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성장 위해 재정·투자·소비 부양 정책 총동원"
40대 맞춤형 고용대책·국내 여행비 세액 공제 등 추진
전문가 "경제인식 너무 낙관적, 구조개혁은 구호 수준"
정부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대로 떨어졌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어려워진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내년 경제정책의 중심축을 투자활성화, 소비 진작으로 잡았다.
투자, 소비 중심 경기부양으로 내년 성장률을 2%중반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를 되돌리기 위한 구조개혁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문한 ‘40대 맞춤형 고용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민간·민자·공공 ‘3대 분야 총 100조원’ 목표로 각종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 집행하기로 했다. 이 중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로만 25조원을 채우겠다는 목표다. 민간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국내 여행비용에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동, 산업, 규제 혁신 전략도 수립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과제들이 추상적인 선언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 목표를 추진하기 위한 로드맵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저성장 기조를 역전시킬 수 있는 구조개혁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할 수 있는 ‘한방’을 찾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내년 2.4% 성장 위해 '투자 활성화·민간소비 진작'에 집중
정부는 1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2.4% 달성 등 ‘경기반등 및 성장잠재력 제고’를 목표로 설정한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논의, 확정했다.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1+4 정책방향’에서 경제상황 돌파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올해 1%대 성장률이 유력할 정도로 악화된 경기 흐름에 ‘반등 모멘텀’을 만드는 데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투자활성화에 총력 매진’, ‘국내소비·관광 중심의 내수진작’, ‘국민생활·안전 위한 건설투자 확대’, ‘수출회복 지원 및 적극적인 대외진출’, ‘지역혁신을 통한 지역경제 활력 제고’, ‘리스크 관리 등 경제안정 기반 구축’ 등 6대 과제가 모두 경기부양 과제로 채워진 것은 성장률 반등에 대한 절박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우선 확장적 재정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상반기 재정 집행률을 62%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61%로 사상 최고치였던 올해 상반기 재정집행 목표를 1%P 더 높인 것이다. 올해의 경우 292조원에 이르는 중앙정부 배정 예산을 상반기에만 190조7000억원(65.4%) 집행했다. 이중 실제로 시중에 풀린 재정은 배정 예산의 60%인 175조원이었다. 정부는 재정집행 목표를 1%P 끌어올리면 내년 상반기 중 정부 예산이 올해와 비교해 10조원 이상 더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투자활성화를 위해 100조원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에 진행 중인 10조원 규모의 4단계 대규모 기업투자 프로젝트에 더해 15조원 가량의 신규 기업 투자 과제를 내년 중 추가로 발굴해 추진할 계획이다. 민간 투자 사업도 적격성 조사 등을 통과한 5조원 규모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는 한편, 10조원 규모의 신규 사업을 발굴해 총 투자 규모를 15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55조원 규모였던 공기업의 각종 투자 사업을 내년엔 60조원 규모로 5조원 확대하기로 했다.
기업의 설비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정책자금 10조원을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중견 기업들의 시설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연이자 1.5%인(15년 만기) 신규 설비투자 촉진 금융지원 자금 4조5000억원을 내년 1년 동안 한시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3조원 규모의 중소·중견기업의 시설·운영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내년 1분기 중 40대 맞춤형 고용대책 발표
민간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올해 12월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신차 교체 시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내년 6월말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10년 이상된 노후 승용차를 휘발유와 LPG 승용차로 교체할 경우 개별소비세를 100만원 한도에서 70% 감면하기로 했다. 또 내년 1분기 중 고효율 가전기기 구입 시 구매 금액의 일부를 환급해주는 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해외 소비의 국내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현재 인천국제공항에 설치된 입국장 면세점을 김포공항 등 전국 주요공항으로 확대하고, 지금까지는 금지된 담배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해외 관광 수요를 국내로 돌려 민간 소비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지난해 3억3000만회로 추정되는 국민들의 연간 국내 관광 횟수를 내년에는 3억8000만회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내 여행 숙박비에 대해 도서·공연비와 동일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 중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통해 제도 도입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전체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지난 2년 반 동안 추진했던 소득주도성장 정책 과제들은 후순위로 밀리는 분위기다. ▲혁신동력 강화 ▲구조개혁 등 경제체질 개선 ▲포용기반 확충 ▲미래 선제대응 등 4대 정책 방향에서도 소득주도성장은 기존 추진 과제들을 지속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지시한 ‘40대 맞춤형 고용대책’은 신규 과제로 추진된다. 실업자 전직 교육기회 확대, 고용촉진 장려금 지급 등을 골자로 한 40대 고용대책이 내년 1분기 중으로 발표될 전망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청년, 고령자에 비해 40대의 실업에 대해 정책적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통감하고, 40대를 별도 정책 영역으로 삼아 청년실업 대책에 준하는 40대 맞춤형 고용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해 내년 1분기 중에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낙관적 경제전망은 여전…구조개혁 과제, 너무 추상적"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용범 1차관 등 기재부 최고위층이 강조했던 구조개혁 이슈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혁신, 노동혁신, 재정·공공혁신, 인구대응, 사회적인프라 확충 등 5대부문 구조혁신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주요 추진 과제들이 기존 정책을 반복하는 데 그쳤고 구체적인 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경기반등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제시하는 등 경기불황에 대한 민간의 우려를 어느 정도 반영했지만, 여전히 낙관적인 경기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제시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2.4%)가 민간 및 시장의 시각과 격차가 크다는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다. 민간 연구기관은 대부분 내년 경제성장률로 2% 초반을 전망했다. 시가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을 금지하는 부동산 규제를 실시하면서, 건설투자 확대를 통해 경기를 진작시키겠다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 등이 낙관적인 인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경기반등에 대한 의지를 오히려 잘 전달되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면서 "경기 활성화와 구조개혁 과제가 많이 제시됐음에도 핵심 과제들이 기존 정책을 반복하는 느낌이고, 구조개혁의 추진 방향이 구체적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