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유재수에 무너진 금융위 기강, 다시 바로 세워야

조선비즈
  • 송기영 금융팀장
    입력 2019.12.02 04:00

    2015년 12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금융위원회로 복귀했을 때, 관가가 술렁였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하다 이명박 정부 때 외부로만 돌던 그가 금융위 요직인 기획조정관으로 깜짝 복귀해서다.

    그가 청와대 근무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관가에서는 그가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호형호제한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이명박 정권 때는 세계은행과 국무조정실 등 주로 외부에서 근무했다. 그런 그가 박근혜 정부 때 금융위 요직으로 복귀하니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에게 집중되는 관심은 걱정반, 우려반이었다. 당시 야당 최고 실세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라더니, 유 전 부시장의 행보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기획조정관이 외부 활동이 많지 않은 직책이라는 점도 그에게 쏠린 시선을 거두는 데 한 몫했다.

    그가 다시 주목받은 것은 2017년 7월 금융위 국장급 중 최고 보직인 금융정책국장에 선임되면서다. 기획조정관직은 행정고시 한 기수 선배인 김학수 현 금융결제원장에게 넘겨줬다. 김 원장은 당시 금융위 국장급 중 최고참이었다. 그만큼 파격적인 인사. 그런데 불과 4개월이 지나고 유 전 부시장이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금융위 출입 기자들 사이에 돌았다.

    금융위는 당시 유 전 부시장이 병가를 내고 쉬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가가 길어지자 그해 12월 금융위는 새 금정국장을 선임했고, 유 전 부시장은 이후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이동했다.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 국장급 최고 요직을 꿰차고 5개월만에 물러난 이유는 최근 언론에 보도된 대로다. 그는 금융위 재직 시절 금융업체 3∼4곳에서 5000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하고, 한 자산관리업체에 동생 취업을 청탁해 1억원대 급여를 지급하게 한 혐의(뇌물수수·수뢰후 부정처사·청탁금지법 위반) 등을 받고 있다. 여러 업체로부터 각종 금품·향응을 받은 대가로 해당 업체가 금융위원장 표창장을 수여받도록 하는 등 편의를 봐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최근에는 그가 금융위 고위급 인사에도 관여했다는 정황까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국장급 공무원 한명이 장관 표창장 장사를 하면서 금융사에게 금품·향응을 제공받고 금융위 고위급 인사까지 주물렀다는 것이다. 금융위원장의 권위가 추락하고 금융위가 농락 당했다. 그런데 당시 금융위원장은 침묵했다. 감찰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고, 병가를 받아줬다. 이후 여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영전시켰다. 공식적으로는 유 전 부시장이 병가를 냈다고 하더니, 국회에 나가서는 "상황이 엄중해 대기발령을 냈다"고 동떨어진 해명을 했다.

    문 대통령과의 친분 없이 국장급 공무원이 장관 표창장을 마음대로 주무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권력을 등에 업은 공무원의 금융위 농단 사건이다. 금융위 임직원들과 정직하게 금융위원장 표창을 받은 다른 금융사들은 어떤 기분일까. 청와대가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사실을 통보했을 때 금융위는 유 전 부시장을 여당 수석전문위원이 아닌 법의 심판대로 보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유 전 부시장의 비위가 국민에게 알려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금융위 농단의 책임을 지지 않고 오히려 승승장구했던 유 전 부시장은 부산에서도 비슷한 비위를 저질렀다는 의혹도 받는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에 바란다. 검찰 조사에서 당시 상황을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 이것이 금융위 후배들의 명예를 회복할 길이다. 또 그때의 침묵이 만들어낸 지금의 상황을 바로 잡을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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