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퇴장하는 최중경…업계는 "회계개편안 후퇴하나" 벌써 걱정

조선비즈
  • 안재만 기자
    입력 2019.12.02 13:00

    감사인 지정제, 표준감사시간제 도입 등 회계 투명성 강화와 관련한 작업을 진두지휘해왔던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 회장이 내년 6월 물러난다. 회장 임기는 2년으로, 2016년에 취임해 작년에 한차례 연임했다. 회계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물러나면 기업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회계 투명성 강화 작업이 뒷걸음질 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 일하면서 공격적으로 외환 방어에 나서 외신으로부터 '최틀러'라는 별명이 붙었던 최 회장이 아니었으면 회계개편 작업이 이만큼 오기 어려웠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한 회계사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정권 임기 절반이 넘은 현재까지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것을 보면 회계 개혁은 상당히 빨리 추진된 것"이라며 "최 회장이 2017년 외부감사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정권 초인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고 거칠게 밀어붙였는데,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 조선DB
    회계 투명성 강화 작업은 2017년 10월 외부감사법 개정안이 공포된 이후로도 밟아야 할 후속 절차가 많다. 막상 도입해보니 기업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증권선물위원회)이 직접 회계법인을 지정해주는 지정감사제의 경우, 기존 회계법인들이 수행하는 자문 업무와 겹치면 안되다 보니 금융감독원이 회계법인의 업무 내용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지정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인력 부족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금감원이 지난 10월 주기적 지정대상 220개사, 직권 지정대상 635개사에 담당 감사인을 통지했을 땐 절반 이상이 감사인을 교체해달라고 재지정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적으로 내년 초 감사 시즌 때 첫 도입되는 표준감사시간제 또한 기업들은 "무슨 근거로 지정된 시간 동안 감사를 받도록 강제하느냐"고 불만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과 한공회는 상장사들을 총 11개 그룹으로 나눠 적정 감사시간을 제안했으나 기업들은 좀 더 세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기업이 거세게 반발하자 금융당국이 밀리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기업이 감사인 재지정을 요청할 때 하위군으로 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삼일·삼정·한영·안진 등 이른바 '빅4'로 지정을 받으면 감사가 깐깐해질 것을 우려해 하위군으로 요청하는 방안이 허용됐다. 이외에도 지정감사제 도입으로 회계감사비가 대폭 뛸 수 있다는 기업 측 입장을 반영해 금융당국은 감사계약 실태를 중점 점검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지금까지 한공회 회장은 주요 회계법인 대표를 맡다가 은퇴 직전에 수행하는 일종의 '명예직'이었다. 그러나 관 출신인 최 회장이 등장하면서 실제로 회계 개편 작업에 착수했고, 속도감 있게 밀어붙일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행정고시 22회인 최 회장은 외감법 개정 작업 당시 파트너였던 금융위원회의 임종룡 전 위원장(행시 24회), 최종구 전 위원장(25회)보다 선배다.

    한 회계사는 "최 회장 선임 이후 한공회나 회계사들의 부담이 커졌으나 그만큼 존재감 또한 커졌기 때문에 평가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외감법 개정안을 만드는 것보다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후임이 누구일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업계에서는 회계사 자격증이 있으면서 관에서 힘을 발휘했던 사람을 원하는데, 그렇게 보면 후보군이 굉장히 좁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공회 한 관계자는 "아직 후임으로 언급되는 인물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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