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는 잊으세요, 그냥 즐기면 됩니다

조선일보
  • 이성훈 기자
    입력 2019.12.03 03:11

    [명소 된 이천의 '시몬스 테라스'… 체험용 마케팅으로 인기]
    창고 같은 전시실엔 찢어진 신발·녹슨 선반 기계와 절단기·초대형 트리·화려한 조명도…
    젊은 연인과 가족들이 찾는 인증샷 핫플레이스로 떠올라

    중부고속도로 남이천 IC에서 빠져나와 국도를 잠깐 달리자 회색 벽돌 건물과 'SIMMONS(시몬스)'라는 글씨가 적힌 공장이 보였다. 벽돌 건물 앞 안내판에 적힌 이름은 '시몬스 테라스'. 2층으로 올라가자, 녹슨 선반 기계와 절단기 등이 보였다. 100여년 전 미국에서 침대를 만들 때 사용하던 것들이다. 이 공간의 이름은 '헤리티지 앨리(alley·골목)'. 1870년 미국에서 탄생한 글로벌 침대 브랜드 '시몬스'의 역사를 전시한 곳이다. 창업자 젤몬 시몬스가 쓰던 사무실을 재현한 전시물도 보였다. 시몬스의 광고가 실린 1950년대 미국 잡지 '라이프'도 전시돼 있다.

    경기도 이천 '시몬스 테라스'의 전시공간 '라운지'에서 열리는 'HIP-POP: 힙팝' 전시.
    경기도 이천 '시몬스 테라스'의 전시공간 '라운지'에서 열리는 'HIP-POP: 힙팝' 전시. 음악 장르인 '힙합(hip-hop)' 대신 '힙(hip·앞서가는)한 대중음악'이라는 의미에서 '힙팝'을 제목으로 붙이고, 미국 가수 '퍼렐 윌리엄스' 등과 관련한 전시를 하고 있다. 시몬스 테라스는 침대와 전혀 관계없는 이런 기획 전시를 통해 젊은 층에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를 심고 있다. /시몬스
    '시몬스 테라스'는 시몬스 침대의 역사를 전시한 '죽은 공간'이 아니다. 제품 기술력을 보여주는 '매트리스 랩(Mattress Lab)', 한국 시몬스의 최고가 제품을 전시한 곳도 있다. 젊은 연인이나 가족들이 이 공간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어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면서 이 공간 자체가 화제가 됐다. 지난해 개장 후 지금까지 방문객이 10만명을 넘으면서 이천의 명소로 떠올랐다. '시몬스 테라스'가 체험형 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주목받는 이유다.

    ◇소비자와 교감

    회색 벽돌 건물을 나서자, 작은 창고 같은 전시 공간이 보였다. '라운지'라는 이름이 붙은 이곳에선 스니커즈 신발을 해체해 새로운 조형물을 재구성하는 한국인 아티스트 '루디(Rudy)'의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시몬스 테라스 전시만을 위해 새롭게 작업한 작품이다. 침대와 관련된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시몬스 관계자는 "이곳을 다녀간 후 침대 대신 찢어진 스니커즈만 기억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예술 작품을 통해 세련된 감각의 시몬스 브랜드를 방문객들에게 전달했다면 성공한 셈"이라고 말했다.

    연말을 맞아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와 조명이 설치된 경기도 이천 '시몬스 테라스'.
    연말을 맞아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와 조명이 설치된 경기도 이천 '시몬스 테라스'. /시몬스
    시몬스는 일본·유럽 등 전 세계에 진출해 있다. 하지만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시몬스의 역사와 현재를 함께 담아낸 전시 공간을 만든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시몬스는 전담팀을 만들어 이곳의 안내문 활자, 화장실에 비치한 기저귀 교환대까지 직접 디자인했다. 프로젝트별 최고 전문가와 내부 인력이 함께 팀을 구성해 최적의 브랜드 이미지를 찾아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침대가 등장하지 않는 광고까지 기획했다. 시몬스 관계자는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를 절제된 영상으로 강렬하게 전달하려 했다"고 말했다.

    ◇지역 명소가 된 시몬스 테라스

    '시몬스 테라스'는 브랜드 이미지 효과만을 노려 만든 게 아니다. 이천 주민들의 문화 공간으로서 역할도 한다. 개장 직후부터 세계적인 비주얼 아티스트 장 줄리앙의 작품과 아날로그 디지털을 주제로 한 전시 등을 선보였다. 또 1층에는 편안하게 커피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카페도 있다. 건물 근처에 놀이터와 잔디밭을 만들어 주민들이 피크닉을 즐기기에도 좋다. 주말이면 근처에 있는 SK하이닉스 직원 등이 휴식을 위해 찾는다.

    지난겨울부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는 초대형 트리와 화려한 조명을 설치해 방문객과 지역 주민을 위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이천 지역 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장터도 열고 있다. 시몬스 관계자는 "시몬스 침대가 '메이드 인 이천'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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