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서 순항하던 금융위, 유재수 논란에 '휘청'

조선비즈
  • 이종현 기자
    입력 2019.12.03 11:30

    "유재수는 금융위 실세 아닌 정권 낙하산…
    금융위 간부 사이서도 비토 목소리 있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혐의를 둘러싼 논란이 금융위원회를 흔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부처 중 유일하게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들으며 순항하던 금융위가 유재수라는 돌부리에 걸려 휘청이는 모양새다.

    금융위는 이번 유재수 논란에 입을 다물고 있다. 대변인실은 유재수와 관련된 언론 기사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금융위 관계자들은 유재수라는 이름만 나와도 전화를 끊는다. 금융위 내부적으로도 어떻게 대응할지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유재수 사건이 금융위에 큰 부담이라는 이야기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연합뉴스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 고위급 인사에 개입한 정황 등이 드러나면서 '실세'였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관가의 말을 종합하면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 내부의 실세였다기보다는 정권의 힘을 등에 업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 같았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금융위 주류 관료들과 유 전 부시장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유 전 부시장은 행정고시 35회로 김태현 사무처장과 행시 동기다. 하지만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은 사뭇 다르다.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 주류에 편입되지 못하고 외곽을 주로 돌았다면, 김 처장은 재정경제부 시절부터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엘리트 관료다. 그간의 경력만 보면 김 처장이 유 전 부시장보다 승진이 빠른 게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유 전 부시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에서 파견 근무를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유 전 부시장은 이때 노무현 정권의 핵심 인사들에게 주목을 받았고, 대통령 비서실 파견이 끝나자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의 핵심인 은행제도과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당시 경제부총리를 맡았던 권오규씨가 유 전 부시장을 이끌어 준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권 부총리는 유 전 부시장과 같은 강원도 출신이다.

    유 전 부시장은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자 다시 금융위 본부를 떠났다. 금융정보분석원 기획행정실장, 해외 파견, 국무조정실 정책평가관리관 등 금융위 본부 밖에서만 6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이후 금융위 기획조정관으로 복귀했는데 때마침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금융위 기획조정관은 다음 단계로 여당의 국회 수석전문위원에 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유 전 부시장은 2017년 7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취임 후 단행한 첫 국장급 인사에서 금융정책국장에 발탁됐다. 금융정책국장은 금융위 업무를 총괄하는 핵심 자리로 상임위원, 사무처장, 부위원장 등 1급 승진을 위한 관문이다.

    당시 국장급 인사는 파격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유 전 부시장보다 행시 선배인 김학수 현 금융결제원장(행시 34회)이 유 전 부시장의 후임으로 기획조정관을 맡았고, 유 전 부시장의 행시 동기인 김태현 현 사무처장이 금융서비스국장을 맡았다. 선임 국장 자리를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선배와 동기를 제치고 유 전 부시장이 꿰찬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 전 부시장은 문재인 정권 핵심 인사들과의 친분을 공공연하게 자랑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유 전 부시장이 국회 전문위원이 아닌 금융정책국장으로 오를 것이라는 말이 많았는데 그대로 됐다. 이때부터 금융위의 실세가 장관도 차관도 아닌 유재수라는 말이 돌았다.

    이런 말이 공공연해지자 금융위 내부에서도 유 전 부시장을 비토하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 전 부시장은 전형적인 관료와는 많이 다른 스타일이었다"며 "엘리트 관료의 길을 걸어온 금융위 간부들이 보기에 귀에 거슬리는 발언과 행동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른 경제부처 관료는 "그립이 강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보기에 용납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유 전 부시장은 금융정책국장이 되고 몇 달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개인 비위 혐의가 포착돼 청와대에서 감찰이 시작됐고, 사표를 받는 수준에서 일이 마무리되자 금융위에서 물러난 것이다. 이후 유 전 부시장은 국회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유 전 부시장의 편의를 봐준 것처럼 나오지만, 실제로는 금융위가 유 전 부시장을 내치는 형국이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도 최근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검찰 조사에 가감없이 협조하는 분위기다. 김용범 전 금융위 부위원장이 검찰 조사를 받았고,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도 해외에서 돌아오는대로 조사를 받을 계획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에 'A' 학점을 주고 싶다고 말한바 있다. 그만큼 금융위는 정책적인 면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불거진 유재수 논란이 그동안의 성과를 깎아먹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숨 죽이고 사건의 파장을 지켜보는 모습이다. 관가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로서는 최종구 전 위원장과 김용범 전 부위원장이 직무유기나 직권남용으로 처벌받는 상황만은 피하고 싶을 것"이라며 "유재수라는 모난 돌이 금융위의 뿌리를 흔드는 형국"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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