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제재 강화하는 공정위…법정서 위반 입증은 어려워

입력 2019.12.02 14:00

공정위 ‘사익편취’ 규제 강화에 긴장하는 재계
총수 등 검찰 고발하지만 실제 기소는 드물어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제재 칼날이 매서워지고 있다. 제재 대상이 기존 자산 10조원 이상에서 2조~5조원의 중견기업까지 확대된터라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에는 무관용 원칙이 적용된다"면서 제재 대상 그룹 총수들의 검찰 고발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 공정위가 실시한 총수일가 사익편취 제재 중 실제 검찰의 기소 처분까지 이어진 것은 한 건에 불과하고, 행정제재 역시 불복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사익편취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연합뉴스.
◇공정위 일감몰아주기 ‘무관용 원칙’...제재 대상 모두 검찰 고발

흔히 ‘일감몰아주기’ 규제로 불리는 총수 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제는 2015년 2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시작됐다. 시행 이래 제재를 받은 곳은 올해 상반기까지 현대그룹, 한진, 효성, 하이트진로, 태광, 대림 등 총 6곳이다. 이후 SPC, 아모레퍼시픽, 호반건설, 미래에셋, 한화케미칼 등이 추가돼 최근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급증하는 모양새다.

이는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공정위의 기조가 강화된 영향이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재벌 개혁을 강조했던 김상조 전 위원장은 물론 조성욱 위원장도 대기업집단은 물론 자산규모 2조~5조원 미만 중견 그룹에 대한 사익편취 제재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공정위의 ‘무관용 원칙’은 해당 법인과 총수 개인에 대한 검찰 고발 조치로 이어졌다. 공정위는 내부 심사지침에 따라 사익편취 규제 제재를 받은 6개 기업 법인을 모두 형사 고발 조치했고, 현대로지스틱스를 제외한 4개 기업은 조원태 한진 회장과 조현준 효성 회장,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 이해욱 대림 회장, 이호진 태광 전 회장 등 총수일가 개인도 검찰에 고발했다.

이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면 법인 외에 총수 일가나 실무자 개인에 대한 형사고발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현재 공정위 제재 선상에 올라가 있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허영인 SPC 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등도 줄줄이 검찰에 고발될 처지에 놓였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송윤혜
◇제재와 엇갈리는 판결...위법 혐의 입증 쉽지 않아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공정위의 사익편취 규제 강화 움직임의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한다. 공정위가 제재를 하더라도 검찰이나 법원에서 위법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2016년 이래 현대로지스틱스, 한진, 효성, 하이트진로, 태광, 대림 등 6개 기업을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에 따라 제재하고 해당 법인과 총수2세 등 관련인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 기소 처분을 받은 것은 하이트진로가 유일하다. 박태영 부사장 등 임원 3명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올해 1월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공정위 기업집단국 관계자는 "하이트진로를 제외하면, 한진은 최근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이 났고 나머지 기업들의 고발건은 아직 진행중인 상황으로 알고있다"고 했다.

지지부진한 검찰 고발과는 달리 공정위 제재를 대상으로 한 불복 소송은 기업쪽에 승세가 기우는 모양새다. 공정위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재벌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위해 신설한 공정거래법 제23조 2항이 법원에서 최초로 적용된 한진 그룹 사건에서 법원은 한진의 손을 들어주었다.

공정위와 사법부의 판단이 달라지는 이유는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공정거래법의 특성에 있다. 개인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고의성을 입증할 수 있는 일방적 형벌과 달리 공정거래법은 명확하게 위법성을 판단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공정위 관계자는 "행정 제재는 결과만으로도 가능하지만, 사법부는 기업 행위의 의도를 명백히 입증해야 처벌할 수 있다는 관점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때문에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도 경쟁자를 배제하거나 시장 경쟁을 충분히 훼손했다는 분석이 없다면 법원에서 불법으로 결론 내려지기 어렵다. 한진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공정위가 정상거래 가격을 내놓지 못한 데다 한진의 내부 거래가 경제력 집중에 따른 ‘공정거래 저해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공정위는 대주주 일가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행위가 있었는지 심사하는 지침을 최근 행정예고했다. 법률적으로 사익편취 기준과 대상을 명확히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번 심사지침이 직접거래가 아닌 간접거래까지 규제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거버넌스 등 근본적인 개선이 없다면 공정위가 기업의 경제 행위에 대해 일일이 위법 여부를 따지는 것은 미봉책일뿐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회사의 의사결정이 100% 합리적일수 없다. 이후 상황 변화에 따라 당시 판단이 합리적이지 않다며 ‘사익 편취’라고 규정하는 현행 공정거래법은 기업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판단" 이라면서 "위법성 재벌규제는 필요하지만 기업집단법을 새로 만들거나 거버넌스 문제부터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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