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캡슐 하나로 가축 질병 예측부터 출산 관리까지"

입력 2019.12.21 07:00

김희진 유라이크코리아 대표, 가축 전용 바이오 캡슐 ‘라이브케어’ 개발
세계에서 가축질병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토종기업... 가축 생체 빅데이터만 5억개
美 MS, 日 소프트뱅크 손잡고 세계 축산 ICT 헬스케어 시장 정복 나서

김희진 유라이크코리아 대표가 양(羊) 전용 바이오캡슐 개발에 성공한 뒤 강원도 대관령 양떼 목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라이크코리아 제공
가축을 키우는 일의 기본은 관찰이다. 관찰이 전체 가축사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할쯤 된다. 먹이를 잘 먹는지, 어디 아프지 않은지, 발정이 시작됐는지, 출산 시기가 다가오면 언제쯤 새끼를 낳을지 등 한시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매일 시시때때로 살펴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십중팔구 실패한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먹이를 주고, 분뇨를 처리하는 등 힘쓰는 일은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기 시작한지 꽤 오래다. 일반농가에 보급되는 자동화 설비를 이용하면 시간에 맞춰 자동으로 먹이를 준다. 분뇨를 치우는 일도 트렉터 등 대형 기계로 한다.

그래도 아직까지 가축을 관찰하는 일 만큼은 사람의 몫이다. 하루에도 몇 시간마다 수시로 가축을 살펴야 한다. 관심을 소홀히 했다가는 바로 손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겨울 출산하는 소를 예로 들면 겨울에 어미소가 출산하면 반드시 갓 태어난 새끼의 양수를 닦아 말려주고, 찬 바람이 불지 않는 따뜻한 곳으로 옮겨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갓 태어난 송아지가 저체온증으로 죽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요즘 송아지 한 마리 가격은 400만원 안팎이다. 한 마리만 실패해도 어지간한 직장인 한 달치 월급을 날리는 셈이다.

도시생활을 하다가 귀농해 처음 축산업에 뛰어든 이들도 가축의 먹이를 주고, 분뇨를 치우는 일은 이제 기계의 힘을 빌릴 수 있어 어렵지 않지만 많은 시간을 들여 가축을 관찰하는 것은 자리를 비울 수도 없어 자유가 사라진다고 하소연한다. 유명 인사들이 ‘소는 누가 키우냐’고 할 때면 ‘소는 아무나 키우는 줄 아나 봐’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축산 농부들은 ‘축사에 가지 않아도,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가축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기를 학수고대(鶴首苦待)했다. 마침내 축산농부들의 바람이 실현됐다. 토종기업 유라이크코리아는 소의 활동량과 체온 등을 분석해 소의 상태를 웹과 앱으로 농부에게 알려주는 바이오캡슐 ‘라이브케어(LiveCare)’를 개발했다. 지름 3cm, 길이 15cm(큰 소용 기준)쯤 되는 바이오 센서를 소의 입을 통해 첫 번째 위에 넣으면 컴퓨터나 스마트 폰으로 원할 때마다 소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크기와 무게를 조절해 뱉거나 다른 위장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했다. 첨단 ICT 기술이 축산업에 접목된 스마트 축산의 전형이다.

유라이크코리아는 국내 축산농가에 소 전용 라이브케어를 보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양(羊) 전용 바이오캡슐 개발에 성공했다. 내년 상반기 호주와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글로벌시장에도 진출한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글로벌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았다.

컴퓨터 공학 박사인 김희진 유라이크코리아의 대표(39)를 만나 세계 굴지의 IT기업인 MS와 소프트뱅크가 인정한 기술력을 갖추기까지의 스토리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었다.

컴퓨터 공학 전공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았던데… 축산 관련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아버지가 대학에서 축산을 전공하셔서 친구분 중에 축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았다. 아버지를 따라 그 분들을 만나고 농장 구경도 많이 다녔다. 그 덕분에 다른 여자 아이들과 다르게 가축에 대한 거리감이 없었다. 대학에서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는데 박사공부를 할 당시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발생했다. IT 기술을 이용하면 구제역 발생과 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IT기술을 축산과 접목하는 논문을 여러 편 냈고,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해 2012년 유라이크코리아를 창업했다."

