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 간 '빕스' 매장 16개 줄여…구조조정 본격화
잘 나가는 매장에는 '요리 로봇' 설치 등 선택과 집중 전략
지난달 서울 군자동 ‘빕스’ 어린이대공원점에서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은 정다온(39)씨. 음식과 서비스에 만족한 그는 최근 다시 매장을 찾으려고 했지만, 지난 1일 매장이 문을 닫은 것을 알았다. 정씨는 "아이를 데리고 오는 가족 손님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폐점할 정도로 장사가 안됐나"라며 의아해했다.
◇ "수익성 좋은 매장 집중 투자"
한 때 국내 외식 문화를 이끌었던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가 실적 악화로 매장 구조조정에 한창이다. 수익성이 좋은 매장은 그 지역 상권과 소비자 성향을 고려해 새롭게 매장 문을 열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매장은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61개였던 전국 빕스 매장은 올해 12월 현재 45개로 줄었다.
빕스를 운영하는 CJ푸드빌 관계자는 "과거 외식 브랜드 전략은 매장을 늘리며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하는 게 최우선 목표였지만, 이제는 수익성이 좋은 매장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최대의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빕스 어린이대공원점은 정씨가 경험한 것처럼 어린이대공원 바로 옆에 있어 아이와 함께 주말 나들이에 나온 가족 손님이 많은 매장이다. 수익성도 좋았다. 그러나 건물 임대 계약 기간이 끝났고 건물주와 재계약을 못해 문을 닫았다. CJ푸드빌은 조만간 어린이대공원점 근처에 새롭게 매장을 열 계획이다. 어린이가 많이 온다는 점을 고려해 맞춤 콘텐츠와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CJ푸드빌은 지난해부터 올해 12월까지 기존 매장 8개를 해당 지역 상권과 소비자 성향에 맞춰 리뉴얼 개장했다. 5월 개장한 서울 마포 빕스 합정역점은 학생과 직장인 고객이 많은 점을 고려해 전 메뉴의 품질을 전문 음식점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피자, 파스타 섹션 음식을 다양화했고, 8가지 세계 수제 맥주를 선보였다.
1997년 문을 연 빕스 1호 매장인 서울 등촌점에는 쌀국수와 마라탕을 만드는 로봇 ‘셰프봇’을 설치, 지난달 25일 새롭게 오픈했다. 커피를 만드는 로봇, 음식을 나르는 로봇은 있었지만, 매장에 요리하는 로봇을 실전 배치한 것은 빕스 등촌점이 처음이다.
셰프봇이 쌀국수 한 그릇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이 채 안 걸린다. 무엇보다 국수는 뜨거운 물과 식기를 다루기 때문에 화상 등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 매장 내 가장 어려운 요리로 꼽힌다. 이를 셰프봇이 대신하는 것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앞으로 외식 매장에 다양한 로봇이 등장할 것"이라며 "세프봇을 다른 매장으로 확대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골목 맛집, 혼밥 열풍"…외식 문화 변화로 수익성 악화
반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매장은 폐점을 진행 중이다. 외식문화가 바뀌면서 고객이 줄고 있어서다.
CJ푸드빌이 1990년대 중반 선보인 빕스는 넓은 매장에 스테이크, 연어 등 호텔에서 먹을 법한 고급 음식을 뷔페 형태로 대중화한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당시 빕스는 가족 파티,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들어 트렌드가 바뀌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패밀리 레스토랑보다 골목 맛집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1~2인 가구 증가와 혼밥(혼자 밥 먹는 사람들) 열풍이 불면서 빕스 주요 타깃인 가족 고객이 줄어든 것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얻으며 외식보다 집에서 편하게 음식을 배달해 먹는 소비자가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상황은 빕스뿐만 아니라 아웃백, TGIF 등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 대부분이 겪고 있는 문제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은 2016년 이후 빕스, 아웃백, TGIF 3강 체제를 이룬 후 너 나할 것 없이 ‘몸집 줄이기’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며 "골목 맛집 등과 경쟁하기 위해 패밀리 레스토랑만이 지닌 경쟁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