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알아봤다

조선일보
  • 이성훈 기자
    입력 2019.12.17 03:08 | 수정 2019.12.17 10:04

    [해외 쇼핑몰서 빛본 한국 제품들, 국내로 역진출]
    에어레이터 3년 연속 판매 1위
    무지개 양말, 판매량 400배 증가… 스킨케어 화장품 美·유럽서 인기

    - 아마존 등 외국 이커머스는…
    물건 보관·배송 대행 서비스, 일본·유럽·멕시코 진출 도와

    지난 7월 이마트 왕십리점과 죽전점에 '에어레이터'라는 이름의 와인용품이 등장했다. 국내 와인 액세서리 전문업체 빈토리오가 만든 이 깔대기 모양 제품은 와인병에 꽂아 쓰면 된다. 보통 병에 담긴 와인은 맛과 향을 살리기 위해 마시기 전 디캔터에 담아 공기와 접촉시키는 '에어레이션' 과정을 거친다. 에어레이터는 중간에 뚫린 구멍으로 공기가 들어가 순간적으로 에어레이션 과정을 끝낸다.

    '에어레이터'는 미국에선 와인 소비자들 사이에서 '필수 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었지만,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빈토리오가 만든 에어레이터가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와인 에어레이터 부문 3년 연속 판매 1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이 회사 민병은 대표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상품이 경쟁하는 아마존에서 시장조사를 하며 '와인 에어레이터'를 사업 아이템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와인 액세서리 전문 업체 빈토리오가 만든 와인용품 '에어레이터'(큰 사진).
    와인 액세서리 전문 업체 빈토리오가 만든 와인용품 '에어레이터'(큰 사진). 통상 30분 이상 걸리는 에어레이션 작업을 순간적으로 끝내 아마존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팝콘앤키키가 만든 '키키야 삭스'(작은 사진 위)는 아마존에서 하루 1800켤레 이상 팔렸다. 하이네이처의 스킨케어 브랜드 '퓨리토' 클렌저도 미국과 유럽의 아마존에서 인기다. /각 사
    외국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를 통해 해외에서 먼저 성공한 후,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중소기업 제품들이 있다. 양말·화장품 등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도 해외 쇼핑몰에서 소문을 타면서 성공을 거두는 사례가 늘고있다.

    해외 이커머스 타고 성공한 중소기업

    지난달 아마존 사이트 양말 코너 인기 제품에 한국 양말 제조업체 팝콘앤키키가 만든 '키키야 삭스'의 무지개 양말이 올랐다. 양말 밴드 부분이 무지개 색상으로 디자인된 것이다. 이 양말은 하루 1800켤레 이상 팔렸다. 이 회사 이동현(43) 부대표는 "미국에서 인기를 끈 후 한국에서도 이 디자인에 대한 주문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 부대표 형제가 2008년 창업했다. 2004년 서울 신평화시장에 양말 도매가게를 열었지만, 일정하지 않은 품질이 불만이었다. 아예 도매업을 접고 '키키야'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직접 양말을 제조해 팔기로 했다. 품질과 디자인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국내 주요 유통업체를 뚫었다. 하지만 지나친 '납품 단가' 후려치기에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팝콘앤키키가 올해 들어 눈을 돌린 곳이 미국이었다. 미국은 저가 위주인 중국이나 다른 해외 시장과 달리 중간 가격대 양말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 진출할 경우, 배송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이때 팝콘앤키키에 손을 내민 곳이 아마존이었다. 아마존은 미국에 있는 자체 물류창고에 입점 업체들이 물건을 보관하면, 배송까지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지난 5월 첫 진출 후 한 달 동안에는 300켤레밖에 안 나갔지만, 지금은 하루에 4000켤레 가까이 나간다. 6개월 만에 판매가 400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이후 미국에서 인기를 끈 '무지개 양말' 등은 국내에서도 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국내 유통업체에서도 추가 주문을 넣었다. 이 부대표는 "아마존 입점 후 미국과 국내 판매가 동시에 늘면서 작년보다 올해 매출이 20%가량 늘고 수익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글로벌 진출 돕는 아마존

    스킨케어 브랜드인 '퓨리토'를 운영하는 하이네이처의 김관현(38) 대표도 이커머스를 통해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미국 아마존뿐 아니라 유럽의 아마존 사이트에까지 입점했다. 그는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온 고객 후기(리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김 대표는 "자외선 차단제의 경우, 바닷물을 오염시킬 수 있는 원료를 빼달라는 주문을 곧장 제품에 반영해 인기를 끌었다"며 "외국 이커머스는 '가짜 후기'를 잡아내는 기술이 한국보다 월등해 품질만 좋으면 성공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고 말했다.

    한국 입점업체들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자, 아마존은 한국의 화장품, 패션, 식품업체 등을 확보하기 위해 나섰다. 2015년 한국 판매자를 지원하는 '한국 아마존 글로벌 셀링'을 만들었다. 판매자가 아마존 계정을 만들어 상품을 등록하면, 아마존은 판매자를 위해 마케팅 솔루션과 아마존 물류센터를 활용한 배송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성한 한국 아마존글로벌셀링 대표는 "K팝, K드라마 영향으로 한국 화장품과 패션, 음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 외에도 일본, 유럽, 멕시코, 싱가포르 진출도 돕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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