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가격의 하락세가 이어져 2024년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이 같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현재 정부 보조금으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전기차가 5년 안에 자체 경쟁력까지 갖출 것이란 얘기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2024년 배터리팩 가격이 1㎾h(킬로와트시)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올해 배터리팩 가격(156달러) 대비 36% 낮은 수준이다. 2010년 1100달러에 달했던 배터리 가격이 14년 만에 10분의 1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다.

보고서는 "배터리팩 가격이 100달러를 밑돌면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이 같아지는 '가격 패리티'(Price parity)에 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셀의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고, 공정 설비 고도화·설계 표준화, 공급망 개선 등으로 제조·운송 비용이 줄고 있다"며 "향후 실리콘, 리튬, 셀 등 소재 신기술도 가격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 전기차(EV) 판매량은 해마다 2배씩 늘어 지난해 210만 대에 달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내년 보조금을 폐지하기로 하며 올해 보조금 축소에 나서면서 수요가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내연기관차와 가격이 같아진다면, 정부 보조금 없이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내연기관차의 연료 비용보다 전기차의 전기 충전 비용이 더 저렴하다. 또 현재 배터리 수명 때문에 중고차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도, 배터리 가격이 저렴해지면 완화될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전기차 가격의 40%까지 차지하는 배터리 비용이 10~20%로 줄어들면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굳이 내연기관차를 사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다만 전기차 시대가 확산되려면 전기차 충전소 등 인프라 확충 등의 관건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