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브리핑] 예산 빨리 쓰라더니… 기재부가 제일 안썼네

조선일보
  • 김지섭 기자
    입력 2019.12.03 03:11

    올해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2% 선을 밑돌 가능성이 높아지자 기획재정부가 바빠졌습니다. 홍남기 부총리뿐 아니라 예산 담당인 구윤철 2차관까지 나서 정부와 지자체를 상대로 "불용(不用)·이월(移越) 예산을 최소화하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올해 배정된 예산을 최대한 소진해서 성장률 2%를 달성하자는 것입니다.

    [백브리핑] 예산 빨리 쓰라더니… 기재부가 제일 안썼네
    그런데 정작 예산 조기 집행을 강조하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집행률은 정부 부처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나타났습니다. 2일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에 따르면, 기재부는 올해 배정된 예산 21조4027억원 가운데 지난 10월 말까지 12조8289억원밖에 쓰지 못했습니다. 예산 집행률이 59.9%로, 조사 대상인 중앙부처와 국회, 대통령 경호처 등 총 54개 기관 중 51위입니다. 기재부보다 집행률이 낮은 곳은 통일부(17.7%), 조달청(27.6%),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53.3%) 등 세 곳뿐입니다.

    또 기재부는 연말까지 예상 집행률을 90.8%로 잡고 있는데, 이는 중앙정부 기준 목표 집행률(97% 이상)을 밑도는 것입니다. 예산 집행에 모범을 보여야 할 기재부가 먼저 목표 달성을 포기한 셈입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저금리로 국채 발행 이자 지급액이 축소됐고, 타 부처나 지자체의 청사·관사 건립 자금 등을 기재부가 전부 관리하기 때문에 집행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합니다. 하지만 "빨리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예산이 있다"는 것은 타 부처나 지자체의 예산 담당자도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입니다. 기재부는 그런 사정을 알면서도 "무조건 다 쓰라"고 다그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들은 예산 집행률을 높이기 위해 연중으로 고르게 나눠 사야 할 공공 도서관 책을 상반기에 몰아 산다든지, 건설 사업에서 아직 짓지도 않은 부분까지 돈을 미리 줘야 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편성된 예산을 다 쓰는 것은 분명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성장률이 낮게 나올 것을 우려해 현실적으로 당장 쓸 수 없는 돈까지 집행률 평가 대상에 넣어 타 부처와 지자체를 압박하는 것이 과연 국익을 위한 일일까요. 눈앞의 '지표'에 연연해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예산 집행률을 높이기보다는 내실 있는 성장에 도움이 될 정책을 개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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