라이브케어의 원리에 대해 설명해 달라.

"라이브케어는 가축이 질병·발정·출산 등 상황에 따라 체온 변화와 운동량 변화 패턴을 달리한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한 가축 헬스케어 통합 솔루션이다. 양이나 소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적용된 바이오캡슐(Bio Capsule)을 삼키도록 해 가축의 체온과 활동량 등을 측정, 개별 데이터를 수집한 후 독자 개발한 인공지능(AI) 분석 기술을 통해 해당 가축의 질병·발정·임신 등을 진단하고 농부에게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통해 통보해준다.

농부 입장에서는 다양한 질병의 예방과 조기치료가 가능하다. 발정시기와 출산시기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라이브케어 바이오캡슐. /유라이크코리아 제공
비싸면 농부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텐데. 가격은.

"가격은 20만원이 안된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지자체 보조금을 이용하면 절반인 10만원이 안되는 가격에 설치할 수 있다. 농가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축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고, 임신 공백 등을 최소화해 사육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절대 손해가 아니다."

솔루션을 개발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

"개념을 정립한 이후 시스템을 개발했기 때문에 기술 개발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데이터 축적을 위해 온 종일 소를 계속 관찰하는 일은 ‘너무 너무’ 지루했다. 시시때때로 키우는 가축을 관찰하는 축산 농부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소의 입을 통해 캡슐을 첫번째 위에 집어 넣는데 이 과정에서 팔목을 물려 고생한 적도 있다.

하지만 영업은 개발보다 훨씬 어려운 것 같다. 최근 둘째 아이를 낳았는데 해외 시장을 개척하느라 출산휴가 한 달 만에 복귀했다. 그래도 호주, 유럽, 브라질 등지에 제품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거나 협상을 진행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어 힘이 난다"

최근 소에 이어 세계 최초로 양(羊) 전용 바이오캡슐 개발에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소와 송아지용 라이브케어를 통해 확보된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3년 이상 연구개발(R&D)을 거쳐 양의 질병관리에 특화된 양 전용 바이오캡슐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토종 벤처기업이 양 전용 IoT 헬스케어 기술이 전무한 글로벌 축산 시장에서 세계 최초로 양에 특화된 바이오캡슐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우리 회사는 현재 ‘양 관리를 위한 경구투여용 바이오 캡슐 및 이를 포함하는 질병 관리 시스템’의 세계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2020년 상반기 본격적으로 글로벌 양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예측이나 예방 가능한 가축 질병은 몇 종이나 되나.

"우리가 개발한 솔루션을 이용하면 구제역·식체·산욕열·폐혈증·케토시스·유방염·유행열·일본뇌염·폐렴 등 40여종의 질병 발병을 예측할 수 있다. 질병 발병을 예측할 수 있으니 조기치료도 가능하다. 발정시기와 분만시기 예측 정확도는 98%에 달한다."

라이브케어에 접목한 기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바이오캡슐 내부에는 첨단 센서가 내장돼 있다. 센서가 하루에 300회 이상 소의 내부 체온을 측정해 데이타베이스(DB) 서버에 보내면 인공지능(AI)은 기존 확보해 둔 빅데이터와 비교해 질병과 임신출산 등을 감지한다. 또 AI를 활용한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로 분석된 데이터 결과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P)이나 웹 프로그램으로 전송해 농부들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가축의 건강상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유라이크코리아에서 개발한 ‘라이브케어’ 앱(APP). /유라이크코리아 제공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증시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한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아그리테크(Agritech) 혁신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선정됐다. 국내 스타트업으로는 유일하다.

