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기재부 vs 한국당 , 예산안 놓고 정면 격돌

입력 2019.12.08 15:58 | 수정 2019.12.08 20:00

홍남기 "내가 책임진다" vs 김재원 "예산안 심사 협조 기재부 공무원 고발"

자유한국당 소속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8일 여당과 일부 야당의 내년도 예산 심사를 "떼도둑의 세금도둑질에 불과하다"며 이에 협조한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을 고발하겠다고 성명을 내자 기재부가 즉각 반발했다. 내년 예산안 심사는 헌법상 부여된 정당한 책무이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하는 작업이라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예산안 확정작업과 관련 혹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장관이 질 것"이라며 예산실 직원들은 동요하지 말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전해철 의원도 "김 위원장은 기재부 공무원에 대한 겁박을 중단하라"고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다시 성명을 내고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적법한 공무수행으로 알고 통상적인 업무집행을 하다가 처벌된 공무원이 부지기수"라며 "지금이라도 불법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또 이날 저녁 세번째 성명을 통해 "민주당이 사무처 직원을 동원해 자체적으로 작성해야 할 예산명세서 시트 작업에 공무원들을 동원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이는 장관이 혼자 책임진다고 될 일이 아니다. 부당한 지시를 내린 차관, 예산실장, 국장, 과장이 모두 공범으로 처벌 받게된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했다.

김재원 예결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친 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기재부는 이날 보도 참고자료를 배포하고 "현재 국회는 12월 1일 정부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황에서, 국회법 제95조에 근거해 본회의에 상정할 수정동의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또 "기재부는 헌법 제57조의 규정에 따른 정부의 예산안 증액동의권의 정당한 행사로서, 국회의 증액요구에 대한 검토 등을 통해 수정예산안 마련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헌법상 부여된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의 이 언급은 김재원 예결위원장이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4+1 협의체’에서 내년도 예산 심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떼도둑의 세금도둑질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관련 기재부 공무원들을 고발하겠다고 경고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4+1' 협의체의 예산안 심사 작업에 협력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여야 4+1 협의체는 국회법상 규정된 교섭단체 대표자도 아닌 정파적 이해관계로 뭉친 정치집단이고 이들의 예산안 심사에 기재부 공무원이 협조하는 건 국가공무원법 상 금지된 공무원의 정치 관여 행위인 동시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해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4+1' 협의체에 참여하는 정당 중 제대로 된 교섭단체(20석 이상)는 민주당뿐이다. 정의당은 6석에 불과하고 평화당은 4석, 10석의 대안신당은 정식 창당도 안 한 호남지역 의원 모임이다. 바른미래당은 원내대표가 "4+1은 사설 모임에 불과하다"며 반대하자 당대표가 채이배 의원을 대표로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위원장의 경고가 나오자 전해철 의원 등 민주당 예결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예산안 심사를 반드시 교섭단체 간 합의를 통해 해야 한다는 국회법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도적인 심사 지연으로 일관하고 논의의 장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한국당이 세금 도둑질이라는 저속한 표현으로 폄훼하는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기재부 예산실에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금일 발표와 관련, 예산실 직원들께 드림’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홍 부총리는 이 메시지에서 "국회가 정부 예산안에 대해 수정 동의안을 만들고자 할 때 기재부가 예산 명세서 작성을 지원하는 것은 이제까지 그래 왔고 또 불가피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4+1협의체의 예산 협의내용을 반영하기 위한 예산 명세서 작성 지원도 이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그는 "특히 이러한 작업은 헌법 제 57조에 정한 정부의 예산안 증액동의권의 정당한 행사 과정이며 이러한 업무지원은 국회 선진화법 도입(2016~2019년 예산) 이후 수정 예산안 마련 과정에서 이뤄져 왔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김 위원장이 공무원의 정치관여죄를 거론한 데 대해서도 "기재부 공무원들의 이러한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원은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권한 범위 내 적법한 것으로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 지원이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확정과 관련해 혹 문제가 제기될 경우 모든 것은 조직의 장인 장관이 책임지고 대응할 사안"이라며 "예산실장 이하 예산실 실무 공무원들의 책임문제는 전혀 제기될 사안이 아님을 명확히 밝힌다"고 했다.

홍 부총리의 입장문이 공개된 직후 김 위원장은 두 번째 보도자료를 내고 거듭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홍 장관은 기재부의 예산명세서 작성은 불법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적법한 공무수행으로 알고 통상적인 업무집행을 하다가 처벌된 공무원이 부지기수"라며 "현재까지도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공무원들도 많이 있다"고 했다. 이어 "불법행위의 책임은 누가 대신 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각자의 책임으로 돌아간다"며 "특히 국장급과 과장급의 중간 간부들은 모두 고발조치할 예정이니 명심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또 이날 저녁 세번째 성명에서 "홍 부총리 주장대로 예산 심사 과정에서 정부 측 의견으로 증액에 대해서 동의하는 권한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며 "그러나 기재부의 예산동의 권한과 관계없이 민주당이 사무처 직원을 동원해 자체적으로 작성해야 할 예산명세서 시트 작업에 공무원들을 동원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결과적으로 특정 정당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서 국가공무원들을 동원해 강제노동을 시키는 행위"라며 "결국 강제노동 행위를 지시한 모든 사람들은 전부 공범이 된다"고 했다. 그는 "장관이 혼자 책임진다고 책임져 지는 일이 아니다"며 "장관은 물론 부당한 지시를 내린 차관, 예산실장, 국장, 과장이 모두 공범으로 처벌 받게되는 점을 명심하라"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이 한국당이 참여하지 않은 '4+1' 협의체에서 예산안 세부 명세를 확정해 본회의에 상정할 경우 실제 고소·고발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9일 예산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등을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연말 예산안 처리가 한국당이 결사 저지를 내건 선거법·공수처법 처리와 맞물리면서 범여권 정당과 한국당의 극한 대치가 예상된다.

2012년 제정된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에서 헌법에서 규정한 예산 처리시한(회계연도 개시 30일 전·12월 2일)을 강제하기 위해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를 도입했다. 예산안 자동부의가 처음 시행된 2014년에는 12월 2일에 예산안이 통과됐으나, 2015·2016년은 12월3일, 2017년에 12월6일, 2018년에는 12월8일 처리됐다. 올해는 12월9일 처리도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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