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와 보셨습니까 2부 ②

잠 못 드는 설원의 밤… "굿바이 디지털"

잠 못 드는 설원의 밤… "굿바이 디지털"

조선비즈
입력 2019.12.03 14:01 | 수정 2019.12.04 11:23

[조선비즈 창간 10주년 기획]

케이프할렛 캠프 2일차. 잠이 들기 전 새벽녘까지 머리맡에서 떼어놓지 않던 휴대폰이 ‘먹통'이 됐다. 카메라 기능과 음악 재생 기능마저 없었다면 남극에서 휴대폰은 그야말로 별 볼 일 없는 애물단지다.

1.5평 규모의 텐트 안에는 입김이 서린다. 텐트 내벽에는 하얀 서리마저 꼈다. 어찌나 추운지 침낭 안이 아니라면 손가락 하나 내놓기 싫을 정도. 10년도 더 지난 군 시절 혹한기 훈련을 떠올리게 한다.

남극의 추위에 모든 전자기기들은 제대로 작동을 안 한다. 가볍고 얇은 무게를 자랑하던 노트북은 ‘의식’을 잃은 지 오래다. 전원 버튼을 아무리 눌러대도 묵묵부답이다. 지금 이 순간 가장 불필요한 존재다.

주머니에 넣어둬 온기가 남은 탓인지 휴대폰은 켜진다. 그나마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잠들기 전 지나간 옛 노래들을 듣는 것이다. 최신 곡 업데이트가 귀찮아 그대로 두었던 노래 목록들이 어쩐지 반갑다.

▲남극대륙에서 휴대폰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김태환 기자

전화와 인터넷이 되지 않는 환경에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탓인지 휴대폰에 자꾸만 손이 간다. 밤새 울려대던 지인들의 메시지와 SNS에 새로 올라왔을 소식들이 궁금하지만 열어봐야 배경화면 뿐이다.

휴대폰 화면을 열었다 닫기를 수차례. 새삼 세상과 단절됐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오히려 마음은 편안하다. 퇴근 후 업무 지시나 술 마시러 나오라는 지인들의 연락, 연인과 헤어진 친구의 하소연은 이제 다른 세상의 얘기다.

이 밤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라고는 전부 아델리펭귄과 남극도둑갈매기의 울음이다. 알아듣지 못하는 탓에 사람의 말이나 SNS 알림보다 신경이 덜 쓰인다. 홀로 있는 즐거움, 굿바이 디지털이다.

남극 북빅토리아연안 케이프할렛은 아직까지 인터넷 송수신이 불가능한 지역이다. /김태환 기자

아델리펭귄들이 남극 북빅토리아연안 케이프할렛에 설치한 텐트를 신기한듯이 구경하고 있다. 단체관광을 온 듯한 모습으로 우리나라 극지연구소 깃발 주위에 모여 있다./김태환 기자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