이후 세계 주요 거점 도시에서 열리는 ‘MS IoT in Action’ 글로벌 이벤트 시리즈에 핵심 발표 기업으로 참가 중이다. ‘MS IoT in Action’ 이벤트는 지난 11월 5일 뉴질랜드 오클랜드를 시작으로 2020년까지 캐나다 토론토, 일본 도쿄, 한국 서울·부산, 호주 멜버른에서 개최된다." MS IoT in Action은 MS의 사물 인터넷 기술과 클라우드를 활용해 기업이 사물인터넷 시스템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지를 소개하는 B2B 행사다.

세계적인 투자회사이자 일본을 대표하는 IT기업 소프트뱅크와도 계약을 맺었다고 들었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SoftBank Group Corp) 본사와 라이브케어 서비스 호주 총판 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양사는 호주 와규와 젖소 시장에 특화된 축우 헬스케어 서비스 라이브케어의 연구개발과 호주 사업 진출 본격화를 위해 상호 협력하게 된다."

호주는 가축 사육 마릿수가 엄청나다고 들었다.

"호주는 축산 강대국이다. 호주 축산공사에 따르면 호주에서 키우는 소는 약 2600만두로 세계 7위다. 또 세계 3위의 소고기 수출국으로 약 120개국에 가축과 육류를 수출한다. 특히 청정지역에서 방목과 곡물 사료로 키워지는 호주산 와규는 600만두에 달하는데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소고기 시장에 수출된다.

우리입장에서 봤을 때 호주는 반드시 진출해야 할 거대 시장 중 한 곳이다. 우리는 호주시장 진출을 위해 2018년부터 호주 퀸즈랜드 와규 농장에서 개념 실증(PoC)을 시작했다. 질병 관리 방법 및 이를 수행하기 위한 장치(METHOD OF MANAGING DISEASE, AND APPARATUSES OPERATING THE SAME)로 현지 특허도 취득했다.

우리는 지난 7월 호주에서 사용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올해 10만두 분량의 바이오캡슐을 투여할 계획이다. 앞으로 3년간 약 50만두에 라이브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라이브케어와 같은 전세계 가축질병 모니터링 시장 규모는.

"전문가들은 가축 모니터링 및 관리 시장의 경우 IoT 기술의 발달과 관리 효율성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2021년까지 연평균 17.8%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전문업체인 리포트 링커(Report Linker)에 따르면 세계 가축 모니터링 및 관리 시장이 2021년 48억4000만달러(약 5조 414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세계 최초로 5억건의 가축질병 빅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들었다. 소감은.

"빅데이터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5G통신등과 함께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 중 하나다. 데이터가 돈이 되는 세상이니 당연히 쓸모도 많다.

세계적으로 5억개가 넘는 가축 질병 생체 빅데이터를 보유한 회사는 우리 회사가 유일하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지금까지 확보한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앞으로 진행할 수 있는 연계 사업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직원들도 한껏 고무돼 있다."

덴마크정부와 MOU체결 기념 사진. 사진 왼쪽부터 토마스 리만(Thomas Lehmann) 주한 덴마크 대사, 김희진 유라이크코리아 대표. /유라이크코리아 제공
앞으로 계획은.

"우리 회사의 설립 이념은 라이브케어로 건강하게 관리된 가축을 최종 소비자가 투명하게 확인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인간과 가축 생태계에 일조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가 개발한 시스템을 이용하면 송아지부터 성우까지 건강과 질병관리는 물론이고, 과도하게 남용되는 항생제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축산 농가의 안전성과 품질 향상을 위해 도입한 ‘축산물이력제’까지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장점을 적극 활용해 단기적으로는 내년부터 소와 양 뿐만 아니라 돼지·말 등 다양한 가축을 대상으로 글로벌 시장에 확장된 라이브케어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집중 공략 대상은 덴마크를 중심으로 한 유럽시장과 일본·호주·뉴질랜드·브라질·미국·UAE 등이다. 최근 덴마크와 브라질에 라이브케어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중장기 계획은 목장 운영 컨설팅, 맞춤형 치료제 추천 등 모든 가축의 생체 정보를 아우르는 글로벌 축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가축질병 빅데이터센터도 설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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