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 조용한 공습' 중국 전기차가 몰려온다

조선일보
  • 임경업 기자
    입력 2019.11.28 03:09

    [Close-up] 살금살금, 야금야금… 어느새 한국땅 달리는 중국車
    - 왜 한국 오나
    中 정부 보조금 삭감 정책에 가까운 한국시장으로 눈돌려… 미국과 유럽 시장 교두보로
    - 버스·트럭 경쟁력 상당한 수준
    내년엔 지리車 트럭 한국 진출… 한국 시장에 맞춰 설계 변경… 택배회사에 무료 기증해 홍보
    - 2년 뒤, 군산에선 중국車 생산
    텐센트가 투자한 'M-바이트' 옛 GM공장에서 年 5만대 계획

    온 줄 몰랐고, 오는 줄도 몰랐다. 작년부터 제주도에선 친환경 중국 전기버스가 달리고 있다. 내년부터는 소음 없는 중국 전기 트럭이 조용히 새벽 배송을 해준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국에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정책으로 급성장한 중국 전기차들이 만리장성을 벗어나 한국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대대적 홍보와 마케팅은 없지만, 차근차근 국내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전기차는 언제 한국에 왔고, 왜 왔을까.

    내년부터는 우리 정부의 보조금을 받고 국내 시장에 출시되는 중국 전기 승용차·트럭을 쉽게 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지리자동차, 베이징모터스 등 중국 대표 완성차업체와 퓨처모빌리티 등 중국 전기차 전문업체들은 한국 기업들과 손을 잡고 국내 생산을 준비하거나, 수입 절차를 밟고 있다.

    퓨처모빌리티 'M-바이트'
    퓨처모빌리티 'M-바이트' - 2021년 군산(과거 한국GM공장)에서 연 5만대 생산 예정
    지난 한 해 동안 중국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78만대에 달했다. 그에 비해 한국 전기차 시장은 연 3만대 규모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한국에 진출하려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 6월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최대 60% 삭감한 데다, 2021년부터는 전기차 보조금을 아예 없애기로 결정했다. 부실 전기차 업체가 난립하고, 품질 불량 제품이 늘어나자 중국 정부가 칼을 뽑은 것이다. 중국 업체들은 내수시장에서 받았던 '어드밴티지'가 사라지자,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고, 가장 가까운 한국부터 시작해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으로 나가려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보호 속에 성장한 중국 전기차들의 기술 경쟁력이 무시 못 할 수준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주요 선진국 완성차 업체들이 진출하지 않은 트럭과 버스 등 상용 전기차를 4~5년 전부터 만들기 시작해 이 분야 경쟁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중국 전기차 1위 업체인 BYD(비야디) 등은 2014년 이후 40만대가 넘는 전기 버스를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부터 중국 전기 트럭이 택배 배달

    중국 전기차들의 한국 진출은 아직 한국에 없는 '전기 트럭'부터 시작된다. 지리자동차그룹은 25일 중국 항저우 본사에서 한국의 포스코인터내셔널, 차량 개발 업체 아이티엔지니어링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현재 중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전기 트럭 'e200' 1t 및 2.5t 모델을 한국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아이티엔지니어링이 한국 시장에 맞춰 설계를 변경하고, 지리자동차가 양산하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수입하는 방식이다. 김석주 아이티엔지니어링 대표는 "국내 인증을 위해 전기차 충전기 전압, 배터리 위치 등 일부 설계를 변경, 내년 중순 이후 국내에 출시하는 게 목표"라며 "주요 물류회사에 전기 트럭 몇 대씩을 무상 기증해 장점을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YD·중통차 등 전기버스
    BYD·중통차 등 전기버스 - 국내 시판 중. 작년 국내 전기버스시장 점유율 44%(62대)
    중국 전기차 업체 쑹궈모터스가 한국 건원건설과 차린 합작법인 SNK모터스는 전기차 1만대를 대구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내년 초 쑹궈모터스로부터 전기차 부품이 수입되면 국내에서 조립만 해서 판매하는 방식이다. SNK모터스 역시 가장 먼저 1t 전기 트럭 모델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김대영 SNK모터스 부사장은 "공장 부지와 건설은 모두 끝났고, 설비를 준비하는 중"이라며 "빠르면 내년 중순 이후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1년부터는 중국 전기 승용차와 SUV(스포츠유틸리티차)가 한국 도로를 달리는 모습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가 투자한 전기차업체 퓨처모빌리티는 옛 한국GM 군산공장을 인수한 명신에 신형 전기 SUV 'M-바이트'를 위탁 생산할 방침이다. 2021년부터 연 5만대 생산이 목표다. 완성차업체 베이징모터스는 중형 전기 세단(EU5)과 SUV(EX5)를 한국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환경부에 전기차 보조금 지원 신청을 마쳤다.

    세계 전기 버스의 99%가 중국산

    중국에는 전기차 업체가 500여 곳에 달할 정도로 난립해 있고, 1회 완전 충전을 해도 250㎞를 못 가는 품질 낮은 전기차도 많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중국 정부의 대대적 지원을 받은 메이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기술과 생산력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왼쪽)베이징모터스 중형세단과 SUV (오른쪽)지리자동차 1t, 2.5t 전기 트럭
    (왼쪽)베이징모터스 중형세단과 SUV - 2020년 출시 목표. 정부 보조금 지원 여부 심사 중. (오른쪽)지리자동차 1t, 2.5t 전기 트럭 - 2020년 출시 목표. 국내 회사와 한국형 전기트럭 개발 중
    BYD는 2014년 이후 다른 업체들이 거들떠보지 않았던 전기버스 생산에 나서 기술을 축적했고, 한국 시장에서 지난해 팔린 전기버스 140대 중 62대(44%)가 BYD, 중통자동차, 하이거 등 중국차다. 중국 주요 전기차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이미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입증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 세계 전기 버스의 99%가 중국산이라고 추정했다. 중국 주요 전기차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이미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이 입증된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일본은 하이브리드차를 처음 개발한 도요타가 있어 전기차 진출이 쉽지 않고, 한국은 여전히 전기차에 1350만~1900만원 보조금이 지급되는 데다 충전 인프라도 점점 늘고 있다"며 "신차와 신기술에 민감한 한국 시장을 공략해 더 큰 해외시장으로 나가기 위한 테스트베드로 삼으려는 전략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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