남발하는 것 만으로도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미 대선 민주당 유력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오른쪽) 상원위원과 버니 샌더스 상원위원. /AP
    한국 경제는 어떻게 전망하나.
    "미·중 갈등으로 두 나라의 경제와 제조업 생태계의 분리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점점더 많은 나라들이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편을 선택하도록 요구받게 될 것이다. 한국에게 이 같은 상황 변화는 한국전쟁 이후 가장 힘든 도전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한국만큼 미·중 양쪽 모두에 많이 의존하는 나라도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중요한 교역 상대이며 지리적으로 매우 가깝다. 북한의 도발을 제어하기 위해서도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미국과의 협력은 한반도의 안보는 물론 국제 무역질서를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과 관계라도 좋으면 도움이 될텐데 그 마저도 좋지 않으니 큰일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역 비중을 줄이고 서비스 산업을 키울 필요가 있다. 서비스 산업 관련 규제를 줄여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반도체 산업은 앞으로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분야의 경쟁력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스타트업 육성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그리고 최저임금제로 소득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은 버리는 것이 좋겠다. 결국 노년층의 경제 부담만 키우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와 관련해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낮은 출산율이다. 출산율이 늘면 총수요와 총공급 증가로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 살아가면서 더 많은 한국인들을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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