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LNG선 뱃고동 이어질까"…내년도 기대 커진 대우조선해양

입력 2019.12.03 12:00

지난 28일 오후 1시쯤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 야드. 멀리서부터 아파트 30층 높이의 골리앗 크레인과 주황색 해상크레인들이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이 불어왔지만, 옅은 회색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쁘게 움직였다.

조선소 안으로 들어가니 선박 건조작업이 한창이었다. 한쪽에서는 크레인이 대형 철판 조각을 가뿐하게 들어 올렸고, 다른 한쪽에서는 용접 불꽃이 번쩍거렸다. 자전거를 탄 직원들이 블록을 옮기는 중장비 트레인스포터에 신호를 주며 따라가거나, 철판을 두드리며 연마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LNG선. 그리스 선주에게 내년 3월 인도될 예정이다./ 안소영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이 국제해사기구(IMO)의 내년 환경규제를 앞두고 친환경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을 찾는 선주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인다. ‘IMO 2020’ 규제는 내년 1월 1일부터 국제 항행 선박 연료유의 황산화물 함유 허용치를 현행 3.5%에서 0.5%로 제한하는 제도다.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선박에 탈황장치(스크러버)를 장착하거나 저유황유를 사용해야 한다. 선박을 아예 LNG 추진선으로 교체해도 된다.

권연태 작업단장은 "올해 전 세계적으로 선박 발주가 줄어서 LNG운반선을 9척밖에 수주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내년에는 IMO 2020 규제로 수주가 더 늘어나고, 분위기도 활기를 띨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LNG로 위기 돌파 꿈꾸는 옥포조선소… IMO 규제에 기대

여의도 1.5배 크기인 옥포조선소의 안벽에는 LNG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초대형원유운반선 20여 척이 계류돼있었다. 배 만드는 작업장에 가까워지자 길이 295m, 높이 26m의 ‘마란 가스 프사라’라고 쓰여진 LNG운반선이 보였다.

이 LNG선은 내년 3월 그리스 선주에게 인도할 수 있도록 파란색·갈색 페인트칠을 마친 상태였다. 작업자들은 화물창(LNG 보관 창고)을 마지막으로 손보고 있었다. 화물창 공사가 끝나면 내부를 작업할 수 있도록 만든 발판을 없애고 두 달간 발전기·엔진 등을 점검하는 시운전을 하게 된다.

LNG선 화물창 내부 모습. 공사가 끝나면 내부 발판을 철거하고, 시운전을 하게 된다./ 안소영 기자
LNG선 내부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가진 다양한 기술을 확인할 수 있었다. LNG를 고압 처리해 엔진에 공급하는 기술, 운항 중 액화 천연가스가 기화되는 것을 막는 ‘천연가스 재액화장치’, 한쪽이 파손돼도 LNG가 새는 것을 방지하는 이중격벽 ‘솔리더스’ 등이다.

송하동 수석부장은 "다른 조선사들이 따라잡기 힘든 기술을 다양하게 보유 중이라 1개월 이상 인도를 앞당겼다"며 "인도 시점을 1년 이상 늦추거나 폐선한 중국보다는 국내 조선사들이 내년도 수주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LNG 관련 설비는 위기의 대우조선해양엔 회생의 원동력이자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대우조선해양은 1992년 LNG선을 최초 수주한 뒤, 현재까지 전세계 조선소 중 가장 많은 LNG선을 수주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177척을 수주했고, 145척을 인도했다. 전세계 LNG선 점유율도 약 24.7%을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도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늘어나면, 덩달아 수주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미국 에너지규제 위원회는 최근 미국 셰니에르에너지의 코퍼스크리스티 스테이지 3확장 공사를 포함한 4개 프로젝트를 인가했고, 카타르도 대형 LNG운반선을 40척 이상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 "완전한 회복은 아직"... 해양플랜트 회복·현대重과 합병은 안갯속

LNG선을 중심으로 수주가 회복될 가능성을 보이지만, 아직 완전한 회복은 먼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은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급감하자, 올해 수주목표(83억7000달러)의 64%인 53억5000달러만 채운 상황이다. 내년에 수주가 좋다고 하더라도, 2~3년 전 수주절벽으로 내년도 실적은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헤비존에서 900톤 골리앗 크레인이 블록 방향을 바꾸고 있다./ 안소영 기자
이날 거제시 지세포 해안로에서 만난 횟집 주인은 "2015년 쯤 장사를 시작했는데, 지역경제가 계속 어려워지는 것을 체감한다"며 "조선소들이 나아지길 바라지만, 예전만큼 호황기가 오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저유가 기조에 해양플랜트 회복도 요원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노르웨이 시추회사 노던드릴링 자회사인 웨스트코발트에 드릴십 매매 계약 취소를 당한데다 한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분리돼있던 해양플랜트 부서를 합치고 유휴인력을 재배치하는 중이다. 이날 찾은 해양플랜트를 건조하는 헤비존 일부에도 해양플랜트 블록 대신 상선 건조에 사용할 블록이 놓여있었다.

당장 진행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과의 합병 이슈도 어떻게 될지 안갯속이다. 노조의 반대도 여전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정문 앞에도 ‘졸속 매각을 금지하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이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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